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대 남성이 39도가 넘는 고열로 대학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입원후 혈액검사 및 여러가지 관련된 검사를 시행하였지만 어떤 질병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일주일전 성묘를 다녀왔다고 하였고 레지던트인 이모선생은 성묘라는데서 힌트를 얻어 어떤 질환을 의심하면서 환자의 신체검사를 하였습니다.
환자에게는 신체검사가 정말 중요한 것임을 설명하고 속옷까지 벗게 하여 온몸을 관찰 하였습니다. 몸에서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 환자의 열은 떨어지지않고 증상은 점점 악화되어 갔습니다. 단서를 잡기위해 환자에게 계속적인 질문을 하던중 환자는 입원전 샤워중에 사타구니에 뭐가 난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다시 신체검사를 해보니 고환 바로옆 사타구니에 특이한 딱지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진단을 내린 이모선생은 교수님께 보고한후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였고 환자는 5일후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이모 선생은 신체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수님께 혼이 난것은 물론이구요. 위의 일화는 창피하게도 제가 레지던트 1년차때 겪었던 일입니다. 이 환자를 계기로 신체검사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 계기 였기도 하고요. 설마 딱지가 거기 있을줄은…
가을철이면 성묘, 나들이, 단풍놀이와 같이 산에 갈일이 많아지게 됩니다. 수풀이나 관목들이 많은 산에 다녀온후 원인모를 열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가을철 발열성 질환이라고 합니다. 주로 진드기에 물리거나 쥐와 같은 설치류와 접촉하여 감염이 되는데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신증후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쯔쯔가무시병, 발진열 등이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처럼 쯔쯔가무시병은 국내에서도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여러 가을철 발열성 질환중 쯔쯔가무시병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쯔쯔가무시병이란
쯔쯔가무시병(Tsutsugamushi disease, Scrub typhus)는 병에 걸릴수 있는 소인을 지닌 사람이 진드기가 있는 산야에서 쯔쯔가무시균을 지닌 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급성열성질환 입니다. 국내에서는 제3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환자를 진단한 의사는 반드시 신고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 사람간의 감염은 되지 않습니다.
위의 케이스 처럼 물린 환자는 잠복기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잠복기는 6~18일로 다양하고 보통 10~12일 정도 입니다. 한번 쯔쯔가무시 병에 걸린 사람은 면역력을 얻게 되는데 동일한 혈청형의 쯔쯔가무시균에만 면역을 얻게 되어 다른 혈청형 균에 감염되었을 경우 이에 대한 방어는 미약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백신도 없는 상태입니다. 국내에서는 2012년에 인구 십만명당 8600명이 감염되었습니다.
증상과 진단은?
초기에는 심한 두통과 함께 오한을 동반한 고열이 뒤따릅니다. 이어서 기침, 구토, 근육통, 복통 및 인후염이 동반되며 발진과 가피가 나타납니다. 위의 케이스 처럼 가피(딱지-eschar)가 쯔쯔가무시병을 진단하는데 특징적인데 가피는 통증이나 가려움을 동반하지 않아 찾기 어려운 부위에 있는 경우 발견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가피는 직경 5-20mm 가량되는 병변입니다. 쯔쯔가무시병 환자의 약 50-93%에서 관찰되며 가피가 주로 확인되는 부위는 주로 팬티 속, 겨드랑이, 오금 등 피부가 겹치고 습한 부위에 잘 생깁니다. 배꼽, 귓바퀴 뒤, 항문 주위, 머릿속 등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있는 가피도 있습니다.
이러한 가피는 비슷한 특징을 가진 가을철 열성질환인 신증후출혈열, 렙토스피라병과 비교하여 발병 초기 쯔쯔가무시병을 진단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또한 피부 발진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발병후 3~9일내에 40~60%의 환자에서 나타나며 몸통과 팔, 다리에 주로 생기며 2~3일내로 사라지게 됩니다. 발진도 가피와 마찬가지로 가렵지 않으며 서로 뭉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치료와 예방은?
쯔쯔가무시병의 임상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가볍게 지나가는 사람도 있는 반면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만큼 위중한 상태로 변하거나 혹은 사망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중증의 경우에는 균이 폐나 뇌까지 침입하여 간질성 폐렴이나 뇌염을 동반했을 경우 나타나게 됩니다. 항생제를 조기에 투약하는 경우 대부분 회복이 잘 되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현재에는 사망은 거의없거나 극소수로 발생합니다. 이전보다 중환자실의 장비라던가 중환자의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과거 보다 생존률은 급격히 증가 하였습니다. 앞서 백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성묘나 야외작업을 장기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는 방법 또한 있습니다. 항생제는 노출되기 전부터 노출된후 6주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쯔쯔가무시 감염이 두려워 장기간 독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은 실제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라 할 수있습니다.
예방 법으로는
- 야외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거나 눕지 말 것
- 작업 중 풀숲에 앉아서 용변을 보지 말 것
- 작업 시 기피제(DEET나 Permethrin)를 뿌린 작업복과 토시를 착용
-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를 신을 것
- 야외활동 후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작업복을 세탁할 것
과 같은 방법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가을철 열성질환의 예방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요약해 드리자면 성묘, 야외작업을 최근 한 뒤에 벌레물린 자국이나 딱지가 있으면서 고열이 발생하는 경우 쯔쯔가무시병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이럴 경우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