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국조특위에 주요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출석 사유를 밝히면서 ‘공항장애’가 있다고 잘못 기술하였는데, 이는 비단 그녀만의 실수는 아닐 수 있습니다. 최근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의 몇몇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심경을 밝히며 공황장애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질환명도 ‘공항장애’로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으며, 그 외 자세한 질병 양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에 공황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황이란 무엇인가?
공황이란 과거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내과의사 Jacob Mendes DaCosta (1833-1900)가 군인들이 겪은 신체적, 심리적 증후군인 ‘과민성 심장 증후군’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죽음이 임박한 느낌 등을 동반한 갑작스럽고 강력한 불안 발작을 이르는 말입니다.
불안은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것으로, 불안한 감정 혹은 느낌에 심계항진, 발한 과다 등 자율신경계 증상을 종종 동반하게 됩니다. 이러한 불안이 갑작스럽게 몇 분에서 몇 시간의 기간 동안 강력하게 발생하게 되면 이를 공황 발작이라 부르고, 공황 발작의 횟수나 빈도에 따라 질병으로 분류될 수도 있게 됩니다. 단순히 불안 발작을 몇 차례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 환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공황장애로 진단되려면?
미국 정신과 학회에서 편찬하는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DSM-5)에 따르면 공황장애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A. 반복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공황발작이 있다. 공황발작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수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러야 하며, 그 시간 동안 다음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난다.
주의점: 갑작스러운 증상의 발생은 차분한 상태나 불안한 상태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다.
- 심계항진. 가슴 두근거림 또는 심장 박동 수의 증가
- 발한
- 몸이 떨리거나 후들거림
- 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 질식할 것 같은 느낌
- 흉통 또는 가슴 불편감
- 메스꺼움 또는 복부 불편감
- 어지럽거나 불안정하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음
- 춥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 감각 이상 (감각이 둔해지거나 따끔거리는 느낌)
- 비현실감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혹은 이인증 (나에게서 분리된 느낌)
- 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13. 죽을 것 같은 공포
주의점: 문화 특이적 증상 (예, 이명, 목의 따끔거림, 두통, 통제할 수 없는 소리 지름이나 울림)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위에서 진단에 필요한 4가지 증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B. 적어도 1회 이상의 발작 이후에 1개월 이상 다음 중 한 가지 이상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1. 추가적인 공황발작이나 그에 대한 결과 (예, 통제를 잃음, 심장발작을 일으킴. 미치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걱정
2. 발작과 관련된 행동으로 현저하게 부적응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예, 공황발작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운동이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피하는 것 등).
C. 장애는 물질 (예, 남용 약물, 치료약물)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 )예, 갑상선기능항진증, 심폐 질환)로 인한 것이 아니다.
D. 장애가 다른 정신질환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예, 사회불안장애에서처럼 공포스러운 사회적 상황에서만 발작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특정 공포증에서처럼 공포 대상이나 상황에서만 나타나서는 안 된다. 강박장애에서처럼 강박 사고에 의해 나타나서는 안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처럼 외상성 사건에 대한 기억에만 관련되어서는 안 된다. 분리불안장애에서처럼 애착 대상과의 분리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위의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들을 공황장애로 진단하는데 이 중 핵심적인 질병 양상은 진단 기준 A와 B입니다. 요약하자면, ‘상당수의 공황발작 증상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추가적인 공황발작에 대해 걱정하거나 (예기불안) 이를 회피하기 위한 부적응적 행태를 보이는 것’을 공황장애로 진단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의 진단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불안 증상을 갖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은 다른 불안장애 혹은 명시되지 않는 불안장애로 진단되고, 그에 알맞은 치료와 경과 관찰을 받아야 합니다.
대다수의 정신 질환이 그러하듯 공황장애도 올바른 진단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치료 및 경과 관찰만 이루어진다면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정상 불안은 자연환경의 위협에 대한 개체의 적절한 반응으로 인간과 동물들에게 필연적인 생존 요소이지만, 그것의 양상이나 횟수, 빈도 등이 비정상적이라면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인 것입니다.
이제, 불안 발작이나 공황 발작을 경험하거나 이로부터 파생된 증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의사로부터 적절한 상담 혹은 치료를 받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