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은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대표적 성인병들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들 병의 관리에 환자 자신의 습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성인병’보다는 ‘생활습관병’이라고 바꾸어 부르고 있습니다. 모르면 정말로 손해가 많은 생활습관병에 대한 상식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생활 습관병 사이의 묘한 공통점
고혈압은 혈관내의 압력이 노화에 의한 동맥경화 등에 의하여 상승하는 병이고, 당뇨는 혈중 인슐린 농도의 상대적, 혹은 절대적 부족으로 인하여 포도당 농도가 상승하는 병입니다. 고지혈증 또한 혈중의 지방 농도가 높아져있는 상태를 말하지요. 이렇게 보면 세 가지 병은 전혀 다른 기전을 가진 별개의 질병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생활습관병들은 묘한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들 병들은 발병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간혹 혈압이 올라가서 뒷골이 아파오는 분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측정해 보기 전에는 자신의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합니다. 당뇨병 역시 식욕이 좋아지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기는 하지만, 통증 등 불편한 증상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지혈증도 피를 빼서 검사해 보기 전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두 번째로 이들 병들의 최종 공격 목표는 모두 혈관입니다.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모두가 동맥경화를 촉진하여 중풍이나 심장마비 같은 치명적인 혈관합병증으로 환자들을 절명케합니다.
또한 이들 질병은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두 개 혹은 세 가지 병이 한 환자에서 동시에 발현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마지막 공통점은 이들 세 가지 질병 모두가 현대 의학으로 완치가 안된다는 점입니다. 한 번 발병하면 싫어도 평생 함께 해야하는 끈질긴 놈들입니다.
증상이 없다면 좋은 것 아닌가요?
아프지 않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통증과 불편함은 괴롭긴 하지만,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알람 신호입니다. 많은 생활습관병 환자들이 약물 치료에 거부감을 갖고 허접한 민간요법 등에 의지하곤 하는데, 이는 당장 불편한데가 없기 때문에 치료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무릎 관절염과 고혈압을 같이 앓고 있는 할머님이 계시다면, 혈압약은 제대로 안 드셔도 무릎을 고치기 위해서는 침도 맞고, 주사도 맞고… 좋다는 곳은 여기저기 다 쫓아다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무릎은 당장 아프지만 고혈압은 신경이 덜 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병중에서 할머님의 생명을 정말로 위협하는 놈은 관절염이 아니라 고혈압입니다. 평소에 괴롭히던 무릎 통증으로 돌아가시는 분은 없어도, 제대로 치료가 안 된 고혈압 환자는 중풍이나 심장마비로 예고없이 돌아가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의사들이 고혈압과 같은 생활습관병을 ‘소리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왜 생활습관인가요?
처음 발병하면 증상이 없지만, 그렇다고 완치되지도 않기 때문에 병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수년이 흐르면 어느새 합병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들 병의 합병증들은 매우 치명적이라서 치료보다는 예방이 훨씬 중요합니다. 결국, 치료의 목적도 완치가 아니라 관리를 통한 합병증의 예방이 되어야 합니다. 질병의 심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는 약물치료와 생화습관 조절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공복시 혈당이 250인(정상치는 110정도) 당뇨환자가 혈당을 100까지 낮추기 위한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어떤 이는 평소대로 먹고, 운동도 게을러서 못하면서 하루 혈당강하제 5 알을 먹어야 되는 반면, 식사를 70%정도 줄이고 아침 저녁으로 식후 30분간의 조깅을 함으로써 약은 하루 한 알만 드시는 분도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은 모든 생활습관병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술은 혈압과 당을 올리고 담배는 혈관 합병증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금주, 금연, 소식, 규칙적인 운동 등 인간의 본성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만이 이들 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