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에 방송되어 전 국민적인 관심이 고조되었던 고지방 식이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시들해졌습니다. 실제로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부터 별 효과가 없다는 사람까지 인터넷 공간에는 고지방 식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그랬듯이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고지방 식이로 인해 체중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고 줄어든 탄수화물 섭취로 인해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는 것을 여러 전문가들이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고지방 식이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 또한 강조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전문가 그룹의 경고에 대해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는데 왜 하지 말라고 하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장기적 고지방 식이가 정말로 위험한지를 모르는데(연구 결과가 없는데) 다이어트 효과가 큰 식단을 계속하겠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건강에 관련해서는 그 어느 극단적인 방법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항상 균형을 이루는 습관이 가장 건강한 습관임은 명백한 사실인 것입니다. 균형이 깨질 경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도 항상 깨진 균형과 관련하여 질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지방 식이에 관해서도 이렇게 깨진 균형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고지방 식이와 암 전이(Cancer metastasis)
최근 네이처(nature) 지에 실린 한 연구 결과는 고지방 식이가 암 전이를 증폭시킬 수 있음을 밝혀내었습니다.
암 환자는 대부분 말기에 이르러 전이가 되어(4기) 이로 인한 여러 가지 장기 부전으로 인해 사망을 하게 됩니다. 암의 전이는 암 환자의 기대여명을 단축시키는 큰 적입니다. 이러한 암의 전이가 고지방 식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고지방 식이중인 사람이 암에 걸렸을 경우 커다란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지방 식이와 암 전이 간에 과연 어떠한 관련성이 있을까요?
네이처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스페인에 있는 바르셀로나 연구소(Institute for Research Barcelona (IRB)) 팀은 암 전이와 관련이 있는 한 단백질에 주목했습니다.
CD36이라는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는 CD36 단백질은 다양한 척추동물의 여러 세포 표면에서 발견되는 항원(antigen) 단백질입니다. CD36은 혈소판에서 혈액응고와 관련된 인자의 부착에도 관여하고 다양한 지방산을 세포 표면에 부착시킵니다.
연구진은 암 환자에게서 채취한 구강암, 피부암, 자궁경부암, 폐암, 방광암, 유방암세포를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암 환자의 전이 암세포에서는 CD36이 다량 분포하였습니다. 일반 암세포에 CD36 단백질을 주입한 결과 일반 암세포의 전이 암세포로의 변이가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진은 CD36이 암의 전이에 관여한다는 것을 우선 확인하였습니다.
연구진은 또한 CD36과 암 전이, 그리고 지방과의 관련성을 알기 위해서 우선 실험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고지방 사료를 다른 그룹에는 일반 사료를 먹게 하였습니다. 이후 쥐들에게 인간의 구강암 세포를 주입하였습니다.
일반 사료를 먹은 쥐들에 비해 고지방 사료를 먹은 쥐들에게서 더 큰 암이 발생하였고 암의 전이 또한 훨씬 더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지방 식이가 암 전이를 증폭시켰을까요?
고지방 식이가 암 전이를 증폭시키는 기폭제
연구진은 이전에 암의 전이에는 CD36이 깊게 관여함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 대부분의 동물과 식물 지방에 존재하는 팔미트산(Palmitic acid)이라는 지방산에 구강암 세포를 더한 물질을 한쪽 실험 쥐에 주입하였고 다른 쪽 쥐에게는 팔미트산 없이 구강암 세포를 주입하였습니다. 실험 쥐들은 양쪽 그룹 모두 일반 사료를 먹게 하였습니다.
두 번째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로 팔미트산과 구강암 세포를 함께 주입한 실험 쥐 그룹에서 거의 모든 실험 쥐들이 암의 전이가 일어났습니다. 다른 그룹의 실험 쥐들은 절반가량에서 암의 전이가 있었습니다.
두 가지 실험 결과 연구진은 고지방 식이가 CD36의 암 전이 기능을 증폭시키는데 관여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즉, 고지방 식이로 인한 팔미트산과 같은 지방산의 증가가 체내 세포의 CD36의 기능을 증폭시켜 암 환자에서의 전이를 촉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암세포의 증가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연구진 들은 CD36의 부착을 방해하는 항체 물질을 실험 쥐들에게 투입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이미 암세포가 주입된 쥐들에서 전이 암세포의 수가 80~90%가량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20%의 실험 쥐들에서는 전이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고지방 식이가 CD36을 활성화시켜 암의 전이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과 CD36에 대한 항체가 이미 전이된 암세포를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이 연구로 인해 암의 전이에 대한 기전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전이된 암의 치료에도 새로운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결론
본 연구 결과는 동물연구 결과로서 사람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동물 실험 결과 확인된 사실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초 의학 위주의 연구들이 많이 실리는 네이처의 연구 결과가 의학계에서는 그다지 의미 있게 다뤄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본 연구는 어느 정도 의미 있게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정 약물의 개발에 있어 동물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동물에게 효과가 있었던 약물이라 할지라도 사람에게 다르게 작용할 수 있고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의 연구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암과 같은 경우는 좀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새로운 치료제는 임상 시험을 거쳐 효과가 입증된 이후 사람에게 투약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약이 승인되기 전이라면 대체 약물이나 치료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의 결과가 추후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실로 드러난다면 장기간 고지방 식이를 하던 사람이 진단되지 않은 암에 걸린 경우 그 결과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예를 들어 10% 이하라 할지라도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치료약제가 추후 사람에게서 효과가 있음이 밝혀진다면 그때 사용하면 되는 것이지만 본 경우에는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포유동물에 존재하는 CD36의 암 전이 가능성을 보았고 식물과 동물의 지방에 흔히 존재하는 팔미트 산을 고지방 식이를 특정 지어 연구하였기 때문에 위 연구결과를 단지 동물 실험으로 치부해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방이 대장암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최근 연구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다이어트를 위해 고지방 식단이 필요한지 현재 고지방 식이를 하시거나 하실 예정이 있으신 분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