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감기약을 먹으면 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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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고 봄으로 접어들어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병원을 찾으시는 감기 환자가 다시 늘어가고 있습니다.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병원에 바로 오신 분들도 있지만, 약국에서 종합 감기약을 구입하여 며칠 복용하고 나서도 감기가 낫지 않아 병원을 방문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요.

이러한 분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약을 먹으면 너무 졸려서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는 수면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냐라고 질문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감기약과 졸음의 관계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그렇다면 과연 감기약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는 콧물, 기침,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따라서 감기약에는 이러한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종합 감기약은 이 약들이 한 알에 모두 들어있는 것이고, 병원에서 받는 약은 이런 약물들을 환자와 증상에 따라 넣고 빼고, 또 다른 약들과 함께 처방을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약들 중 우리들을 졸리게 하는 약은 바로 콧물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s)’입니다. 항히스타민제란 말 그대로 ‘히스타민(Histamine)’이 작용을 제대로 못하도록 막는 약물인데요, 그렇다면 히스타민이라는 녀석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히스타민의 역할은 사실 여러 가지가있습니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외부물질에 대한 방어 작용인데요, 우리 몸에 외부 물질이 침입하였을 때 그것을 막기 위하여 혈액 속의 백혈구와 같은 방어 병사들이 혈관 밖으로 나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항히스타민 성분이 히스타민 수용체를 억제하여 방어작용을 하는 비만세포가 분비하는 히스타민이 히스타민 수용체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 기능을 억제시킴 (출처 : 위키미디어)

이때, 히스타민은 혈관벽을 헐겁게 해 투과성을 증가시켜 방어 병사들이 빨리 출진할 수 있게 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때 방어 병사들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혈액 안의 혈장 등의 물 같은 성분들도 함께 나가게 되고, 이는 피부에서 분비되기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이나 감기를 걸렸을 때 콧물이 줄줄 흐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알고 보면 콧물이 나는 것은 우리 몸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에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일인 것입니다.

두 번째는 뇌의 각성 작용 및 인지능력, 기억능력 등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잘 깨어 있을 수 있게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외부 물질이 침입했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계속해서 히스타민이 머릿속에서 도맡아 해왔던 일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 콧물약이 이러한 히스타민의 역할을 못하게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다행히 콧물은 줄어들겠지만, 또 동시에 잘 깨어 있지 못하고 자꾸 자려고 하게 되겠죠. 그래서 콧물약이 섞여 있는 감기약을 먹으면 졸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원래 의도와는 다른 결과이므로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제껏 말씀드린 것은 처음 만들어졌던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이야기입니다. 다음에 개량되어 나온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약물이 코에는 작용하되 뇌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감소시켜 졸음이라는 부작용이 많이 완화된 약입니다.

하지만 효과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아직도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콧물약으로 처방하시는 의사 선생들께서도 많이 계시고, 종합 감기약 안의 항히스타민제도 1세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오히려 이러한 졸음이라는 부작용을 역이용하여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만들어진 수면 유도제도 있습니다.

다시 종합하여 말씀드리자면, 감기약을 먹으면 졸린 이유는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콧물 약인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아시고, 운전이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종합 감기약을 복용하시는 것보다는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시어 콧물약을 제외하고 약을 처방받거나,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받아 복용하시는 것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감수 : 조재훈 (건국대학교 병원 이비인후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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