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무료 접종 정말 2회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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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aid of needles

최근 정부는 만 12세 여아에 대한 자궁경부암 무료접종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B형 간염 백신과 함께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중 하나입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 HPV)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16, 18번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고 백신은 이들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합니다. 자궁경부암은 유방암과 폐암에 이어 여성 암 사망률 3위에 해당하는 암이기 때문에 최근 자궁경부암 무료접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모든 것

비싼 백신 가격과 함께 3회의 접종을 받아야 하는 부담감으로 인해 접종하면 암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는 분들은 지금까지 많지 않았습니다. 만 12세 무료 접종 시작으로 앞으로 접종자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비용이 높음에도 정부에서 무료로 백신 접종을 허용한 것은 접종으로 인한 비용보다 암 발생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훨씬 더 높음을 인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백신은 안전성 문제와 암 예방효과에 대해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정부는 12세에게 6개월 간격으로 2회의 무료접종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9~13세는 2회의 접종으로도 예방효과가 충분하다고 보고된 바 있어 값비싼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는데 있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12세를 무료 접종하기로 한 것입니다.

 

연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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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이렇게 결정하게 한 계기는 아마도 2013년에 미국내과학회지(JAMA)에 발표된 논문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명한 의학저널인 JAMA에 실린 연구에서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서바릭스의 3회 접종과 2회 접종 사이의 효과(면역원성 획득 여부)를 비교하였습니다.

캐나다에서 시행된 위 연구에서는 캐나다 여아 830명을 대상으로 이들을 임의로(radomized)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서바릭스를 한쪽은 2회 접종(0, 6개월), 한쪽은 3회를 접종하였고 접종 2년 6개월 후 멱역원성 획득 여부를 비교하였습니다.

비교 결과 3년 후 두 그룹의 면역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논문에서는 어린 나이에서는 2번의 접종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면역원성을 획득하는데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2회 접종의 문제는?

그렇다면 어린 나이에는 2회를 접종하면 되는 것일까요? 일단 연구결과 2회와 3회의 접종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국가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 1. 장기간의 면역력 유지에 차이가 없을 것인가?

자궁경부암은 성인이 된 후 성관계를 통해 인유두암 바이러스(HPV)에 노출되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2회 접종과 3회 접종 한 것이 면역력을 유지하는데 10년 후, 20년 후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좀 더 장기간의 관찰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 결론에도 저자는 장기간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

 

문제 2. 다른 인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본 연구는 캐나다 소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똑같은 주제와 방식의 연구가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국가별, 인종별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검증 절차 없이 위 연구결과를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문제 3. 관찰대상의 숫자는 적절한가?

800여 명의 연구 참가자 수는 연구 자체로서 인정받기에는 충분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수십만 명에게 적용해야 하는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충분하지는 못한 숫자입니다. 추가적으로 더 많은 인원에 대한 연구 결과가 필요해 보입니다.

 

2회 접종방법 승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서바릭스’에 대해 2014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9~14세 여아 대상에게 2회 접종토록 하는 요법을 승인받았습니다.

GSK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3상 연구에서는 총 1447명의 여성 및 여아 그룹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연구에서는 2회를 접종(0,6개월) 한 9~14세 여아의 HPV 16형, 18형에 대한 ELISA 및 PBNA 항체 반응은 3회를 접종(0,1,6개월) 한 15~25세 여성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제약회사의 연구결과는 식약청과 같은 곳의 승인을 받는 데는 유효하지만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연구 저널에 연구논문의 게재가 필요합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JAMA 논문 외에 아직까지 추가적인 연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질병통제본부의 입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세계보건기구는 비용과 효과를 중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에서는 3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질병통제본부(CDC)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에 관련하여 새롭게 정보를 업데이트하였습니다. 업데이트 된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11~12세 소년, 소녀들은 가능한 한 빨리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 13~26세 여성과 13~21세 남성중 3회의 접종을 완료하지 못했거나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경우 3회의 접종을 하여야 한다.
  • 22~26세 성인의 경우 예방 효과가 낮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질병 예방과 예방접종에 관하여 가장 권위 있는 CDC에서도 아직 2회 접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

암의 예방은 이제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가격이 비싸 사람들의 접종률이 낮았던 자궁경부암 백신의 접종률을 올리기 위한 무료 접종 시행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국가적인 사업이니 만큼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문제 또한 커다란 난관입니다. 또한 언젠가는 남아의 접종에 대한 논의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2세에 한해 2회 접종을 선택한 것은 충분히 논란이 될만합니다. 무료로 맞으니까 장기간의 데이터가 없어도 그냥 맞아라는 식은 곤란합니다. 물론 현재의 연구들이 나오는 추세를 보아서는 추후 2회 접종이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론들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좀 더 연구들이 축적된 후에 시행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회 접종을 승인시키기 위한 제약 회사의 입김 또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이 많이 접종될수록 더 큰 이익을 보는 것은 바로 백신을 제작한 회사가 될 테니까요.


자궁경부암 백신이 무료로 접종되기로 하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것은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이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은 괴담을 타고 많은 12세 여아를 둔 부모를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아이들이 현재 접종을 받았습니다.

국가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비용 효율 문제는 무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2회 접종은 어찌 보면 무료화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몇 년 후에는 2회 접종이 표준으로 확립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전 세계적 합의를 얻지 못한 2회 접종에 대한 확실한 연구 결과가 나와서 2회 접종을 받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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