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이 심장마비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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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火病)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울화병, 홧병이라고도 불리는 화병은 한국에만 있는 병으로 미국정신의학회에서도 “다른 장기적 기분장애”의 한 카테고리로 화병(Hwa-Byung)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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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서 기인한 이러한 화병은 과거에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우리 곁에 있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발생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아마도 화병은 과거보다 지금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의학의 한 분야인 심신의학(mind-body medicine)에서는 마음의 병과 몸의 병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음이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심혈관질환, 소화기 질환, 통증성 질환들에 마음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들이 심신의학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음의 병(정신과적 질환이나 상태)은 뇌에서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변화를 동반하게 되는데 이러한 생리학적 변화가 신체(각 장기나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계속적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이 되면 가장 두려울 수 있는 질환 중 하나인 심장질환(심장마비)에도 이러한 정신과적 질환이나 상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왔었고 최근에도 많은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최신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심장질환에 마음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anger)와 심장질환

앞서 알아본 화병과 같은 상황이 심장에 정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화와 심장질환에 대한 연관성을 보기 위한 연구가 최근 미국 순환기(Circulation) 지에 발표되었습니다.

1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서는 화가 나는 강한 감정적 자극을 받거나 또는 강한 육체적 활동 1시간 뒤에 심장마비 발생 위험은 2배로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화가 나는 감정적 변화와 격렬한 육체적 활동이 동시에 있을 경우 이러한 위험은 3배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52개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훨씬 더 대규모의 인원이 참가한 연구이기에 결과에 더 많은 의의를 둘 수 있겠습니다. 연구진이 세운 가설은 강렬한 감정이나 활동이 혈압을 증가시키고 심박동을 증가시켜 결국 혈관의 수축에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수축된 혈관은 혈전이 응고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심장 혈관이 혈전으로 막히는 경우 심장마비로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화를 낸다고 모든 사람들의 심장마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심장 혈관이 막힐 수 있는 소인을 지닌 사람이 강한 감정적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에 이러한 사람들의 심장마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우울과 심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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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얼핏 생각해 보아도 그럴 것 같지만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과 같은 질병도 심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우울증도 심장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몇몇 연구결과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연구진들은 우울증과 심장질환과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결과를 북미 폐경기 학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1100명의 중년 여성을 10년간 관찰하였고 이들에게 우울증 관련 설문조사와 함께 심장병 발생률을 조사하였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전에 심장병의 기왕력이 없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우울증 설문지에서 한 개 이상의 우울 관련 증상에 체크를 한 사람들은 18%였는데 이들 중 9%에서 심장병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우울 관련 증상이 없었던 사람의 2%에서만 심장병이 발생하였습니다.

위 연구결과에서는 또한 65세 미만에서만 우울증이 심장 병과 관련이 있었고 65세 이상에서는 우울한 기분보다는 나이가 증가하는 것이 심장병의 위험을 더 높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 연구결과로 볼 때 노인보다는 중년 여성에게서의 우울증이나 우울증상이 심장병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위 연구결과는 아직 정식 학회지에 게재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이전의 연구들보다 대규모로 이루어진 연구결과이고 추후 학회지에 충분히 개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중년 여성의 우울증과 심장 병과의 관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연구 대상에 남성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모든 중년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위의 새로운 두 가지 관찰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마음이 심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이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였고 최근 들어 이를 규명하려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고 마음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연구들은 모두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에 대한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왜 마음의 상태가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메커니즘을 알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 큰 고혈압 환자, 흡연자, 비만, 고지혈증 환자의 경우 화를 내는 것이 심장마비를 불러올 수도 있고 우울증도 심장병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이 심장병 없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금연 외에도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또한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할 때 비로소 건강이 완성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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