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의사와 남자 의사의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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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만 해도 의사의 대부분은 남자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들 또한 대부분이 남자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자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산부인과나 소아과처럼 여자 의사를 선호하는 분야에서 여자 의사의 비율이 늘기 시작했고 현재는 외과와 같이 대부분이 남성이었던 분야에서도 여자 의사의 비율은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한 학년에 많게는 40~50%에서부터 평균 30~40%의 여학생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는 동네 의원에 방문하여도 여자 의사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산부인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배제하고서도 특정 성별의 의사를 선호하는(특히 남성) 경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흔하게 존재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성별에 따른 치료 효과에도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최근 시행되었고 연구 결과가 자마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렸습니다.

 

연구 결과

하버드 대학 연구진은 자마 내과학회지에 실린 연구를 통해 여자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노인들의 재 입원율과 사망률이 남자 의사와 비교하여 어떠한지에 대해 조사하였습니다.

연구진은 2011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치료가 필요한 급성 질환으로 입원한 사람들을 메디케어(Medicare)라는 미국 노인의료보험 제도 자료를 근거로 조사하였습니다. 의사 성별에 따른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 연구진은 입원 후 30일 내의 사망률과 퇴원 후 재 입원율을 조사하였습니다.

총 150만여 명의 환자가 연구에 포함되었습니다. 의사는 58,344명이었고 그중 여자 의사는 18,751명으로 32.1%를 차지하였습니다. 평균 의사의 나이는 여자의사가 남자의사보다 더 적었습니다(42.8세 vs 47.8세). 연평균 입원 치료 환자 수도 여자 의사가 더 적었습니다.(131.9명 vs 180.5명)

30일 내의 사망률에 있어서는 여자의사가 11.07%였고 남자 의사는 11.49%였습니다. 퇴원 후 재 입원율은 여자의사 15.02%였고 남자 의사는 15.57%였습니다. 사망률에 있어 질병별로는 패혈증, 폐렴, 급성 신부전, 부정맥에서의 생존율에 있어 의미 있는 차이가 났습니다. 재 입원율은 대부분의 질병에 있어 여자 의사에서 의미 있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결과 사망률과 재 입원율 모두 여자 의사에서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백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전체 환자 수로 보았을 때는 3년 동안 사망자 수의 차이는 150만 명 중 0.42%이기 때문에 큰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연구진은 분석결과 이러한 차이는 매년 32,000명의 사망자수의 차이를 낼 것이라 예측하였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게 된 것일까요? 연구진은 여자 의사가 남자의사보다 좀 더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에 근거한 표준적인 치료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여자 의사는 좀 더 환자 중심적인 진료와 함께 환자에게 설명함에 있어서도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또한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정말로 남녀 의사 간에 치료 성공률에 차이가 있을까?

본 연구는 이전에도 같은 주제로 시행되었던 연구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시행된 연구입니다. 이전 연구결과 또한 본 연구 결과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 연구진은 좀 더 대규모의 연구를 진행하였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녀 의사 간의 진료방식에 대한 차이로 인해 0.42%의 환자 사망률의 차이가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작은 차이로 보이지만 수십, 수백만 명의 환자가 대상이라면 결코 작은 차이는 아니라는 것을 3년간 총 사망자 수 3만 2천 명인 것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연구결과대로 사망 위험이 높은 급성기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더 높은 치료 성공률을 위해 여자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본 연구의 제한점에 대해 우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여자 의사의 비율은 32.1%로 남자 의사보다 그 수가 작았습니다. 또한 여자 의사가 보는 연평균 입원 환자 수의 차이 또한 컸습니다. 일 년 평균 50명의 차이가 났는데 28%가량이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환자 수가 많아질수록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거나 커뮤니케이션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이 치료 성공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본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조사된 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 내 남녀 의사의 평균 연봉 차이가 2만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보통 의사의 연봉은 일의 강도와도 연관되기 때문에 남자 의사가 더 높은 일의 강도를 지닌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더 높은 강도의 진료 환경에서 더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분석들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본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는 어느 정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미국은 국내와는 다른 의료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결과를 그대로 적용시킬 수 없다는 것 또한 제한점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본 연구결과는 그동안 사람들이 여자 의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한 사람의 의사가 의사로서 사회에 나와 환자를 보는 진료를 시작하기 까지는 1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의사들은 의과대학에서의 어려운 공부 과정과 경쟁을 뚫고 나서야 의사 면허를 받게 됩니다. 이후에도 4~5년간의 수련의, 전공의 기간을 거쳐야만 그때부터 의사로서의 시작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쳐온 의사들의 성별 치료 효과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본 연구는 여자 의사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큰 역할을 한 연구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남녀 차이보다는 그가 속한 환경이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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