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혈관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서 뇌졸중과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속설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4년 전에 발표된 계란 노른자를 포함한 계란의 지속적 섭취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이러한 논쟁에 어느 정도 마침표를 찍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계란은 혈관에 좋지 않고 건강한 식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5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식단 권고안에서는 더 이상 고 콜레스테롤 식품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권고하였습니다. 계란 섭취 또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 또한 강조하였습니다. 식단 권고안에 대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콜레스테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드세요 – 최신연구결과 식단
이러한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계란과 같은 고 콜레스테롤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핍박받던 계란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새로운 연구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계란 섭취와 심혈관 질환 발생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
최근 발표된 미국 영양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Nutrition)에 실린 계란 관련 연구는 이전에 계란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는 높이지 않는 다와 같은 논쟁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2013년에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BMJ에 발표된 계란 섭취와 심혈관질환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에서는 하루에 한 개 이상의 계란을 섭취했을 경우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물론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서 발생하는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은 당뇨 환자에게서 증가하였지만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은 낮아졌다는 연구 내 그룹 분석 결과가 있어 약간의 논란거리를 남기기는 했었습니다.
이번에 미국 영양학회지에 발표된 연구는 하루 한 개 이상의 계란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기 위한 연구였습니다.
본 연구는 메타분석이라는 방식의 연구로서 의학 연구 중 가장 근거 높은 형식의 연구 방식 중 하나인 방법입니다. 메타분석은 이전에 시행되었던 개별적인 연구들의 데이터들을 통합하여 분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별 연구의 통계적 오류라던가 설계적 오류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높은 근거를 지니게 됩니다.
이전 BMJ에 실린 연구 또한 메타분석이었는데 이번 연구와 같이 나중에 등장하는 메타분석의 경우 이전 메타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결과가 취합되고 연구 목적에 더 부합하는 연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최근의 메타분석에 더 큰 의의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란이 오히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미국 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2015년 8월까지 발표된 계란과 심혈관 질환 관련 연구들 중 15편을 선별하여 통합 분석하였습니다. 그중 계란 섭취와 뇌졸중 발생과의 관계를 다룬 7편에서는 총 3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였으며, 계란 섭취와 심장 관상동맥질환과의 영향을 다룬 27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7편의 연구 또한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하루 1개 이상의 계란을 섭취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2개 이하로 계란을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생 위험이 12%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관상동맥 질환에 있어서는 발생 위험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보였습니다.
즉, 서두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2015년에 발표된 미국 식단 권고안에서 계란 섭취는 심혈관 질환에 위험하지 않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며 오히려 뇌졸중 위험은 줄인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계란과 콜레스테롤 그리고 혈중 콜레스테롤
계란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확실하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결과 이후에도 일부 심혈관 질환 전문가들은 그래도 여전히 계란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히 계란 노른자는 좋지 않으며 당뇨 환자는 BMJ 연구결과처럼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잡한 계란과 같은 고 콜레스테롤 음식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성에 대한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일단은 현재까지도 많이 알려져 있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 나쁘다는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이 나쁜 것이 아닌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콜레스테롤 자체가 나쁘다라기보다는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의 양이(특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 높은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혈액 내의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생산되는 콜레스테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의 대부분은 체내에서 생산되는 콜레스테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 한 식단 가이드라인에서도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한 것입니다. 먹는 양에 비례하여 혈관 내 콜레스테롤 양이 증가하지 않으며 섭취된 콜레스테롤은 각 개인별로 그 섭취와 배설이 다르게 결정됩니다.
물론 과다한 콜레스테롤 섭취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올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닌 적당한 양의 콜레스테롤의 섭취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하세요.
육식을 자주 하는데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거나 채식 위주인데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을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는 먹는 음식보다는 체내 콜레스테롤 흡수 및 생산, 배설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도 정말로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콜레스테롤 함량이 매우 높은 계란이 오히려 뇌졸중을 예방해주는 연구결과가 나왔을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먹는다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계란 한 개에는 하루 필요 콜레스테롤 양의 2/3 가량의 높은 콜레스테롤이 들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필수지방산들도 풍부합니다. 계란은 콜레스테롤뿐만 아니라 필수지방산과 엽산 등이 풍부하여 이것이 뇌졸중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또한 계란의 풍부한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노른자에 들어 있기 때문에 계란 흰 자가 건강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큽니다.
여러 가지 연구에서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각각 섭취하게 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면 아마도 계란과 심혈관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분석이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들의 단점이 되겠습니다.
위 연구를 통해 그동안 건강의 적으로만 여겨지던 계란의 긍정적 영향을 어느 정도 밝혀내어 계란의 억울함을 어느 정도 풀어준 것 같습니다. 추가적인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계란뿐만 아니라 다른 콜레스테롤의 비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이 밝혀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계란과 같이 고 콜레스테롤 음식을 마음 놓고 먹어도 된다고 덮어놓고 많이 먹으면 그것 또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연구결과로는 전반적인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뇌졸중 환자나 당뇨병 환자와 같이 심혈관질환의 발생이나 재발 위험이 높은 사람의 경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요소가 많은 분들의 경우 계란을 먹더라도 노른자 부위는 약간만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건강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단한 진리는 바로 균형입니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균형 잡힌 식단이야말로 건강의 가장 빠른 지름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