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이 가끔씩 저려오는데 혹시 풍기가 아닐까요?” “얼굴이 한쪽만 시린데 바람이 들어간 모양이예요…” 이런 질문을 하시는 환자분들의 눈빛에는 늘 근심이 가득합니다. 혹시 중풍의 시초가 아닐까? 하는 염려때문이시지요. 과연 그럴까요?
두렵고 성가신 병, 중풍
한국사람이 제일 무서워 하는 병이 무엇일까요? “당연히 암이지” 하시는 분이 많겠지만 ‘중풍’을 꼽는 분도 적지 않으실 겁니다. 특히 중풍후유증으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모셔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중풍끼’라는 말만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하십니다.
암은 너무 늦게 발견하여 치료시기를 놓치면 속수무책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중풍은 죽을 고비를 넘겨도 평생 심각한 장애로 자신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에게 까지도 짐을 지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손끝, 발끝, 얼굴 등 신체 말단부위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감각이 오면 중풍을 염려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손발 등이 조금씩 저리는 증상은 중풍과는 무관한 증상일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중풍이란?
중풍이란 전통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이고 서양의학에서는 뇌졸중이라는 말을 씁니다. 뇌졸중이란 뇌세포를 먹여살리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병으로 크게는 혈관이 막히는 경우와 혈관이 터져버리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건 사고가 난 혈관이 공급하는 뇌의 일부가 망가져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만일 언어를 담당하는 부분의 뇌혈관이 문제가 생기면 하루 아침에 말을 못하게 되고 우측 손발을 지배하는 부분이 문제가 생기면 반신마비가 되는 것이지요. 결국 중풍이란 혈관의 병이 원인이 되는 것인데 혈관에 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적이 바로 고혈압과 고지혈증입니다. 혈압이 높으면 노쇠한 혈관이 잘 터질 것이고 혈액속에 기름끼가 많으니 혈관이 잘 막히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뇌혈관의 아주 작은 가지가 터지거나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그 혈관이 지배하는 곳이 손이나 발의 신경이라면 그곳에 이상감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일 손발저림을 궂이 중풍과 연관을 짓자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반드시 뇌의 이상이 아닌 경우에도 얼마든지 손발이나 얼굴 등 신체의 일부가 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손발저림의 더 흔한 원인들
우선 당뇨나 갑상선질환같은 내분비질환이 있거나 설사나 구토 등으로 전해질의 일시적인 이상이 있을때 신체의 일부가 저리거나 감각이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손목을 자주 쓰시는 분들의 경우 손목의 일부가 좁아져서 신경이 직접 눌리는 경우도 흔한데 이를 수근터널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충분한 휴식과 약물치료로 대부분 완치가 됩니다.
지나친 긴장이나 불안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도 신체의 일부가 저릴 수 있습니다. 만일 환자분들이 걱정하는데로 뇌졸중의 증상으로 저림증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해당부위의 근력이 약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의 다른 증상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몸에 바람이 들었다구요?
‘바람 들었다’는 말은 중풍의 풍자가 바람 風이어서 유래된 말 같은데 먹는 무라면 모를까 사람몸에 바람이 드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바람기가 있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 종종 쓰이지만요….) 중풍이 올 가능성이 많은 분들은 손발이 저린 분들이기 보다는 혈압이 높은데도 치료를 하지 않거나 뚱뚱하고 고지혈증인 분,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입니다. 이러한 원인들은 안전한 약물복용과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하여 대부분 효과적인 교정이 가능합니다.
신체의 일부가 저리다고 해서 무조건 중풍걱정을 하실 것이 아니고 그보다 훨씬 흔한 다른 원인들을 구별하기 위한 정확한 진찰과 검사를 받으실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