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질병 초기에는 고혈압 환자와 마찬가지로 질병 자체로 인한 증상으로 고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무시무시한 합병증 때문입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병의 이환 기간이 길어질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합병증은 큰 혈관의 손상으로 인한 뇌졸중과 심장질환입니다. 당뇨환자의 사망 원인의 약 75%는 바로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입니다.
작은 혈관의 문제가 생기면 어떤 합병증이 발생할까요? 작은 혈관에 의해 발생하는 합병증들은 눈, 신장, 신경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당뇨병 환자들의 합병증 중 생명에는 관련이 없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실명입니다. 당뇨병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망막 혈관으로 가는 미세 혈관의 손상으로 인해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진행되게 되는데 이는 당뇨병 환자의 가장 큰 실명 원인입니다.
당뇨 환자들이 눈에 이상이 없어도 6개월~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는 이유가 바로 당뇨병성 망막 병증의 예방을 위해서입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예방에 있어 정기적 안과 검진보다도 중요한 것은 혈당의 조절입니다. 혈당 수치가 잘 조절된다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정기적 안과 검진과 혈당 수치의 조절 밖에 없는 것일까요? 기름진 생선이 그 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기름진 생선
지방질이 풍부한 생선은 얼핏 보기에는 당뇨병 환자의 눈에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자마(JAMA) 안과학회지에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들은 55~80세인 3600명의 당뇨환자들의 식습관을 5년 동안 관찰하였습니다. 관찰 결과 하루에 500mg에 해당하는 오메가-3 지방산을 음식으로 섭취한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발생 위험이 48%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일일 500mg의 오메가-3 지방산은 일주일에 2마리의 기름진 생선을 먹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양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오메가-3 지방산의 혈중 농도가 증가할 때 나타나는 항염증반응에 의해 나타났을 것이라고 가정하였습니다.
이전의 체계적 연구에서도 해산물을 통한 오메가-3 지방산의 섭취가 항염증 작용을 통해 체내의 염증을 나타내는 CRP(C-reactive protein), 인터루킨 6(interleukin 6), TNF 알파의 수치를 낮출 수 있음이 밝혀졌었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섭취한 사람의 경우 항염증 작용을 통해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에 대한 긍정적 작용으로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낮아졌을 것입니다.
생선과 오메가-3 지방산
오메가-3 지방산이 위 연구에서처럼 당뇨환자의 가장 큰 실명 원인인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특별한 치료제와 예방 약제가 없는 이 질환에 대한 걱정이 있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메가 지방산 중 알파-리놀렌산(ALA), 에이코사펜타엔산(EPA), 도코사헥사엔산(DHA)의 3가지가 주요 지방산입니다. 주로 생선기름이나 아마씨 기름, 해조류 기름과 같은 식물성 기름의 형태로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지방질이 풍부한 생선 중 연어, 청어, 정어리, 고등어에도 풍부합니다.
그렇다면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다른 음식을 먹는 것 또한 도움이 될까요? 아마씨 같은 씨앗류 기름이나 견과류에도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지만 이러한 형태로 섭취되는 오메가-3 지방산이 당뇨병성 망막 병증에 도움을 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알약으로 나와있는 오메가-3 지방산도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알약의 경우 식이 영양소보다 인체에 활성화된 형태로 흡수되는 양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위 연구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여 오메가-3 지방산의 섭취가 늘어난 것만이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예방해 준 것이라고 인과관계를 밝힌 연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오메가-3 지방산뿐만 아니라 생선의 다른 영양소가 예방에 도움을 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관찰연구라는 한계점 때문에 높은 근거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메가-3 지방산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대한 효과는 최근 들어 여러 가지가 밝혀지고 있는 중이며 여러 가지 건강에 대한 긍정적 영향들이 계속적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은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질병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심장학회(AHA-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도 음식으로 섭취하는 EPA와 DHA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관상동맥질환과 심근경색 같은 심장혈관질환이 없는 사람도 일주일에 생선을 2회 정도 먹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 경험이 있었던 사람의 경우에는 하루에 1g의 EPA와 DHA를 섭취할 것(주 생선 4회 섭취, 부족 양은 약제로 보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혈관 합병증이 주된 합병증인 당뇨병 환자에게서도 위 연구 결과를 적용하여 주 2회 정도의 생선을 섭취하는 것은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비롯한 혈관 합병증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