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은 개개인이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넓게 보면 그 형태의 차이가 다른 종에 비해서는 크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친척인 영장류를 보면 얼굴의 생김새가 다양한 종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밋밋한 종도 있습니다. 다양한 영장류 중에서 큰 집단을 이뤄 사는 종일수록 얼굴 형태가 더 단순하고 밋밋합니다. 이는 얼굴 표정을 이용한 소통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한 지역에서 큰 집단을 이룰수록, 흩어져 사는 종에 비해 얼굴 표정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이는 사회성이 높을수록 표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진화와 더불어 얼굴의 근육과 인대들은 부드럽고 유연해졌습니다. 다른 영장류들은 인간과 비교하면 근육과 인대들이 아주 질기고 단단하게 얼굴에 붙어있습니다. 덕분에 인간은 풍부하고 섬세하게 표정을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표정으로 표현합니다.
인간의 표정은 세계공통입니다. 놀랍게도 두세기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전 세계 인류의 표정이 똑같을 거라는 생각을 처음 한 것은 진화론의 아버지인 찰스 다윈입니다. 그는 1866년에 전 세계 인류의 표정이 공통적일 것이라고 처음으로 가정하고 연구했습니다. 모든 인류에게 표정이 공통적이라면, 그것은 본능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는 의미이며, 더 나아가 인류가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윈은 그의 저서<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 대하여>에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 원칙이 인간과 동물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원칙은 습관의 원리, 상반감정의 원리, 신경에너지 작동의 원리입니다. 습관의 원리란 감각, 열망, 혐오 등이 오랜 세대에 걸쳐 자발적인 행동을 일으키면, 다음 세대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감정을 경험할 때 나오는 반응과 행동이 대대로 이어지고, 반사와도 구별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상반 감정의 원리는 어떤 감정과 반대되는 감정 상태가 되면 그에 따라 처음과는 반대되는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신경에너지 작동의 원리는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는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약 한 세기 후에 나타난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다윈이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표정은 세계 공통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문화권에 따라 표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그러다가 파푸아뉴기니의 고립된 문화권에서 찍은 필름을 보았는데, 거기에 찍힌 표정들이 모두 익숙하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그가 처음에 가졌던 가설과는 달리, 표정이 인류 공통적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표정의 지도
19세기, 프랑스 최초의 신경학자였던 뒤셴은 얼굴의 근육이 어떻게 표정을 만드는지를 연구했습니다. 그는 사람의 영혼이 표정으로 직접 연결된다고 믿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내면을 나타내는 일종의 지도라고 확신하고, 표정을 통해 내적 상태를 분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표정을 지도로 만들기 위해서 얼굴 근육에 전기 자극을 주었습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얼굴 근육과 표정의 상관관계를 파악했습니다. 그는 얼굴 표정을 ‘영혼의 체조’라고 여겼습니다. 마치 체조에서 동작을 표현하듯, 감정을 표정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영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뒤셴은 그의 실험을 통해서 진심에서 나온 미소가 가식적인 미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보통 웃을 때는 큰 광대근이라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웃음이 진심일때는 눈 주변 근육에 있는 안륜근이 같이 수축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을 때는 안륜근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미소로 주변을 밝게 하지만, 어떤 이는 미소를 지어도 그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는 안륜근의 수축 여부로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 때문이지요. 안륜근이 수축하는 미소를 발견자인 뒤셴의 이름을 따서 ‘뒤셴 미소’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뒤셴미소를 자주 짓는 사람들은 더 많은 행복을 느끼고, 건강상태도 좋다고 합니다.
폴 에크만은 더 나아가 인간의 얼굴이 근육의 움직임을 조합해서 만 개 이상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을 창안했습니다. 이는 얼굴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코드로 만들어서 측정하는 것입니다. FACS는 수사현장에서 거짓말 탐지를 목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미드 <라이 투 미>의 주인공 라이트만 박사의 모델이 바로 폴 에크만입니다.
표정과 더불어 여러 가지 부언어(paralanguage)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대화를 하면서 슬쩍 윙크를 한다거나, 한쪽 입꼬리만 올리면서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부언어는 대화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하고, 다른 늬앙스를 보태기도 합니다. 부언어는 표정과 달리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나고, 상당히 범위가 넓습니다.
우리는 매일 항상 표정을 짓고, 다른 이의 표정을 접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표정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사람들이 더 원활하게 소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며, 저처럼 사람의 외모를 개선하는 의사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