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이 국내에 상륙했습니다. 몇 달 전 속초에서 포켓몬 고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속초로 향했던 일이 있었던 만큼 포켓몬 고의 국내 출시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포켓몬 고 게임은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게임으로서 현실과 게임을 접목하여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접목된 게임의 콘셉트 때문인지 어린아이부터 성인, 심지어 중장년층까지 게임에 매료되고 있습니다. 게임 패드를 움직여 이동하는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포켓몬을 잡기 위해 사용자는 실제로 이동을 해야만 합니다. 게임에만 몰두하여 신체활동이 저하될 수 있는 사람들까지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포켓몬 고 서비스가 시행된 지 몇 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포켓몬 고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게임을 하다가 사고를 내기도 하고 게임을 하면서 걷다가 다치기도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심지어는 잘 나오지 않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낙하 위험이 있는 곳과 같이 위험한 장소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정 지역에 몬스터가 많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SNS에 퍼진 후 사람들이 많이 모여 문제가 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포켓몬 고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전의 게임이나 앱들과 어떤 차이가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하게 되었을까요? 또한 포켓몬 고는 우리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이전 글에서도 게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포켓몬 고와같이 증강현실 게임을 통해 신체 활동을 증진시키는 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과 신체활동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건강과는 상관없는 매체였습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할 때 몇 시간 동안 앉은 자세로 모니터를 주시하며 키보드나 게임 패드를 누르는 것이 전부였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 각종 성인병 유발과 함께, 눈 건강과 손목 건강에도 게임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달리기와 같은 신체 활동을 증가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앱이 나오면서 단순히 건강만을 위해 하는 운동이 아닌 어느 정도 재미와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또한 신체활동을 증진 시키기 위한 비디오 게임도 한때 유행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포켓몬 고를 제작한 회사의 비디오 게임기는 특히 이러한 게임들이 많아서 몇 년 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들과 신체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게임들이 발매되었습니다.
의학계에서도 이와 같은 비디오 게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의학 검색엔진 펍메드(Pubmed)에서 검색을 해봐도 특정 게임기에 관련한 연구만 300여 편이 있을 정도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는 재활 분야였습니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과 관련된 근거 높은 연구 중 하나에서는 이러한 신체 활동 관련 게임이 일상생활 동작 수행 등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뇌졸중 환자의 기능 회복에 전통적인 재활치료와 비교했을 때 이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
또한 앞서 소개해 드린 글에서와 같이 정신건강과 같은 분야에서의 연구도 많았습니다만, 대부분의 연구들이 재활치료 및 밸런스 향상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게임을 통한 신체 활동 증가가 혈압이나 당뇨 수치와 같은 신체 지수의 향상이나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포켓몬 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서두에 언급했던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포켓몬 고를 하고 있습니다. 포켓몬 고를 통해 신체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이 실제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게임을 하면서도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게임이 출시된 지 몇 달이 지났기 때문에 단기간의 포켓몬 고 게임 플레이가 신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 또한 발표되었습니다.
세계적인 학술지인 영국 내과학회지(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진은 6주간의 게임 플레이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한 18세부터 35세까지의 미국 거주민 1182명을 대상으로 하여 아이폰 6 시리즈에 앱을 설치하고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였습니다.
건강 상태에 대한 조사는 아이폰에 설치된 건강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를 실험 참가자들이 제출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포켓몬 게임 실행 4주 전의 데이터를 우선 수집하였고 이후 게임 플레이 6주 후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560명(47.4%)의 실험 참가자는 5 레벨 이상 도달 하였고 앱 설치 4주전 평균 4256보를 걸었으며 앱 설치 첫 주에는 955보를 더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점차 감소하여 설치 6주 후에는 다시 이전의 걸음 수로 되돌아갔습니다
결론
위 연구의 제한점은 다양한 유형의 실험 참가자들이 연구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이폰 건강 애플리케이션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 중 객관적으로 연구에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걸음이 유일하다는 단점이 있겠습니다.
또한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 연구 참여자들이 스포츠 활동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기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포켓몬 고의 영향력에 대한 과대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문제 또한 있었습니다. 걸음 수의 증가가 있었지만 걸음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속도와 지속력을 지닌 건강한 걸음인지에 대한 평가도 없었다는 단점이 있겠습니다. 최근 등장한 헬스케어 밴드 등을 이용하여 보행 수 및 심박수 데이터 등을 종합하여 분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천보 정도의 활동 증가는 아마도 개인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켓몬 고와 관련된 여러 위험들을 상쇄해 줄 만큼의 영향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하루 약 천보의 걸음들이 모이면 월 삼만보가 되는 것이고 야외 활동으로 인한 비타민 D 합성 증가가 골다공증을 예방해 줄 수 있는 것과 같은 다양한 측면에 대한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관련 의학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렸을 만큼 포켓몬 고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포켓몬 고가 없었다면 그냥 앉아있었을 사람들이 일어나 움직였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활동의 증가는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포켓몬 고 게임은 수천만의 사람들에게서 게임을 통한 즐거움과 신체 활동의 증진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간 천보 증가라는 수치는 비록 개인적으로는 큰 영향력이 없다 할지라도 보건학적으로 보았을 때 사회 건강 비용의 감소와 같은 사회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은 막대할 것입니다. 앞으로 좀 더 안전하고 재밌고 효과적으로 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는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들이 더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