협심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단어는 들어봤지만, 뜻이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협심증(狹心症)의 한자를 풀이해보면 ‘심장이 오그라드는 증상’이라는 뜻입니다. 가슴에 조이는 듯, 쥐어짜는 듯, 짓누르는 듯한, 뻐근한 듯한 통증이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오늘은 허혈성 심장질환(Ischemic heart disease) 중에서 가장 흔한 질환인 안정형 협심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협심증(Angina pectoris)이란?
우선 협심증(Angina pectori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협심증이란, 심장의 허혈(ischemia) 때문에 생기는 증상을 말합니다. 허혈은 한자로 ‘虛血’인데 ‘빌 허’에 ‘피 혈’입니다. ‘피가 빈다’는 뜻으로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관상동맥(Coronary artery)의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심장에 허혈이 발생합니다.
심장 허혈이 생기면 심장근육은 필요한 만큼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합니다. 심장에 허혈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된 원인은 방금 말씀드린 것과 같이 관상동맥의 문제가 가장 많습니다.
협심증은 심장이 있는 가슴 부위가 좁아진 듯이 조이고, 쥐어짜고, 짓누르고, 뻐근한 통증을 말합니다. 협심증은 가슴 부위에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깨, 팔, 목, 턱, 등과 같은 신체 부위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 소화불량, 속 쓰림, 역류하는 느낌처럼 발생하기도 합니다.
즉, 가슴 부위의 통증처럼 전형적으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다른 신체 부위나 다른 양상의 통증처럼 비전형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안정형 협심증(Stable angina)이란?
안정형 협심증(Stable angina)이란 심장근육의 산소요구량이 늘어나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협심증입니다. 심장근육의 산소요구량이 늘어난다는 말은, 심장이 하는 일이 늘어나서 심장근육이 산소를 더 필요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신체활동이 증가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대표적인 경우로, 이런 상황이라면 심장의 수축력이 세지거나 심장 박동이 증가합니다. 이때 심장근육이 혈류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심장근육에 문제가 생기며 안정형 협심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안정형 협심증의 원인
건강한 사람은 심장근육의 산소요구량이 늘어나는 상태에도 심장근육으로 충분하게 혈류가 공급됩니다. 예를 들면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하거나 격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쿵쾅거리며 박동이 증가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심장으로 가는 혈류의 공급이 증가하게 되므로 협심증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관상동맥이 어떤 원인에 의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심장이 하는 일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좁아진 부분의 혈액 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정형 협심증이 발생합니다. 관상동맥을 좁아지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이며, 안정형 협심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입니다.
안정형 협심증의 증상
앞서 말씀드린 협심증의 증상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전형적인 증상은 “운동같이 신체 활동이 증가하거나 심리적으로 극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가슴 중앙 부위쯤이 조이는 듯한, 쥐어짜는 듯한, 짓누르는 듯한, 뻐근한 듯한 통증”입니다.
왼쪽 어깨, 목, 턱 같은 신체 부위에도 통증이 뻗쳐 나갈 수 있습니다. 소화불량, 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같이 비전형적인 증상도 호소할 수 있습니다. 가슴 통증은 짧게는 1~2분, 길게는 15분가량 지속하며, 일반적으로 30분 이상 지속하지는 않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휴식을 취하거나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을 혀 밑에 녹여 먹으면 증상은 대개 금방 좋아집니다. 종합해보면, 안정형 협심증은 ‘안정 시에는 협심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운동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생기고 금방 좋아진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안정형 협심증의 검사와 진단
안정형 협심증을 확인하기 위해서 문진을 합니다. 증상의 위치, 시작 시각, 지속 시간, 양상, 동반된 다른 증상의 여부, 완화 요인, 악화 요인 등을 확인합니다. 또한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동반된 기저질환, 심장질환의 가족력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안정형 협심증의 특징적인 신체 진찰 소견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 후,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징후를 확인하고 검사를 합니다.
생체징후(Vital sign)인 혈압, 맥박수, 체온, 호흡수를 확인합니다. 검사는 기본적으로 혈액검사, 흉부 X-ray, 심전도 검사를 합니다. 심전도검사(Electrocardiography, ECG)는 허혈로 인해 손상된 심장근육의 전기적 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현재 증상이 있으면 심전도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증상이 호전된 상태라면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안정형 협심증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해볼 수 있는 유용한 검사는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Exercise Stress Electrocardiography)입니다. 러닝머신(Treadmill) 위에서 달리게 하거나, 약물을 이용하여 심장 박동을 증가시켜 일부러 협심증이 나타나도록 해서 심전도를 촬영해 보는 것입니다. 이 검사는 반드시 병원에서 의료진 감독하에 시행합니다.
이외에 24시간 심전도 검사(24 hours holter monitoring), 심장 초음파 검사(Echocardiography), 심근 핵의학 관류 스캔(Myocardial perfusion scan), 심장 전산화 단층촬영(Cardiac CT, Coronary CT), 관상동맥 조영술(Coronary angiography) 등의 검사가 있습니다. 특히 관상동맥 조영술은 관상동맥이 좁아진 곳과 혈액의 흐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고, 동시에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 같은 치료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협심증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는 아니지만, 다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위내시경(Esophagogastroduodenoscopy), 복부초음파(Abdominal ultrasonography),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Chest CT) 등의 검사도 해볼 수 있습니다.
안정형 협심증의 치료
안정형 협심증에서 중요한 치료는 관상동맥에 생기는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의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이는 예방과 관리 항목에서 다루겠습니다.
약물치료에 사용하는 약은 다양합니다. 아스피린(Aspirin),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 설하정 투여, 베타 차단제(Beta blocker), 칼슘 통로 억제제(Calcium channel blocker),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statin) 등입니다.
관상동맥의 좁아진 부위를 직접 넓히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PCI)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관상동맥 조영술을 하면서 좁아진 관상동맥을 풍선확장술로 넓히거나,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입니다. 안정형 협심증에서 관상동맥 우회술(Coronary artery bypass graft, CABG)은 일반적으로 시행하지 않지만, 때에 따라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예방과 관리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의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콜레스테롤 같은 체내 물질(찌꺼기)이 혈관벽에 쌓여 혈관 내부 공간을 좁아지게 만드는 병입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의 위험요소는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대사증후군, 운동 부족,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이 있고 이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약을 먹어야 한다면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체중조절, 식이조절, 운동이 필요하며 금연, 절주해야 합니다.
식이조절은 과일, 채소, 곡물(현미), 생선, 콩, 가금류(닭고기 등), 지방이 적은 고기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포화지방산의 섭취를 줄이고 하루의 염분 섭취 목표는 6g 이하입니다. 운동은 주 5일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와 같은 등급의 운동이 도움이 됩니다.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근력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고강도의 운동은 도리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안정형 협심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안정형 협심증은 증상이 금방 사라지므로 큰 병이 아니겠거니 하고 지레짐작으로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체 활동이 증가할 때(운동, 계단 오르기…),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슴이 조이고 뻐근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안정형 협심증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007년 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안정형 협심증에서 생활습관 개선과 적절한 약물치료를 조기에 시행한 경우 관상동맥 중재술(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PCI)과 비교할 때, 사망률과 심근경색의 발생률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안정형 협심증의 치료에는 생활습관 개선과 적절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안정형 협심증은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진행할 수 있고, 나중에는 심근경색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에 관리를 잘해야 하겠습니다. 병원에 방문해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검사를 해서 안정형 협심증을 확인하고 잘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