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진료실에는 ‘대변’ 문제로 찾아오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무리 고상한 분일지라도 후련하게 해결이 안 되면 하루가 고통스러워지는 게 바로 이 대변 문제이지요. 여러분이 속으로만 궁금해 하시는 대변에 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정상적인 변의 색이란 어떤 건가요?
흔히들 황금색 변은 건강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일반적인 변의 색이 황금색에 가까운 황토색을 띄는 이유는 소화액인 담즙의 색 때문입니다. 색이 다소 옅거나 짙더라도 대부분 음식의 종류나 배변 횟수 등에 따른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의심해 보아야 하는 경우는 콧물 같은 점액이 나오거나 변이 짙은 검은색일 때, 혹은 피부가 노래지면서 회색이나 백색의 변을 보는 경우입니다. 배변 후 변기가 붉게 물든다면 대부분 치질, 치열이 원인이며 드물게는 대장암의 초기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 봐야 합니다.
매일 화장실에 가야 건강한 건가요?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별 소식이 없었는데 변비의 증상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구요? 배변은 그 횟수보다도 변의 상태나 배변 시 얼마나 힘이 드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별 이상이 없다면 일주일에 3번 이상, 하루에 3번 이하까지는 정상으로 보아도 됩니다. 반대로 매일같이 화장실에 가더라도 대변이 너무 딱딱하거나 힘이 많이 들면 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비 예방은 부드러운 음식으로?
화장실 가는 일이 힘들다고 식사하는 걸 꺼리거나 부드러운 음식만 고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많은 양의 식사를 해야 배변에 도움이 되고, 부드러운 음식보다는 섬유질이 풍부한 건더기 많은 음식이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설사에는 무조건 굶는 게 최고라는데….
과식 때문에, 혹은 특정 음식 때문에 설사를 하는 경우는 한두 끼 정도 굶어서 호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균성 설사는 굶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경우라도 만 하루 이상의 금식은 치명적인 탈수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적당히 먹어 가면서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지요.
변비약을 수시로 먹는데 괜찮을까요?
변비치료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약국에서 처방 없이 판매하는 약들 중에서는 대장의 수축력에 영향을 주는 자극성 제제들이 많으므로 장기 사용시 부작용이 클 수 있습니다. 반면 장에서 흡수되지는 않고 단순히 대변의 부피를 늘려 주는 약은 비교적 안전하여 장기간 사용할 수 있으나, 장의 운동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어 있는 경우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변비에는 약보다도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거나, 장의 운동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유산소 운동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와요.
선천적으로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는 사람들은 우유를 먹으면 소화를 못시켜 설사를 일으킵니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사람일지라도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감염되어 설사가 만성화되면 장점막이 손상되어서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할 수 있지요. 따라서 누구든지 설사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우유제품을 삼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변 문제는 아주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은밀한 고민 때문에 남모르는 곳에서 괴로워하시는 분들,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상쾌한 하루를 맞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