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아프고 피로가 지속되면 이 질환을 의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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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전신의 통증이 있고 피로, 불면, 관절통, 소화불량, 우울한 기분, 불안이 동반되는 경우 여러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오랜기간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러한 증상을 나타낼 경우 섬유근육통(Fibromyalgia)으로 진단 될 수 있습니다. 섬유근육통 또는 섬유근육통 증후군(fibromyalgia syndrome) 으로 불리는데 서구에서는 2~8%의 인구가 앓고 있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으며 여성이 7~9배 정도 남성보다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전 인구의 5% 가량이 섬유 근육통을 앓았던 적이 있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흔한 질환입니다. 증후군(질병의 증상이 단일하지 않고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쓰이는 용어)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으로 봐서 역시 정확한 진단이 어렵습니다. 또한 대부분 혈액검사나 방사선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 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섬유근육통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출처 : aqua4balance.com
1.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아…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현재는 중추신경계의 통증에 대한 신호전달체계의 이상일 것이라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통증자극에 대한 역치가 낮아(낮은 통증에도 반응) 통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데 이는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섬유근육통에서는 정신과적인 문제중 특히 우울증이 같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0%정도의 환자가 우울증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는 섬유근육통과 우울증에서 발현되는 비정상적인 유전자가 공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은 중추신경계에서 세로토닌의 대사가 감소되어 있고, P 물질(substance P, 통증 유발 물질)가 증가되어 있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증과 기분에 관련된 스트레스 회로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커서 섬유근육통을 앓게 되는 것입니다.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보다 더 높은 질병의 일치율을 보이기 때문에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환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만성피로증후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은 질환들이 동반됩니다. 신체에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습관 즉 흡연, 비만, 운동부족이 섬유근육통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2. 특징적인 증상들

만성적인 통증이 일차적인 증상입니다. 통증은 3개월 이상의 만성적 통증이고 눌렀을때 통증을 일으킬 만한 자극이 아닌데도 통증을 보이는 이질통(allodynia)이 특징입니다. 통증은 주로 어깨, 목, 허리, 골반에 나타나고 30% 정도의 환자들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 질환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피로, 불면이 통증과 함께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자고 일어난 뒤에도 피로를 느끼고 수면중에도 자주 깨게 됩니다. 인지기능의 저하 또한 나타날 수 있는데 집중력저하, 기억력 저하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신과적으로는 불안과 우울이 흔하게 동반됩니다. 다른증상으로는 저리거나 마비처럼 느껴지는 감각이상(paresthesias), 사지 근력의 저하, 신경통, 근육연축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른 질병이 함께 동반되는 경우 섬유근육통이 더 심해지기도 하는데 감염성 질환이나 근막통증증후군,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간질성 방광염, 두통등이 있습니다.

3. 진단은?

1990년에 발표된 섬유근육통의 진단기준에는 통증이 자주 일어나는 18개의 신체 부위중 11군데 이상에서 통증을 나타낼 경우 진단을 했었는데 최근 발표된 2010 미국 류마티스 학회(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의 진단기준에는 이것이 제외 되었고, 대신 WPI(widespread pain index, 전신 통증 부위)와  SS(symptom severity scale, 통증정도) 점수를 측정하여 진단하는 것으로 개정 되었습니다.

이미지출처 : MK 뉴스

WPI 점수는 위의 그림중 19개의 신체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곳의 수로 측정합니다. SS점수는 위의 그림에서 처럼 피곤함, 잠에서 깰때의 기분, 인지장애, 신체증상 각각을 0~3점(그림의 4점이 아닙니다. 잘못된 그림입니다. 3점이 맞습니다)으로 하여 점수를 매기게 됩니다. 한글로 된 인터넷에서 찾을수 있는 유일한 그림인데 잘못 되었네요. 4문항중 각각 3점이 만점이니 가장 심하면 12점이 되겠습니다.

진단기준은 아래의 세가지를 만족해야 합니다.

  •  WPI ≥ 7 이고 SS ≥ 5 또는 WPI 3~6 이고 SS ≥ 9
  • 증상은 3개월 이상 비슷한 정도로 지속
  • 통증을 설명할만한 다른 진단이 없을때

위의 모두를 만족할 때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4. 치료는 잘 되나요?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붙었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고 이로 인해 다른 진단으로 오인되어 잘못된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인과 기전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점점 연구가 진행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연구들도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먼저 약물치료를 보시면 주로 항우울제와 항경련제가 사용됩니다.

항경련제인 프리가발린(pregabalin), 항우울제인 둘록세틴(duloxetine)이 최근 미국 FDA와 캐나다에서 섬유근육통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프리가발린은 우리나라에서도 승인된 약제 입니다. 항우울제인 밀나시프란(milnacipran)은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승인 받지 못하였습니다. 소염진통제는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마약성진통제는 각 국가의 학회별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미국에서는 절대 쓰지 말것을 강조하지만 유럽에서는 소염진통제와 약한 마약성 진통제의 혼합 약제를 사용 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을 수 있는 인지행동 치료, 행동치료, 심리치료도 최소~중간정도의 효과가 있다는 몇몇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섬유근육통에서 중요한 생활습관중 하나는 운동입니다. 운동은 통증, 피로, 불면에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수영, 아쿠아로빅과 조깅,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함께 하였을 때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섬유근통 환자중에는 추위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수중운동은 따뜻한 물이 있는 수영장에서 해야 하겠습니다. 침술치료에 대한 연구도 있었는데 효과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또한 최고의 의학저널인 NEJM에 실린 연구중에는 흥미롭게도 태극권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데 태극권은 중간정도의 치료효과가 있었습니다.


5. 요약

섬유근통은 치료가 잘 안되는 질환군이지만 정신과 치료나 운동과 함께 약물 치료를 병행할 때 치료효과가 높습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오랜시간동안 증상이 호전되지 않지만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잃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는 질환과는 달리 비슷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질환과 연관된 요인인 통증과 정신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무환경, 생활환경, 질환에 대응하는 능력등은 다른 증상들의 심한정도와 생활하는데 있어서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정확한 약물치료와 위의 여러 다른 치료요법들 그리고 생활환경의 변화가 섬유근육통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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