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게실’과 ‘대장 게실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게실(Diverticulum)은 식도, 위, 소장, 대장, 기관처럼 관통형의 장기에서 일부가 바깥쪽으로 볼록하게 튀어 나간 맹낭(막혀있는 주머니)입니다. 쉽게 말해 장벽에 생긴 구덩이이자 주머니입니다. 도로에 팬 싱크홀이라고 생각하면 더욱더 쉽습니다.
게실은 정상적으로도 존재할 수 있지만, 이 주머니 때문에 고생하는 분도 있습니다. 바로 게실에 염증이 생기거나 게실이 다른 장기를 압박하거나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여러 종류의 게실이 있지만, 오늘은 선천적으로 생기는 게실 중 하나인 메켈 게실(Meckel’s diverticulum)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메켈 게실(Meckel’s Diverticulum)이란?
메켈 게실은 소장에 발생한 게실(Diverticulum)입니다. 1809년 메켈(Johann Friederich Meckel, 독일 해부학자)이 난황관 기형 때문에 이 게실이 생기는 것을 알아내면서 메켈 게실로 부르고 있습니다.
메켈 게실의 원인, 역학, 특징
메켈 게실이 생기는 원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태아가 발달하면서 임신 5~7주 사이에 난황낭과 소장을 연결하는 난황관이 퇴화합니다. 그러나 난황관이 퇴화되지 않고 주머니 형태로 남아있게 되면 메켈 게실이 됩니다. 난황관이 퇴화하지 않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메켈 게실은 소장의 선천성 기형 중 가장 흔한 질환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 인구의 약 2%에서 메켈 게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켈 게실이 있지만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는 남녀 비율이 같습니다.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남성이 약 3~4배 정도 많다고 합니다.
메켈 게실은 대부분 회맹판(Ileocecal valve, 소장과 대장의 경계) 90cm 이내의 소장에 있습니다. 메켈 게실을 조직검사 해보면 약 15%에서 위점막이나 이자 조직 등의 비정상 조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메켈 게실로 증상을 보이는 경우 약 30~50% 정도가 이런 비정상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켈 게실은 특히 ‘2의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장 끝 2 feet (약 60cm) 내에 있고 길이는 2 인치(약 5cm)입니다. 발생률은 인구의 약 2% 정도이고 보통 2세 이전까지 증상이 발생합니다. 위나 이자 등의 2가지 다른 비정상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켈 게실은 대부분 단독으로 발견됩니다. 다만 다른 선천적 기형이 있다면 메켈 게실의 발생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식도 폐쇄, 십이지장 폐쇄, 항문막힘증, 다운증후군, 선천성 횡격막 탈장 등의 다른 선천성 기형이 있다면 메켈 게실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메켈 게실 자체는 단독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메켈 게실이 있다면 다른 기형에 대한 조사는 일반적으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메켈 게실이 동반되어 있는 다른 선천적 질환이 있다면 메켈 게실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메켈 게실의 증상
메켈 게실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무증상 메켈 게실로 살다가 우연히 검사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메켈 게실에 의한 가장 흔한 증상은 출혈(Bleeding), 폐색(Obstruction), 염증(Inflammation, diverticulitis)입니다. 이런 증상은 전체 환자의 약 4%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메켈 게실에서 출혈은 다양한 원인 때문에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위점막 조직이나 이자조직이 있는 부분에서 여러 효소가 나오고 궤양이 생겨 출혈이 나는 경우입니다. 출혈 때문에 혈변이 나오는데 보통은 복통이 동반되지 않는 선홍색(적갈색)의 혈변입니다.
흑색변이 나온다면 메켈 게실 출혈은 아닐 가능성이 커집니다. 때때로 출혈량이 많아 하루에도 수십 차례 혈변을 보기도 하므로 빈혈, 피로감, 창백함 등이 동반될 수 있고 혈액검사에서 혈색소가 감소한 소견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메켈 게실을 가진 전체 환자의 약 30% 정도에서 출혈을 경험하게 되며 유아에서 발생하는 모든 하부 위장관 출혈의 약 50% 정도나 됩니다.
메켈 게실 때문에 장폐색(Obstruction)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메켈 게실 자체가 부가적으로 덧붙여진 맹관이기 때문에 장을 막는 기회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장폐색은 전체 환자의 약 25%에서 발생합니다. 장중첩(Intussusception), 장염전(Torsion), 내장 탈출증(Hernia)등의 원인으로 인해 장폐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폐색이 일어나면 구토, 복통, 탈수,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메켈 게실 자체에 염증(게실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염증은 전체 환자의 약 20%에서 발생합니다. 염증이 생긴 메켈 게실을 확인해 보면 대부분 위점막, 이자조직 같은 비정상 조직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염증 때문에 복통, 발열, 오한, 설사, 혈변,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메켈 게실의 위치는 충수의 위치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종종 메켈게실의 염증과 충수염(흔히 말하는 맹장염)을 서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외에 배꼽 기형도 있습니다. 전체 환자의 약 5~10% 정도에서 발생하는데 배꼽으로 누관통로가 생겨 무언가 흘러나오는 증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진단 및 검사
메켈 게실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검사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핵의학 스캔 검사(99m Technetium-Na-pertechnetate)입니다. 이를 통해 메켈 게실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폐색이 동반된 경우에는 이 검사로 확인이 어렵습니다.
혈관 조영술, 캡슐내시경, 풍선 소장 내시경(단일 또는 이중) 등의 특수한 검사를 이용해서 메켈 게실을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검사로는 정확하게 확인이 안 되지만 임상적으로 메켈 게실이 의심된다면 진단을 위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메켈 게실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혈액검사, 복부 X선 검사,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 등의 검사도 시행하지만 메켈 게실을 찾아낼 확률이 낮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검사이고 메켈 게실로 인한 합병증을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목적으로 먼저 시행하곤 합니다.
메켈 게실의 치료
증상이 없는 메켈 게실은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는 메켈 게실은 증상에 맞추어서 치료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술로 제거를 하는 것이 근본 치료입니다.
메켈 게실에 의한 출혈이 있다면 수혈, 응급처치 등이 필요할 수 있고 빈혈을 해결하기 위해 철분제 보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장폐색이 있다면 금식하고 혈관으로 수액과 영양을 공급해야 합니다. 염증이 있다면 항생제 정맥 주사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메켈 게실에 의한 증상에 맞게 치료하되, 치료가 잘 안되거나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결국에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메켈 게실만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고 게실이 붙어있는 소장의 일부까지도 함께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가능하면 복강경으로 수술하지만, 필요하다면 개복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메켈 게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메켈 게실(Meckel’s diverticulum)이란 용어가 생소하여 이번에 처음 들어본 사람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질병은 아니기에 더욱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드물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성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질병이 있구나”, “어디선가 들어봤다”라는 느낌만 들 수 있더라도 오늘 말씀드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켈 게실로 증상이 발생해서 치료 중인 분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치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