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종합검진을 받는 것이 대단한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병이 깊어지기 전에 미리 몸을 점검하자는 취지는 좋은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부담스럽습니다. 보험공단에서 이년마다 무료로 해주는 것도 있지만 웬지 형식적인 것 같고 미덥지가 않습니다. 종합검진을 효율적으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검진 결과는 정상이라는데 왜 아픈데가 많은거죠?
“며칠 전 받으신 종합검진 결과를 설명해 드리지요. 우선 혈압이나 맥박수같은 신체 지수는 모두 정상범위이시구요… 간기능, 빈혈검사, 소변검사도 모두 이상이 없고… 초음파와 내시경소견도 모두 정상이시군요… 연세에 비해서 아주 건강하신 편이십니다….”
“줴다 정상이라는디 왜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린데유… 뒷머리는 왜 이리 쑤시는지…”
검진결과가 아주 좋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과수원댁 최씨 아주머님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습니다. 종합검진을 받으면 온몸의 숨겨진 병이 몽땅 발견될 줄 알았는데 설명 안되는 증상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으시는 게지요. 종합검진은 중년의 성인남녀에게 비교적 흔한 암들과,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검사로만 확인이 가능한 몇 가지 성인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검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부위가 아프거나, 과음과 흡연, 과로 등 분명한 피로의 원인이 있는데도 그냥 무작정 종합검진을 받으려 하는 것은 번짓수를 잘못 찾으신 것입니다. 최씨 아주머님처럼 허리와 머리가 아픈 분이라면 허리와 머리에 대한 진찰을 먼저 해당 전문의사에게 받고 필요한 전문 검사를 받으셨어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종합검진 항목에는 허리나 머리에 대한 검사는 단순 X선 촬영조차도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잘못된 음주나 흡연습관 때문에 피로가 쌓였다면 우선 이미 알고있는 잘못된 습관부터 고치고 볼 일입니다. 술, 담배를 멀리했는데도 피로가 가시질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종합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가격도 종류도 천차만별인데… 좋은 검진프로그램을 고르는 비결이 있을까요?
검진센터를 방문하시거나 전화로 문의할 때 ‘전문의에 의한 진찰과 병력청취가 포함되어 있는가?’를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검진 항목은 많지만 검사하는 내내 의사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곳도 있고, 검사 결과가 나와도 결과가 적힌 종이만 주는 곳도 있습니다. 아무리 검사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숙련된 의사의 ‘눈썰미’만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피만 빼고 사진만 찍는 검진이 아니라 전문의와의 면담이 포함되어있는지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모든 대상자가 똑같은 항목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 곳 보다는 환자의 선호도나 위험요소에 따라서 추가로 검사항목을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검진 후 사후 관리가 잘 되는지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소견이 발견되었을 때 해당 전문의사에게 연결이 되는지, 적절한 검진 시기를 우편엽서나 전화로 알려주는 리마인드(remind) 시스템이 있는지 등입니다. 대상자의 연령이나 위험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검사항목이 많고 비싸다고 해서 더 좋은 종합검진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뇌 MRI같은 검사를 종합검진 항목에 모두 넣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것입니다. 뇌종양과 같은 드문 질환을 조기 발견할 확률은 매우 적고 또 조금 일찍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병의 성격상 사망률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뇌졸중과 같은 질환도 일단 발병하면 증상과 진찰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므로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뇌 MRI검사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두통 때문에 찍어보려는 분들이 많지만 경험있는 의사라면 자세한 병력청취만으로도 환자의 두통이 MRI를 찍어야 하는지 아닌지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일부병원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무시하고 환자들의 요구에만 부응하여 값비싸고 복잡한 각종검사들을 잔뜩 포함시켜서 의료비의 상승만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최씨 아주머님의 허리통증은 다리를 들어올리는 간단한 검사와 의료용 고무망치로 무릅반사, 발목반사를 체크하는 것 만으로도 디스크와 같은 심각한 통증은 아니고 가을내내 무리한 과수작업에 의한 근육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신경만 쓰면 악화된다는 두통도 자세한 병력청취 결과 긴장성두통으로 생각되어 투약한 결과 잘 조절되고 있습니다. 결국 수십만원짜리 종합검진 보다도 의사의 주의깊은 진찰이 더 효과적인 진단법이었던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