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의미와 심미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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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다르게 생겼습니다. 심지어 유전자가 똑같은 쌍둥이라 할지라도, 성장하면서 그 얼굴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얼굴을 통해 서로를 각기 다른 존재로 인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의 얼굴은 독자성을 갖추고 있고, 그 독자성은 정체성으로 연결됩니다.

개개인 얼굴의 독자성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얻어진 것입니다. 인류라는 종이 다른 종과 다른 얼굴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안에서 여러 인종이 갈라지면서 인종마다 특징적인 얼굴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인종 안에서도 개개인은 조금씩 다르게 생겼습니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하였지만 조금씩 다르게 뻗어나가면서 각자 독자적으로 생기게 되었습니다.

얼굴에는 아주 많은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그 사람의 뿌리가 어떻게 뻗어왔는지, 나이는 어느 정도이며, 성별은 무엇이며, 건강상태는 어떠며 현재 감정은 어떤지 등등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얼굴을 보면서 순식간에 이 많은 정보들을 처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정서나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것은 조형물이나 피조물을 보면서 느끼는 시각적인 감상과 더불어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의 정체성이 함축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 과정은 상대방과 나누는 의사소통이기도 합니다.

위의 과정은 순식간에 이루어 집니다. 이 순간적이면서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떠올립니다. 그중에 가장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은 ‘아름다움’입니다. 조형물이나 자연의 피조물을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인간의 아름다움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그 얼굴에 담긴 아름다움도 각기 다릅니다. 그리고 얼굴이 다른 만큼, 얼굴을 대하는 개개인의 시선도 각기 다릅니다. 같은 얼굴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법칙을 찾아 왔습니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이들이 아름다움의 법칙을 찾고 규정짓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서양에서는 비트루비우스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이어져 내려오는 황금비율이 대표적이지요.

서양인들은 아름다움을 수학적으로 정리해서 정량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주관적인 느낌과 색감을 통한 인상을 중요시했습니다. 얼굴을 축소된 우주라고 여겼는데, 이런 생각은 얼굴을 통해 인생을 점치는 관상학으로 발전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얼굴을 인지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합니다.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열정 이상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열망도 인류와 함께 해왔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심미적 욕구는 더 강해져왔습니다. 특히 현대의학의 발전은 신체에 대한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심미적인 목적의 진료를 위해서는 미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얼굴의 미학을 이해하고, 이를 진료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관적인 취향과 기호만을 기준으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로 인해서 보편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얼굴이 가지는 독자성과 보편성을 고루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하는 진료는 기술적으로는 의학에 해당이 됩니다. 하지만 그 목적과 동인은 전통적인 의미의 건강보다는 심미적 욕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일하는 영역을 ‘심미의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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