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기능은 언어능력, 이해력, 사고력, 판단력, 문제해결력 등과 같은 기능을 일컫습니다. 나이가 들면 노화과정으로 인해 이러한 인지 기능이 점차 감소합니다. 인지 기능이 감소한 것을 인지장애라 합니다. 초기에는 본인만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단계에서, 병이 진행할수록 점차 객관적인 인지 기능 장애를 보입니다. 결국 병이 심화되면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수준까지 악화되는 것입니다.
즉 일반적으로 “정상 인지 기능 → 주관적 인지장애 → 경도 인지장애 → 치매” 순서로 진행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관적 인지장애(Subjective Cognitive Decline, SCD)란 본인 스스로가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이 감퇴한다고 느끼는 증상을 말합니다. 그러나 신경심리검사에서는 모든 인지 기능이 정상으로 나타납니다. 즉 객관적인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지만 자기 자신만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말 그대로 ‘주관적인 인지장애’라는 뜻입니다.
객관적인 검사에서 장애가 없다고 밝혀지는 주관적 인지장애가 실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증상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주관적 인지장애를 인식하게 된 사람의 경우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인지 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음악과 명상이 이러한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기에 내용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연구결과
주관적 인지장애(SCD) 환자에서 가볍게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초기 기억력 감퇴를 막아줄 수 있다는 사실이 선행연구(Pilot study)에서 밝혀졌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대학(West Virginia University)의 Kim Innes 박사의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주관적 인지장애(SCD)를 겪고 있는 60명을 대상으로 키르탄 크리야(Kirtan Kriya)라는 명상 프로그램과 음악 감상 프로그램을 무작위로 실시하게 하였습니다.
60명은 50~84세의 사람들로 평균 나이는 61세였습니다. 여성이 85%였고 비히스패닉계 백인이 93%였습니다. 키르탄 크리야(Kirtan Kriya) 명상 프로그램은 매일 12분간 시행하는 일종의 요가 명상으로 3개월간 시행하도록 했으며 이후 3개월을 계속할지는 자율 재량에 맡겼습니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은 3번 측정했는데 명상을 시작할 당시, 명상 3개월 후, 명상 6개월 후였습니다. 측정을 위한 검사는 기억력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기억 기능 설문검사법(Memory Functioning Questionnaire, MFQ), 정신 운동성 속도를 측정하는 선로 잇기 검사(Trail Making Test, TMT-A/B), 연산속도 변화를 확인하는 숫자 기호 대체 시험(Digit Symbol Substitution Test, DSST) 이었습니다.
3개월 후 각 검사에서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유의하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6개월 후에는 향상된 효과가 지속되고 있거나 조금 더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명상과 음악 감상은 비용 대비 효과적이고, 쉽게 할 수 있으며, 비침습적이고, 부작용이 없습니다. 또한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인지 기능을 증진시키며 스트레스, 감정, 수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시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주관적 인지장애(SCD) 초기는 신경퇴행성 변화가 얼마 일어나지 않은 시점이라 부담이 적습니다. 따라서 주관적 인지장애 초기 단계에 명상과 음악 감상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론
알츠하이머병 학회의 회장인 Dean M. Hartley 박사는 이 연구결과에 대해 평가했습니다. “이 연구는 명상이 고통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이전의 연구결과와 일치합니다. 미국 심장학회도 명상하는 것을 지지하는데 이는 고혈압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건강한 심장은 건강한 뇌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습니다. 대조군이 적고 추적 관찰 기간이 6개월 정도로 짧은 것이 이 연구의 큰 한계점입니다. 또한 연구집단이 일반적인 인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여성을 많이 포함시킨 것은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66% 정도가 여성이라는 점을 잘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계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을 앓을 위험도가 1.5~2배 정도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히스패닉계 백인으로만 연구를 진행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조기 기억 감소로서의 주관적 인지장애(SCD)의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음악과 명상이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는 것이 또한 아쉬운 점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명상과 음악 감상은 약물치료가 아니므로 적어도 안정성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시도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이전에도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던 것처럼 음악은 이외에도 우리 신체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일도 없고 이로 인한 어떠한 부작용도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UCLA의 두뇌 맵핑 센터에서 이전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명상은 두뇌 노화를 늦춰줄 수 있음을 보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듯이 음악 감상이나 명상을 시행하는 것은 두뇌 노화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광고하는 근거 없는 프로그램이나 건강보조식품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하고 저렴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다잡는 명상을 해 보시거나 안정을 주는 잔잔하고 음악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위험성이 전혀 없고 간단하게 할 수 있으며 게다가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최근들어 부쩍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신다면, 정신의 안정뿐 아니라 기억력 향상과 인지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 명상이나 음악 감상을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