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 조절로 우울증을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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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매스컴에서 가장 흔하게 이야기하는 질병 중 하나는 바로 우울증일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변에서 우울증으로 고생하거나 혹은 가벼운 우울증상을 겪는 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흔한 정신과적 질환이지만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우울증이 악화되는 경우 나타나는 현상들은 치명적이며 심지어는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우울증일 것이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정신과적 질환이기도 합니다.

출처 : 플리커 by v1ctor Casale
우울증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약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일 것입니다. 실제로 정신과적 약물은 최근 크게 발전하여 더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약물들이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의 약물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입견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우울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을 수 있는 인지 행동 치료도 최근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에 운동이 가벼운 우울증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운동이 우울증에 약만큼 효과가 있다

이처럼 약물 이외의 우울증 치료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중에 식단의 변경이 우울증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연구결과

최근 호주의 디킨 대학교 연구팀은 식단이 우울증 치료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연구결과를 BMC 의학저널에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67명의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12주간의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환자들은 연구 참여당시 약물치료, 정신 치료, 인지치료 등의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식단이 우울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기 위해 환자들 중 33명에게는 영양학자들로 이루어진 상담가들에게 60분간 7번의 식단에 대한 상담을 받게 하였습니다. 그 밖의 34명의 대조군 환자들은 같은 횟수, 같은 시간 동안 이와 유사한 사회 지지 프로그램을 이수 받도록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방식을 무작위 대조 연구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연구는 약물과 같은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기 위해 환자 수와 똑같은 수의 대조군을 구성하여 환자에게는 연구하고자 하는 치료법을 받게 하고 대조군에게는 그와 비슷한 가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입니다. 위약(Placebo) 효과를 가려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고 의학적으로도 높은 근거 수준의 연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울증의 정도는 설문조사를 통해 MADRS(Montgomery–Åsberg Depression Rating Scale) 점수로 측정하였습니다. MADRS 점수는 0점에서 60점까지로 되어있고 7~19점은 경한 우울증을, 20~34점은 중등도의 우울증을, 34점 이상을 심한 우울증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MADRS 점수는 우울증을 진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본 연구에서는 MADRS 점수를 이미 우울증으로 진단된 환자의 우울증상의 정도 변화를 보기 위해 사용하였습니다.

식단의 조절은 영양학자들이 각 개인을 상담한 뒤 필요한 부분에 대한 교육 및 조언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상담을 통해 개인별 칼로리 조절과 함께 필요한 음식을 더 먹거나 덜먹는 것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였습니다. 영양학자들이 제안한 식단은 수정된 지중해 식단(Modified Mediterranean Diet)으로서 지중해 식단에 두뇌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추가한 식단입니다.

지중해 식단 (출처 : 위키피디아)

수정된 지중해 식단은 12가지의 식품군을 대상으로 하여 통곡물, 과일, 야채, 견과류, 콩류, 살코기, 닭고기, 해산물의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도록 하였으며, 탄수화물, 당분, 전분류,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식단의 변화를 주었고 평균 주당 112달러(약 13만 원)를 식비에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평균적인 호주 사람들의 주당 식비인 138달러보다 더 적은 비용이 드는 식단이었습니다.

12주 후 식단에 대한 상담을 받은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MADRS 점수가 7.1점 감소하였습니다. 환자군에서는 또한 MADRS 점수가 10점 이하의 정상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 32.3%였고 대조군에서는 8%였습니다.

식단 조절을 받은 약 1/3의 환자들이 정상 상태에 가까운 수준으로 우울 증상이 호전된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사회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구 참가자들에 비해 약 7점가량의 호전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

지금까지 우울증의 치료는 약물치료를 메인으로 하여 정신 치료, 인지치료와 같은 정신과적 치료들로 이루어져 왔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처해 있는 환경과 스트레스 원인을 파악하는데 노력하였으나 개인의 식단과 같은 생활 습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는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식단이 도움이 되는지를 보기 위한 첫 번째 무작위 대조 연구였습니다. 연구가 진행되기 위한 최소 인원으로 진행된 연구였기 때문에 추후 추가적인 대규모의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본 연구의 중요한 의의는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선, 녹색 잎채소, 견과류 등은 치매와 같은 노인성 뇌질환의 예방에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음식(특히 지중해 식단)은 오메가 지방산과 엽산, 항산화 물질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두뇌의 노화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음식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의 치료 및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본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건강한 식단을 통해 신체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또한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주변 환경 및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이제는 두뇌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을 통해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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