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암을 유발한다? 1급 발암물질 기생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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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생활 수준이 나아지고 위생환경이 좋아지면서 기생충 질환의 절대적인 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장내 기생충 감염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71년에는 전 국민의 84.3%가 기생충에 감염되었는데 2012년에는 2.6%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전체 기생충 감염질환은 감소했지만, 아직도 기생충 감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질병이 있습니다. 바로 간흡충증입니다. 국내 기생충 감염원인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생충 질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기생충 감염질환이자 심지어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간흡충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간흡충증(Clonorchiasis)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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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흡충(출처 : 위키미디어)

간흡충(Clonorchis sinensis)이라는 기생충이 쓸개즙이 통과하는 관인 담관(Bile duct)에 기생하면서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키는 질환을 총칭합니다. 이전에는 간디스토마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원인과 역학

당연하게도 원인은 간흡충(Clonorchis sinensis)에 의한 감염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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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

전 세계적으로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널리 분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 유역이나 호수 주변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특히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유역은 간흡충증의 유행지역입니다.

 

간흡충의 생활사

간흡충의 성체 크기는 8~15mm x 1.5~4mm 정도이며 두께는 1.0mm 정도로 납작합니다. 앞부분은 뾰족하고 뒷부분은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이는 오이씨와 비슷합니다. 담홍색이나 황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간흡충에 감염된 사람, 개, 고양이, 여우, 쥐 등의 포유류 대변을 통해서 간흡충의 알이 배출됩니다. 간흡충 알은 제1 중간숙주인 쇠우렁이 등의 민물조개류에 먹힙니다. 그러면 숙주 내에서 간흡충이 성장합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제1 중간숙주에서 빠져나와 물속에서 지냅니다. 간흡충은 제2 중간숙주인 참붕어, 잉어, 붕어, 향어, 누치 같은 민물고기에 달라붙어 근육 내로 들어갑니다. 이런 물고기를 사람이 날로 먹으면 간흡충에 감염됩니다.

인체로 들어온 간흡충은 십이지장에서 성장한 후 담관으로 들어가 담관에서(주로 담관의 중간 부분) 성충이 됩니다. 보통 감염 후 성충이 되기까지는 3~4주가 걸립니다.

간흡충은 보통 3~4년 정도 사람의 몸속에서 살지만, 길게는 20~30년간 살수도 있습니다. 간흡충이 살면서 알을 낳게 되면 알이 담즙과 함께 소화관으로 나오면서 대변에 섞여 배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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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흡충의 생활사 (출처 : CDC)

위에서 말씀드린 생활 사이클을 따라 성장과 기생이 반복됩니다.

사람은 주로 간흡충에 감염된 물고기를 날것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간흡충에 감염되지만, 간흡충에 감염된 물고기와 접촉되어 오염된 칼이나 도마 등도 감염되는 경로의 하나입니다.

 

증상

간흡충증의 증상은 감염된 간흡충의 개수, 감염된 기간, 합병증의 유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감염이 일정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증상이 거의 없이 지내기도 합니다.

증상은 성충이 된 간흡충이 담즙의 흐름과 담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간흡충 때문에 담즙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거나 담관을 심하게 자극할 때에는 소화불량,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간흡충 성체가 많아서 담관 자체를 꽉 막게 되면 황달이 생기거나 세균감염이 발생해서 담관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담관염의 증상은 심하게 아픈 오른쪽 윗부분 복통, 발열, 황달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급성 담관염은 사망률이 높은 질환으로 반드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담관이 완전히 막히는 현상이 반복되면 담석증이 잘 생기고 간경변증(간경화)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만성적인 자극으로 담관 벽이 딱딱해지고 변형이 일어나면서 담관 자체에도 암이 잘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간흡충에 만성적으로 감염된 사람은 담관암의 발생 위험도가 약 2~3배나 높습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간흡충을 생물학적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즉 1급 발암물질이라는 뜻입니다.

 

진단 및 검사

간흡충의 알을 확인하거나 간흡충 자체를 확인할 수 있으면 확진을 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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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흡충 충란 (출처 : Public Domain Files)

대변 속에서 간흡충의 알을 확인하는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대변 내 기생충 알 검사법(Kato-Katz method)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대변을 검체로 만들어서 현미경으로 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가장 간편하고 비용도 합리적이므로 이 검사를 많이 사용합니다. 가장 정확하면서도 대변 내에 알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하면 감염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환자가 대변 검체 채취를 꺼리고 검사를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고 간흡충의 알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숙달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담도 내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하면 간흡충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복부초음파,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관 조영술 등의 검사가 있습니다.

혈액검사로 기생충에 대한 항체를 확인해서 간흡충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간흡충에 특이한 항원에 대한 항체가 생겼는지를 보는 검사입니다. 대표적으로는 효소 면역검사법(ELISA)과 신속진단키트(RDT)가 있습니다.

 

간흡충증의 치료

간흡충 자체를 사멸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입니다. 프라지콴텔(Praziquantel)이라는 구충제를 먹는 것으로 치료가 됩니다. 프라지콴텔 25mg/kg를 하루 3~4회 먹습니다. 보통은 하루 요법으로 약 83~85% 정도가 치유되지만 필요하면 며칠 더 먹을 수도 있습니다. 프라지콴텔의 부작용은 복통, 울렁거림, 구토, 어지러움 등이 있습니다. 임신부는 복용 금기입니다.

알약, 구충제

투약 2~3주 후 다시 한번 대변 내 기생충 알 검사를 시행해서 치료가 잘 됐는지를 확인합니다. 완치되었더라도 1년 후 재검사를 해서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충제로 간흡충을 사멸시킬 수 있지만 이미 손상된 담관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간흡충 때문에 나타난 복통, 소화불량, 황달, 발열 등의 증상과 담도 손상에 대해서는 개별적 치료가 동시에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합병증과 예방

합병증으로는 만성 담관염, 담석증, 담관암 등이 있습니다. 간흡충에 의해 담관 벽 형태가 변화해서 만성적인 담관염이 발생하게 되고 알이나 간흡충 자체가 담석의 원인 물질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담관의 물리적 자극으로 인해 담관암의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간흡충에 감염되지 않는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바로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지 않는 것입니다. 잘 익혀서 먹어야 합니다. 또한 칼, 도마 같은 조리도구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끓는 물에 10초 이상 가열해서 사용하는 등 위생상태를 청결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깨끗한주방


간흡충증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민물고기를 날것으로 먹지 않는 것

이상으로 간흡충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간흡충증은 생소한 질병이지만 무심코 놓쳤다가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임이 틀림없습니다.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식습관이 있다면 이를 피하기를 부탁드립니다. 만약 민물고기를 회 형태로 먹은 후 복통,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한 번쯤은 간흡충증을 의심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가까운 병원에 방문해서 정확한 진료를 받아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질병관리본부, 보건소, 한국건강관리협회 등의 기관에서도 기생충 퇴치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간흡충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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