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이 증가하는 봄철에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질환이 있습니다. 알레르기 질환인 알레르기 비염과 알레르기 결막염, 미세먼지나 황사 같은 물질에 의한 폐 질환(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봄철 운동과 관련된 근골격계 질환 등입니다. 그리고 지금 말씀드릴 A형 간염도 봄철에 주의해야 할 질환입니다. 봄철에는 A형 간염 바이러스가 확산이 잘 되고 야외활동이 늘어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통계자료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질병관리본부의 A형 간염 월별 집계 자료를 보겠습니다. 대략 1월 4.0%, 2월 7.8%로 서서히 증가하다가 3월 13.8%, 4월 12.1%, 5월 13.1%로 최고조를 이룹니다. 6월 9.1%로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12월까지 6~7%를 보입니다. 즉 3~5월에 A형 간염 발생 빈도가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봄철에 특히 주의가 필요한 A형 간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의
A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A virus, HAV)가 일으키는 간의 염증을 말합니다. 보통은 급성 형태로 나타나며 만성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발생 원인과 역학
보통은 음식, 물, 사람 간 전파에 의해 발병합니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해서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분변-경구 감염(Fecal-oral transmission)이 주된 감염 경로입니다. A형 간염에 걸린 사람에게서 전파되어 전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급속도로 퍼질 수 있습니다. 군대, 기숙사, 유치원 등에서 집단으로 유행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젊은 연령층에서 급성 A형 간염에 걸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A형간염 환자 중 20~30대가 70~80%를 차지합니다. 일반적으로 A형 간염은 어릴 때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면서 몸에 저절로 면역력이 생깁니다. 지금의 젊은 연령층은 사회 위생환경이 개선되면서 어린 시절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고 성인이 되었으므로 발병률이 증가하게 된 것입니다.
중장년층 이상에서 A형 간염이 잘 걸리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열악한 위생환경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이미 면역력을 획득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A형 간염은 발생 시기에 따라 증상의 발현 정도가 다릅니다. 유년기보다 성인에서 A형 간염 증상이 더 심하게 발생하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커집니다.
증상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4주(15~5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발열, 오한, 두통, 피로감이 발생하다가 이후로는 식욕부진, 울렁거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 초반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보니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점차 병이 진행하면서 간이 있는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간 염증이 악화하기 때문입니다.
더 시간이 지나면 황달이 발생해서 눈이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콜라 색처럼 변하며 전신 가려움증 등도 발생합니다. 보통 황달은 초기 증상이 사라지고 난 후에 생기는데, 황달 증상은 약 2주가량 지속합니다.
전염력이 가장 강한 시기는 증상 발현 1~2주 전입니다. A형 간염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면서 배출되는 바이러스 숫자는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즉 A형 간염에 의한 증상이 나타난 시점부터는 전염력이 감소하고 있으므로 무조건 격리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황달 발생 1주일 후부터 전염력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므로 황달 발생 후 1주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긴밀한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격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진단
전신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는 단순 감기 등의 질병과 비슷하기 때문에 A형 간염의 진단이 어려울 수 있으나 이후 황달이 나타나는 특징적인 병의 경과를 보고 A형 간염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혈액검사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확인하면 확진할 수 있습니다.
검사
혈액검사가 기본 검사입니다.
혈액검사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Anti-HAV, Anti-Hepatitis A virus)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항 A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글로불린 M (IgM Anti-HAV)은 A형 간염 증상 발현 시작부터 양성(Positive)으로 나타나고 항 A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글로불린 G (IgG Anti-HAV)는 간염 회복기부터 양성으로 나타나서 이후 수십 년간 양성으로 유지됩니다. 이를 통해 현재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A형 간염 발현 상태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혈액검사에서 간 수치, 염증 수치가 증가해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간 수치의 일종인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ALT)는 1000 IU/L 이상(정상치의 약 25배 이상)으로 굉장히 높아져 있는 경우가 많고, 대개 아스파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보다 높은 양상을 보입니다. 혈청 빌리루빈(Bilirubin) 수치로 황달의 중등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염증을 확인할 수 있는 백혈구 수치(WBC), C-반응성 단백(CRP) 수치도 대개 증가해 있습니다.
치료
A형 간염 바이러스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즉, A형 간염 정식 치료제는 현재 없습니다. 따라서 A형 간염 치료 목표는 증상 완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A형 간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을 완화해주는 치료를 하는 동안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A형 간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해서 A형 간염 바이러스를 극복하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간을 쉬게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단백 식이요법을 시행하고 회복될 때까지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해열제, 구토 억제제, 진통제, 소염제 등의 약물을 사용합니다. 증상이 심하면 입원해서 치료합니다.
경과 및 예방법
A형 간염은 증상 시작 후 3~5주 이내에 거의 회복되며 약 85% 정도가 3개월 이내에 완전히 호전됩니다. 더군다나 B형 간염, C형 간염처럼 만성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매우 심한 A형 간염의 경우에는 간 기능이 거의 전부 파괴되는 간부전으로 진행해서 드물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A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있습니다, 보통 한 번 접종 후 6~12개월 후(백신 종류에 따라서는 6~18개월 후) 추가 접종을 합니다. 약 95% 이상의 A형 간염 예방 효과를 얻습니다. 의료계 종사자,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군인, 요식업 종사자, 만성 간 질환이 있는 환자 등은 백신을 맞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청결한 위생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보통 대변에 있던 바이러스가 퍼져 입으로 들어가 감염되기 때문에 화장실에 다녀올 때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또한, 외부에 있는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발병할 수도 있으므로 외출 후에는 손과 몸을 깨끗이 씻고 청결을 유지해야 합니다.
조리할 때도 위생에 신경 써야 합니다. 85도 이상 온도에서 1분만 가열해도 A형 간염 바이러스는 불활성화되므로 A형 간염이 유행할 때는 끓인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여야 합니다.
결론
이상으로 A형 간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오고 있습니다. A형 간염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시기입니다. A형 간염은 깨끗해진 환경 때문에 최근에 역설적으로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A형 간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개인위생을 청결하게 하고 음식을 주의하여 섭취하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A형 간염에 대한 면역이 없다면 A형 간염 백신 접종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봄철에 발생한 감기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마시고, 감기 증상이 지속한다면 혹시 A형 간염의 가능성은 없는지 병원에서 꼭 확인하시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