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은 현대의학의 시작이자 현재인 약품입니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된 성분으로 만들어진 아스피린은 소염,진통 효과부터 심혈관질환의 예방 및 암 예방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활약하는 유일한 약제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도 심혈관 질환과 대장암 예방을 위한 하루 한 알 아스피린 복용에 대해서 설명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 전 감기 치료를 위한 가정용 상비약이었던 아스피린은 타이레놀과 같은 다른 약제에게 소염 진통제의 선두를 내어주기는 했지만, 새롭게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약으로서 많은 중장년층 분들이 현재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한 알씩 드시고 계십니다. 심혈관 질환의 예방은 아스피린의 혈소판 응집 억제 작용으로 인해 혈관 내 피떡(Clots) 형성을 예방하여 혈관이 좁아져서 생기는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질환을 예방해 주는 것입니다.
암 예방에 있어서도 최근까지 대장암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추가적인 연구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어떻게 암을 예방하는가에 대해서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서처럼 자세한 메커니즘에 관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어떻게 아스피린이 암을 예방해 주는가에 관해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스피린의 암 예방 메커니즘
미국질병예방국(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은 아스피린을 대장암 예방을 위해 매일 복용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 권고안은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를 인정한 첫 번째 권고안이 었습니다. 물론 아스피린이 아닌 전 세계의 모든 약제 중에 첫 번째로 암을 예방하는 약제로서 인정을 받은 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피린의 암 예방에 관한 자세한 기전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에 관해서는 그동안 몇 가지 가설이 제기되어왔습니다.
이전에 제기되던 이론은 살충제의 관련 이론입니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된 살리실산을 성분으로 하고 있는데, 살리실산은 식물이 병충해에 걸렸을 때 그 부분을 떨어져 나가게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살충제가 개발되고 식물의 병충해가 줄어들자 살리실산을 생산해 내는 식물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이전보다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채식보다는 육식이 더 많아지고 살충제의 기능으로 인해 생산되는 식물에서의 살리실산양이 줄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것이 바로 이전에 제기되어온 이론인 것입니다.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
그렇다면 아스피린이 어떻게 암을 예방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는 최근 연구들 결과는 없을까요? 얼마 전 미국 생리-세포생리 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Cell Physiology)에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오리건 주립대학 연구진은 아스피린이 직접적으로 암 발생 억제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다른 기전으로 암을 예방할 것이라는 가설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아스피린의 직접적인 암 억제 기전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지 못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진은 아스피린이 간접적으로 암을 억제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가설하에 아스피린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혈전 생성 억제 기능에 주목하였습니다.
혈소판은 정상적으로는 출혈이나 혈관 손상을 막기 위해 기능하는 혈소판은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면 불필요한 혈전을 생성하여 우리를 위협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시는 분들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고 심혈관 질환을 발생시키는 혈전 생성을 억제하기 위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혈소판은 인체 세포의 생과 사를 주관하는 중요한 유전자인 Myc(이하 Myc)와 관련이 있습니다. Myc 유전자는 8번 염색체에 위치해 있으며 인체 유전자의 약 15%가량의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Myc 유전자가 발현된 Myc 단백질은 세포의 생성과 사멸, 단백질의 생성, 세포의 대사에도 관여합니다.
Myc 유전자에 변이(Mutation)가 생긴 경우 여러 종류의 유전자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특히 세포의 증식을 통제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것이 암을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종류의 암에서 Myc 유전자가 과다 발현되는 것이 관찰되는데 이것으로 암 발생과 Myc 유전자의 변이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암에는 자궁경부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아스피린이 암을 예방하게 해주는 것일까요? 앞서 혈소판과 Myc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Myc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서 생성되는 c-MYC라는 종양 단백질(oncoprotein)은 Myc 유전자의 기능인 세포의 생성과 사멸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c-MYC 종양 단백질의 과다 발현은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 상태인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혈소판은 혈관을 타고 이동하는 암 발생 초기의 암세포와 결합하여 초기 암세포가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받는 것을 막아줍니다. 초기 암세포는 면역체계로부터 충분히 제거될 수 있으나 혈소판과 암세포와의 신호체계는 c-MYC 단백질을 증가시켜 암세포가 면역체계로부터 제거되는 것보다 더 많은 증식을 이루게 해 주는 것입니다.
즉, 아스피린의 기능 중 하나인 혈소판의 기능 저하가 이러한 신호체계를 붕괴시키고 c-MYC 단백질을 감소시켜 암 발생을 억제시켜 주는 것입니다.
위에서 소개해 드린 링크를 참고하시면 아스피린이 대장암을 예방해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의 암 예방 메커니즘은 바로 혈소판 기능 억제로 인한 종양 단백질의 발현 억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암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먹어야 하는가?
c-MYC 종양 단백질은 대장암 환자의 1/3에서, 췌장암 환자의 42%에서 과다 발현된다고 합니다. 아스피린이 과다 발현된 종양 단백질을 감소시켜 암의 예방을 해주는 메커니즘은 아직 실제 암 환자의 임상 실험을 통해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더 많은 연구들을 통해 실제로 종양 단백질에 의한 암 발생 가설과 아스피린의 암 예방 이론이 증명된다면, 여러 암의 표적 치료(target treatment)와 함께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로 암을 예방하는 분야도 크게 발전할 것입니다.
대장암의 경우 아스피린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들이 최근 제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자궁내막암, 유방암, 전립선암에 대해서도 아스피린이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의 경우 암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먹어야 하는 걸까요? 아쉽게도 아직은 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까지 암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고 권고하는 문헌은 미국질병예방국(USPSTF)의 아스피린 복용 권고안 외에는 없습니다. 미국질병예방국은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 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 아스피린을 복용할 수 있음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 외 단체에서는 아직 이를 권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장암의 경우 관련 근거들이 나와 있지만 아직 암 예방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아스피린 복용으로 인한 출혈 등의 부작용이 더 크지는 않은지에 대해서 명확한 결과가 없기 때문에 아직은 암 예방 목적으로 권장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더 많은 의학적 근거들이 나와야 아스피린을 암 예방 목적으로 복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스피린은 현대 의학의 역사와 함께 했습니다. 백 년간 의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약물 중의 하나였던 아스피린이 미래에도 중요한 약물로 계속 사용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뛰어난 약물이 개발될지, 약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인지에 대한 열쇠는 바로 끊임없이 연구하는 의사와 과학자들에게 달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