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도 기침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기침이란 급격하고 폭발적으로 숨을 내뿜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외부물질(이물질, 음식물 등)이 기도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내부 물질(가래, 기도 분비물 등)을 기도에서 배출하기 위해 기침을 합니다. 이는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반응이자 방어기제입니다. 즉 정상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정상적인 반응으로서만 기침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질병 때문에 기침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침이 지속되면 기침 자체로 인해 고통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침을 일으키는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기침은 크게 급성 기침과 만성 기침으로 구분합니다. 급성 기침과 만성 기침을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급성 기침이냐 만성 기침이냐에 따라 기침을 유발하는 원인(원인 질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원인이 다르면 당연히 치료 방침도 달라집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 단발적으로 기침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겨울이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만성 기침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에는 만성 기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만성 기침(Chronic cough)이란?
만성 기침이란 일반적으로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을 말합니다. 즉 급성 기침과 만성기침을 나누는 기준은 8주입니다. 8주 이내에 생긴 기침은 급성 기침(Acute cough)에 해당하고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만성기침(Chronic cough)에 해당합니다.
만성 기침의 원인
간단히 급성 기침의 원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급성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상기도 감염입니다. 말 그대로 상기도 감염이란 숨 쉬는 호흡기 중 상부 쪽에 생긴 감염증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주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대부분입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증이 바로 감기입니다. 따라서 급성 기침일 경우 아주 심각한 질병을 내포하고 있는 다른 동반 증상이 없다면 감기에 준하여 치료를 시작합니다.
만성 기침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주된 4가지 원인이 있고 기타 원인이 있습니다.
1) 상기도 기침 증후군 (Upper Airway Cough Syndrome)
상기도 기침 증후군이란 코나 부비동에서 생성된 점액이 목뒤로 넘어가면서 목을 자극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침을 말합니다. 과거에 후비루 증후군(Postnasal drip syndrome)이라고 불렀던 병입니다.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원인 자체는 다양합니다. 알레르기 비염, 부비동염, 인후두 위산 역류증(Laryngopharyngeal acid reflux) 등의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특징적인 진찰 소견은 목구멍 안쪽 벽에 보이는 자갈 모양의 불규칙한 점막 상태(Cobblestone appearance)입니다. 이를 확인하면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매우 심하다면 목구멍 안쪽 벽에 콧물이 목뒤로 흐르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원인을 밝히는 것입니다.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원인이 밝혀지면 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합니다. 원인을 찾지 못하면 비충혈 억제제, 항히스타민제, 국소 스테로이드제, 식염수 세척 등의 치료법을 시행하여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는 증상을 조절합니다.
2) 기침 이형 천식(Cough variant asthma)
천식의 일반적인 증상은 숨이 참,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남(천명음, Wheezing), 기침 등입니다. 천식이 있다면 보통은 일반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그런데 천식 중에서도 이러한 일반적인 증상이 없이 오로지 기침만이 유일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천식이 있습니다. 이를 기침 이형 천식이라고 합니다. 즉 만성 기침의 원인이 이러한 기침 이형 천식 때문일 수 있으며 만성 기침 환자의 약 20~40%가 이에 속합니다.
진단 방법은 일반적인 천식의 진단과 같습니다. 다만 차이점은 기침 이형 천식의 검사 소견이 일반적인 천식 검사소견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경하게 나타난다는 정도입니다.
치료도 일반적인 천식과 비슷합니다. 원인 알레르기 물질을 회피하거나 천식 악화를 자극하는 물질을 멀리합니다. 즉 금연을 하고 차가운 공기에 갑작스럽게 노출되지 않도록 합니다. 방향제나 스프레이 같은 분사제도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치료도 병행할 수 있는데 흡입용 스테로이드 제제, 기관지확장제, 류코트리엔 조절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위식도 역류질환(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여 올라오면서 목을 자극하면 기침이 날 수 있습니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으면 윗배가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증상 없이 단순히 기침만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내시경 검사, 24시간 식도 산성도 모니터링 검사 등의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위산억제제, 위장관 운동 개선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를 시행합니다. 또한 위식도 역류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음식(초콜릿, 커피, 담배, 탄산음료, 기름진 음식 등)은 피하고, 식후 바로 눕지 않으며, 과식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4) 만성 기관지염 (Chronic bronchitis)
만성 기관지염이란 기관지에 염증이 지속되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기침과 가래가 있는 상태가 1년 중 3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최소 2년 연속으로 나타나야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만성 기관지염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주된 원인은 바로 흡연이며, 대기오염이나 미세 흡인 물질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 흉부 방사선 촬영(Chest X-ray),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Chest CT), 폐기능 검사(PFT), 기관지 내시경(Bronchoscopy) 등의 영상검사가 필요할 수 있고 그 밖의 혈액검사, 가래검사 등의 검사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미세물질을 피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기침억제제, 점액용해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고 심하면 기관지 확장제, 산소치료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5) 기타 원인
기타 원인에 의한 만성 기침은 치료 약물에 의한 기침, 드문 폐 질환에 의한 기침이 있습니다. 그러나 약 10% 정도에서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1) 치료 약물에 의한 기침
일부 약제는 기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은 고혈압 약의 일종인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 ACE Inhibitor)입니다. 이 약은 고혈압, 심근경색 후 치료, 심부전, 신장 질환, 당뇨병 등의 질병에서 광범위하게 사용 중입니다.
이 약으로 인해 기침이 발생한다면, 기침은 대개 복용 시작 3주 후에 나타나며 길게는 1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약물 중단 시 보통 수일 내에 기침이 멈추게 됩니다.
(2) 드문 폐 질환
기관지 확장증, 호산구성 기관지염, 간질성 폐 질환, 폐농양, 폐암, 폐결핵 등의 폐실질 질환으로 만성 기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질환 때문에 만성 기침이 지속되고 있다면 대개는 해당 병에 특징적인 증상이 동반되어 있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폐결핵이 있으면 야간 발한, 객담, 발열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나고 폐암이 있으면 체중 감소, 식욕부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폐결핵이 흔하고 폐암 환자도 많으므로 만성 기침이 있을 때에는 이런 병이 숨어 있지는 않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이상으로 만성 기침의 원인 질환을 알아보았습니다. 살펴보았듯이 원인 자체도 다양하고 원인에 대한 원인도 다양합니다.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기침이 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그러나 8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기침이 있다면 단순히 지나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질병 때문에 만성 기침이 유발되었다면 기침을 유발하는 질병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또한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기침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치료가 중요합니다.
“ 8주 이상 기침이 계속된다면 이것은 특정한 병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