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며 완연한 봄이 왔습니다. 봄철에는 유독 나른하다고 느끼고 피로감이 쉽게 생긴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급격한 계절 변화로 발생하는 춘곤증 같은 일시적인 증상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다만 혹시라도 질병 때문에 이런 증상이 발생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봄철에 잘 발생하는 급성 A형 간염이 대표적인 질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급성 A형 간염 이외에도 급성 B형 간염, 급성 C형 간염 등도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힘을 빠지게 만듭니다. 그러나 급성 A형 간염과는 다르게 급성 B형 간염, 급성 C형 간염은 치료 후에도 만성 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C형 간염은 만성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오늘은 우선 급성 C형 간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급성 C형 간염의 정의와 역사
C형 간염이란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가 간에 염증을 일으켜 간세포가 손상된 상태를 말합니다. 급성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6개월 이내의 간염을 의미합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1989년에 발견되어 1992년 이후로 수혈 시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 검사 항목이 도입되면서 수혈에 의한 전염 위험이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참고로 C형 간염은 간헐적으로 유행 가능성이 있어 계속 발생 감시를 해야 하는 법정 감염병 제3군에 해당합니다.
전염 경로
C형 간염은 대부분 혈액을 통해 전염됩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과 접촉하면서 쉽게 이동합니다. 즉 오염된 주삿바늘, 피어싱, 문신, 침술, 바늘, 손톱깎이, 면도기, 칫솔 등에 의해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으로 침투해 C형 간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성접촉을 통해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도 있는데 현재 일부 논란이 있습니다. 이성 간 단일 상대방과의 성접촉을 통한 전염 위험은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성 상대방이 다수거나, 상처를 동반한 성행위, 항문성교, 남성 간의 성행위 등에서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파 위험이 증가합니다. C형 간염 산모로부터 신생아로의 수직감염도 가능하나 빈도가 매우 낮습니다. 이외에 원인 경로를 뚜렷하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이 식사하기, 물컵 공유하기, 악수, 포옹 등의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파되지 않고 모유 수유로도 전파되지 않습니다.
증상
급성 C형 간염에 걸리더라도 약 70~80%의 환자는 증상이 없습니다. 즉, 대부분 증상 없이 급성 C형 간염을 앓고 지나갑니다.
일부에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합니다. 미열, 기침, 근육통, 피로감 등의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울렁거림, 구토, 식욕부진 같은 소화기계 증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우상복부 불편감과 황달이 생기기도 합니다.
황달은 급성 C형 간염 환자의 약 20%에서 나타납니다. 황달의 대표적인 증상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 피부색이 샛노랗게 되거나 소변 색깔이 콜라색처럼 진해지는 것입니다. 전신 가려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급성 C형 간염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진단
C형 간염은 혈액검사를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진단할 수 있습니다. C형 간염 항체 검사(Anti-HCV)와 HCV-RNA 유전자 정량검사(HCV-RNA)를 시행합니다. C형 간염 항체(Anti-HCV) 검사는 C형 간염이 의심되는 환자나 고위험군의 선별검사로 시행하기 위한 1차 검사로 사용합니다. 거짓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확진의 수단은 아닙니다.
HCV-RNA 유전자 정량검사(HCV-RNA)는 C형 간염 바이러스의 RNA를 확인하는 검사로 여기서 양성이 나오면 C형 간염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거짓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환자의 임상 상태와 다른 검사를 종합해서 확진을 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 이외에도 간 기능 검사나 소변검사 같은 기본 검사를 시행해서 간염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부 초음파와 같은 영상의학검사로 간의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드물지만 간 조직 검사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
급성 C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회복됩니다. 게다가 급성 C형 간염에서 전격성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치료의 근간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있습니다. 절대 안정, 고단백 식이, 증상 개선에 초점을 둔 대증 치료가 그것입니다. 증상이 가벼우면 통원치료가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병의 경과가 급격하게 악화하는 경우에는 입원하여 치료합니다.
‘페그-인터페론 알파’, ‘새로운 항바이러스 치료제(Direct Acting Antivirals, DAA)’ 같은 약제를 투여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급성 C형 간염의 자연 경과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서 의사의 판단하에 투약을 결정합니다.
알코올과 담배는 간 기능을 악화시키고 간암 발생을 조장하므로 금주와 금연은 필수입니다.
급성 C형 간염에 걸리면 간에 좋다는 특정 식품이나 건강 보조요법을 더 섭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좋은 성분이 포함되어 있겠지만 급성으로 질병이 발생했을 때나 다량으로 복용을 했을 때 독성 검증이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고 학술적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함부로 복용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복용을 원한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질병 경과
급성 C형 간염은 저절로 회복되는 특성이 있지만, 이후에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급성 C형 간염을 앓은 환자 중 약 50~80%에서 만성 C형 간염으로 넘어갑니다. 만성 C형 간염이 되면 수년~수십 년 후에 간경화나 간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만성 C형 간염 → 간경화 → 간암’으로 진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성 C형 간염 환자에서 약 15~50% 정도가 약 20년의 기간을 거쳐 간경화로 되고 간경화 환자의 약 1~5% 정도가 매년 간암을 진단받습니다.
급성 C형 간염을 앓으면 약 12주 정도까지 주기적으로 정밀검사를 시행해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혈액검사에서 검출되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급성 C형 간염에 대한 증상이 좋아졌을지라도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해서 검출된다면 만성 C형 간염에 적용하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표준 치료를 할 경우에는 완치율은 90% 이상으로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예방
B형 간염과 달리 C형 간염에는 아직 효과적인 예방백신이 없습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유전적 변이가 심해 아형(Subtype)이 많고 특이 중화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백신을 제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을 피하고 위험성을 제대로 교육받고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주사기는 반드시 일회용을 사용해야 합니다. 문신할 때, 피어싱할 때, 침을 맞을 때는 반드시 소독된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성적 접촉 시에는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혈액이 묻을 수 있는 생활 기구(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는 집에서나 공공장소에서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C형 간염에 걸렸다면 같이 생활하는 가족도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상으로 급성 C형 간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급성 C형 간염 자체는 자연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질병이지만 만성 C형 간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질병입니다. 따라서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병원 대부분은 간염이 의심될 때 시행하는 검사에 C형 간염 검사가 포함되어 있어 C형 간염을 놓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증상만 가지고 급성 C형 간염을 의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알 수 없는 피로감이나 무력감이 지속하고 감기와 같은 증상이 쉽게 낫지 않는다면 한 번쯤 C형 간염에 노출된 가능성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C형 간염의 가능성을 판단해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