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기사마다 내용이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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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기사나 칼럼들을 보다 보면 똑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다른 결론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기사의 댓글에는 며칠 전 나온 글에는 건강에 좋다고 했는데 왜 오늘 나온 기사는 건강에 또 안 좋다고 이야기하느냐는 댓글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 나온 글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이에 대한 문의를 하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요즘 건강관련 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건강관련 글의 결론은 왜 다르게 나오는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근거중심의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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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관련 글들을 이해하기에 앞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이해입니다. 근거중심의학이라는 말을 한번 쯤 들어보신 분들은 건강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은 분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근거중심의학은 대체 무엇일까요?

근거중심의학은 현대의학의 가장 중심이 되는 패러다임입니다. 말 그대로 근거에 입각하여 환자를 치료하고 환자에게 설명하고 질병을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의학의 모든 행위들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근거중심의학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근거는 무엇일까요?

대화나 토론을 한다거나 뉴스 기사에서 자신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다른 사람이나 출처에서 온 경우 그것을 밝히고 대화를 하게 됩니다. 간혹 똑같은 주제에 대해 상충되는 견해가 발생한 경우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더 유명한 사람이나 책, 혹은 기관을 근거로 들어 이야기하고 자신의 근거가 더 가치 있음을 피력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근거입니다.

의학에서의 근거는 논문, 서적, 전문가의 견해가 주된 근거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근거가 더 높은 순위를 가지게 될까요?

 

근거의 순위란?

일단 의학에 있어 가장 높은 순위의 근거는 논문입니다. 물론 의학 서적의 내용들은 대부분 논문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서적은 이러한 근거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개별 논문을 근거로 드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논문의 종류 또한 다양한데 논문 종류 별로 근거의 순위가 나뉘게 됩니다. 즉 논문이라도 근거의 순위는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학에서는 모든 지식과 행위들이 논문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논문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전문가의 견해는 근거 순위에 있어 가장 하층을 차지하게 됩니다. 

 

논문의 근거 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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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논문이 가장 높은 근거 순위를 차지할까요? 최상위에 있는 근거는 바로 메타분석(Metaanalysis, 체계적 고찰 포함)과 무작위 대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입니다. 

어려운 말이 나와서 이 글 읽기를 포기하려는 분들이 아마 계실듯한데 포기하지 마시고 그냥 지나치듯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무작위 대조 연구는 어떤 실험을 하는데 있어 알고자 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기 위해 대조군을 설정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약이 B라는 병에 효과가 있는 지를 보기 위해 사람들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에는 A약을 주고 한쪽에는 가짜약 C를 주는 것입니다. 이때 위약효과(placebo effect)를 배제하기 위해 약을 복용하는 실험대상자도 연구를 주도하는 연구진도 어떤 사람이 어떤 약을 먹는지 모르게 연구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연구하는 경우 가장 정확한 연구 결과를 얻어낼 수가 있습니다.

메타 분석은 무작위 대조연구를 포함한 다른 연구들을 종합하여 분석하는 것입니다. 즉 결론이 다양한 여러개의 무작위 대조연구를 모아 그 연구들이 포함된 실험 대상자들을 모두 모아 다시 분석하는 것이 바로 메타 분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분석에서 나온 결론은 다양한 결과들이 취합되어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주게 되는 것입니다.

그다음 순위는 위에서 이야기한 연구자도 실험 참가자도 모르게 설계한 연구가 아닌 즉, 무작위 할당이 없는 임상연구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위로는 관찰연구, 환자-대조군 연구등이 있습니다. 관찰연구를 예를 들어 이야기하면 연구 대상자들이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마시나를 일정 기간 관찰하여 커피 섭취량이 어떤 질병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가를 보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위의 내용을 정리한 근거중심의학 피라이드에 대한 것입니다.

근거중심의학 피라미드 (출처 : 위키페디아)
근거중심의학 피라미드 (출처 : 위키페디아)

 

그렇다면 왜 건강관련 기사들은 내용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가?

위에서 근거중심의학을 겉핥기 식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어려운 단어들이라 이해하기 어려울 테지만 같은 논문이라도 근거의 순위가 있고 전문가의 견해는 하위 근거를 차지한다는 내용만 아시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건강관련 기사에서는 매일 다른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요? 어제는 커피를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했는데 왜 오늘은 건강에 나쁘다고 하는 것일까요?

건강 기사들은 대부분 새로 나온 논문을 근거로 작성됩니다. 새로 나온 논문이라 할지라도 근거의 수준이 낮고 이전에 높은 수준의 근거를 중심으로 작성된 기사와 내용이 다르다면 새로운 글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즉, 내용이 다른 경우 한쪽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근거가 낮기 때문에 의학적 지식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내용의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더 높은 근거의 연구로 나오게 된다면 의학적 지식이 달라지게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아셔야 합니다.

의학적 지식은 현재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다가도 나중에 그것이 아님이 밝혀져 쓸모 없는 것으로 되는 것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건강 지식은 현시대에서는 사실이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동물연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의학 지식들이 동물연구를 바탕으로 이룩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사람에게 적용되는 경우 같은 결과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임상 시험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그 연구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동물연구에 대한 건강 기사는 그냥 흥미거리로 만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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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논문이 어떤 종류의 논문이며 어떤 식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는지를 다뤄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건강 관련 기사는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근거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다뤄주는 기사를 더 주의 깊게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사실인데 전문가의 견해로만 이뤄진 내용도 주의하여야 합니다. 전문가가 연구 논문 등의 근거 없이 이야기 하는 경우 의학을 모르는 독자의 경우 그것을 정말로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정보는 아무런 근거 없는 건강정보 입니다. 특히 음식의 효능에 대한 글이라던가 어떠한 행동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라는 등의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한 음식이나 행동은 대부분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게 되지만, 그것이 만병통치약 인것처럼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이나 전문가의 견해를 늘어놓은 경우 단순히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한 글임을 주지하셔야 합니다. 

또한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경험을 토대로 한 건강 관련 글은 그냥 닫아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정말로 복잡하고 모든 건강 행위들은 사람마다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근거중심의학에서는 정확한 연구 방법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밝히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쉬운 것 중 하나는 논문이 실린 저널의 영향도를 보는 것입니다. 저널이 의학적으로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가를 말하는 지수가 바로 영향력 계수(임팩트 팩터, impact factor, IF)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인 NEJM의 경우 IF는 60점 정도 입니다.


란셋(Lancet), 미국내과학회지(JAMA) 등이 30점 후반에서 40점 대의 점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명한 저널 외의 대부분의 저널들은 2~5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임팩트 팩터를 쉽게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보고 있는 기사에서 인용한 논문이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는가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높은 점수의 저널일수록 논문을 게재하려는데 있어 까다롭고,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들을 실어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근거중심의학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의학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소개해드렸습니다.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건강정보에 대해 이 글을 참고하시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좀 더 현명하게 건강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건강정보를 현명하게 받아들이시는데 이 글이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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