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라면과 같은 음식을 먹고 잔 다음날 아침 얼굴이 부은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얼굴이 붓는 것을 비롯하여 다리가 붓는 것과 같은 증상을 부종(edema)이라고 합니다. 밤늦게 음식을 먹고 자고 난 뒤 얼굴이 붓는다면 그럴만한 원인이 있으니 별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얼굴이나 발이 부으면 놀라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은 자신의 신장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도 부종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 병원을 방문하게 됩니다. 몸이 부으면 정말 신장에 이상이 있는 것일까요? 밤늦게 음식물을 먹고 자면 왜 얼굴이 부을까요? 이번에는 부종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부종의 메커니즘
궁금하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부종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종이 생기는 원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부종의 정의를 보면 다양한 원인에 의해 조직 내에 수분이 축적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분은 림프액일 수도 있고 조직의 삼출물 또는 혈액에서 나온 물 일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수분이 축적되고 그것이 특정 부위에 누적되면 붓게 되는 것입니다. 얼굴 피부의 경우 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약간의 수분만 축적되어도 붓는 것이고 다리의 경우 3~5리터 정도의 수분이 축적되어야 눌러서 움푹 들어갈 정도로(함요부종 : pitting edema) 붓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종은 삼투압에 의해서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삼투압은 물이 투과가 가능한 막을 기준으로 하여 한쪽의 농도가 더 높아질 경우 물이 그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투압에 적용되는 막을 반투막이라고 하는데 반투막은 용매는 이동시키고 용질은 이동시키지 않는 막을 의미합니다. 혈관도 일종의 반투막인데 혈장이라는 액체와 적혈구와 여러 단백질이 포함된 혈액에서 용매인 혈장은 마음대로 이동이 되지만 용질인 단백질들은 이동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혈관 내의 단백질 조성의 변화가 일어나거나 혈관 밖의 조직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면 이와 관련하여 수분이 이동하게 되는 것이고, 부종의 경우 혈관 밖의 삼투압이 커지게 되어 혈관 내에서 수분을 이동시키려는 정수압이 증가하여 용매인 혈장이 이동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라면을 먹고 자면 붓는 이유는?
우리 몸의 여러 가지 기능은 시간의 변화와 함께 주기적으로 변화를 일으킵니다. 멜라토닌과 같은 일부 호르몬은 밤에 주로 분비됩니다. 체온의 경우에도 새벽에 가장 낮아지는 주기를 갖게 됩니다. 빛과 함께 변화하는 신체의 반응을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합니다.
최근 알려진 바로는 대뇌에는 이러한 일주기리듬을 체크하는 시계(circadian clock)가 있으며 이들은 다른 인체 장기의 변화를 조절합니다. 신장도 일주기 시계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신장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전해질의 재흡수와 노폐물의 여과 기능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밤에는 신장의 여과 기능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소변의 염분과 수분의 배설이 감소하게 됩니다. 밤늦게 식사를 하고 자는 경우 소화기관에서 흡수한 영양소와 수분이 신장을 통해 원활히 배설이 되지 않게 됩니다. 수분이 많아진 혈액은 삼투압이 감소하게 되면서 여분의 수분을 혈관 밖으로 밀어내게 되고 이것이 신체 조직에 축적되는 것입니다.
다른 음식도 그렇지만 특히 라면을 먹고 자면 더 잘 붓는 이유는 염분(나트륨)이 많이 포함된 라면을 먹게 되면 라면과 함께 먹은 국물뿐만 아니라 물의 섭취도 증가하게 되므로 일주기 시계에 의해 감소된 소변의 염분 배설과 더불어 증가한 혈액 내의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부종을 일으키는 것 때문입니다. 얼굴의 피부는 다른 부위보다 얇기 때문에 소량의 수분 축적에도 붓게 되는 것이고, 대부분의 부종은 중력 방향인 다리에 많이 생기는데 누워서 잤기 때문에 얼굴에도 쉽게 생기는 것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피곤하면 붓는 이유
몸이 아프거나 피곤한 경우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항진되게 됩니다. 교감신경은 신장에서의 나트륨과 수분의 배설을 감소시키고 이것이 부종을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경우 피부 등에 감염이 일어난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피부 등에 염증이 발생하게 되면 빨갛게 되고 붓고 아픈 것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염증이 발생하면 혈관의 투과성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변화된 혈관의 투과성으로 인해 염증과 싸우려는 면역세포들이 혈관에서 조직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수분도 함께 이동하게 되어 붓게 되는 것입니다.
붓는 것은 신장의 이상 때문?
부종은 삼투압과 관련하여 생긴다는 것을 앞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삼투압과 가장 관련이 깊은 인체 기관은 신장입니다. 신장의 이상이 생겨서 여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염분과 수분의 제거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신부전의 경우가 그러한 예인데 신부전 증세가 심한 경우 체내 수분의 제거가 이루어지지 못해 부종이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부종은 주로 눈과 다리에 생기게 됩니다. 신부전은 주로 고혈압, 당뇨에 의해 발생하게 되므로 만성질환자의 경우 신부전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또한 신장의 모세혈관을 구성하는 사구체가 파괴되는 신 증후군의 경우에는 걸러지지 말아야 할 혈관 내 단백질이 걸러져서 소변으로 배출되게 됩니다. 알부민이라는 혈관 내 단백질이 빠져나가 저 알부민혈증이 나타나게 되고 이로 인해 혈관 내의 삼투압이 감소하게 되어 부종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빠져나온 단백질은 소변으로 배출되게 되고 심한 경우 거품뇨가 나타나게 됩니다.
건강검진에서 아무런 이상 없이 소변검사 결과 단백뇨가 나왔다고 병원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나중에 검사를 해보면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경우 스트레스, 피로, 추위에 노출 등으로 인해 사구체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종이 나타나는 것은 모두 신장의 이상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양한 기관의 이상 또한 부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다른 장기의 이상으로 인한 부종
심장의 펌프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심부전의 경우에는 심장이 펌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리에 있는 혈액이 저류하게 되고 이것이 하지 부종을 유발하게 됩니다.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같은 폐질환의 경우 폐의 혈액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에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호흡곤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간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부종은 발생 가능합니다. 간경화와 같은 질환의 경우 여러 장기에서 영양소와 혈액이 들어가는 문맥의 압력이 증가하게 되어 다리와 장기의 혈액이 저류가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다리 부종과 함께 심한 경우 복강 내에 물이 차게 되는 복수 또한 발생하게 됩니다.
조직 내의 수분을 혈관으로 이동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림프계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조직 내 수분이 혈관으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부종이 발생합니다. 암 수술을 받은 경우 임파선을 제거하게 되면 림프 부종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몸의 다양한 기관의 질병시에도 부종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적으로 몸이 붓는 경우 이것이 모두 신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겠습니다.
약물도 부종을 유발한다
혈압약을 복용하는 분들 중에 다리가 붓는다고 병원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다양한 종류의 혈압약이 시판되고 있지만 칼슘채널차단제의 경우 부작용으로 하지 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칼슘채널 차단제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게 되어 부종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다른 약제로 변경하거나 소량의 칼슘채널 차단제와 함께 다른 약제를 병용하는 것으로 혈압의 조절과 부종을 해결 할 수 있습니다.
혈압약 외에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도 종종 부종을 유발합니다. 치과치료, 근육통 등으로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부종이 발생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러한 경우 약물을 끊으면 정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NSAID 계열의 진통제는 신장의 항이뇨호르몬에 영향을 주게 되어 부종을 일으키게 하는 것입니다. 야뇨증의 치료제 중에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신장에서 수분이 배출되는 것을 막아서 야뇨증을 치료하게 됩니다.
그 외에 부종을 유발하는 원인들
지금까지 부종이 생기는 기전과 질병이나 약물과 관련하여 왜 부종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특별한 질병이 없이 부종을 유발하는 생활습관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운동부족은 부종을 유발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운동으로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 다리에 있는 정맥을 압박하여 혈액을 위로 올려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리 운동을 잘 안 하는 경우 하체에 수분이 저류하게 되어 부종이 일어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장시간 서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앉았다가 일어나는 운동을 통해 하체의 정맥 혈액을 순환시켜주어야겠습니다.
임신 시에도 부종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호르몬과 자궁 때문입니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수분과 나트륨이 혈관에 저류하게 되어 얼굴이나 손, 발이 붓게 됩니다. 자궁의 정맥 압박으로 인해 다리에서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워지고 이것이 하지 부종을 또한 유발합니다.
마찬가지로 월경시나 월경 전후에 일어나는 호르몬의 변화가 수분과 염분의 저류를 일으켜 부종을 유발합니다. 여성들이 더 잘 붓는 이유가 바로 호르몬에 있습니다.
요약
지금까지 부종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신부전, 간경화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종은 원인을 찾고 그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호전됩니다.
생활습관에서 부종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 달리기와 같은 하체 운동이 도움이 됩니다. 수면 시에 다리를 높게 올리고 자는 것도 정맥 혈액의 순환에 도움을 주어 부종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압박스타킹은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운동에서처럼 정맥을 압박해 주어 정맥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을 주어 부종을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부종이 발생하면 이상에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원인 중에 자신에게 해당하는 원인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병원에 방문하셔서 치료를 받으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