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점점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안압이라는 것은 우리 눈의 형태를 지탱해주는 압력, 축구공을 둥글게 유지시켜주는 공기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고 (안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면 클릭), 시신경은 눈으로 들어온 빛의 정보를 두뇌까지 전달해주는, 컴퓨터로 이야기 하자면 광케이블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시력에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녹내장 환자가 안압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어 시신경의 손상이 진행되면 시력이 떨어지게 되고, 치료하지 않는 경우 영구적으로 실명에 이르게 됩니다. 얼마전 탤런트 송일국씨가 녹내장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 전파를 탔는데, 바로 이렇게 녹내장이 실명에 이르는 병이라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대부분의 녹내장 환자는 안압상승으로 인한 증상이나 통증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이 녹내장이 있는지 여부를 알기 힘들고, 건강검진에서 혹은 안과에서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을 받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녹내장은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성인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험이 증가되기 때문에, 40대 이상이고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1-2년 마다 안과에서 녹내장검사를 받는것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당뇨가 있거나, 다른 안질환의 위험요소를 같이 갖고 있는 경우에는 좀 더 자주 안과 검사를 받는 것이 권유 됩니다.
<안압상승이 왜 녹내장을 유발하는가?>
녹내장은 대부분 안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생기는데, 이러한 안압상승은 우리 눈의 ‘전방, anterior chamber’ 이라는 부분에서의 안구방수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은 물풍선에 들어있는 물처럼 내부가 안구방수라는 ‘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러한 안구방수는 상하수도 시스템과 같이 빨간 화살표의 시작부위(Ciliary process)에서 생성된 뒤 화살표가 끝나는 부위 (Trabecular meshwork)로 빠져나가는 순환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생성되는 양과 빠져나가는 안구방수량이 균형을 이룰때 정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순환해야 하는 안구방수가 어떠한 이유로 흐름이 막혀서 빠져나가는데 장애가 생기게 되면 안압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안구방수의 흐름이 막혀서 안압이 상승되면, 위의 그림처럼 올라간 눈 내부의 압력(안압)이 눈 안쪽을 압박하게 됩니다. 이렇게 압박이 가해지면 압력에 취약한 시신경이 눌리게 되고, 그로인해 시신경이 손상이 되게 됩니다. 바로 이런 상태를 녹내장 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녹내장의 유형>
교과서 상의 분류법은 병태생리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가 있습니다.
- primary open angle glaucoma (일차 개방각녹내장)
- normal tension glaucoma (정상안압녹내장)
- angle closure glaucoma (폐쇄각녹내장)
- congenital glaucoma (선천녹내장)
- seconday glaucoma (이차 녹내장)
조금은 어려운 개념일지 모르지만, 간단한 내용이야 검색사이트로 검색 몇번만 해도 알수 있으니, 여기서는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드려 볼까 합니다.
1. 일차 개방각 녹내장 (primary open angle glaucoma)
녹내장의 가장 흔한 형태 (인종마다 차이가 있지만…)로 알려져 있는 일차 개방각 녹내장은, 안구방수가 생성된 뒤 눈의 공간(전방)을 채운 후 빠져나갈 때 출구 역할을 하는 ‘섬유주(trabecular meshwork)’라는 구조물의 기능이 비정상적 일 때 생기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한번 더 설명하면, 출구(또는 하수구)의 기능이 비정상이면 상수도에서 생성된 물이 빠져나가지를 못하게 되고 이렇게 물이 넘치게 되는 상황이 되면, 눈의 공간을 채우는 정도를 넘어 눈의 압력이 오르게 됩니다. 올라간 안압은 시신경을 압박하고 결국 시신경 손상을 일으 키게 됩니다.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L8n6stWZC9c&version=3&hl=ko_KR]
(영어로 설명이 나오는게 조금 아쉽지만, 제가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한번 더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안압이 얼마나 올라가야 시신경이 손상되는 것일까요? 통상적으로 21mmHg 보다 안압이 높을 때 ‘비정상적으로 안압이 높다.’ 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시신경이 안압에 견디는 정도가 모두 차이가 납니다. 어떤 사람은 굉장히 높은 안압에도 버티는 반면, 어떤 사람은 비교적 낮은 압력에도 시신경이 망가질 수가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과 의사는 개별 환자들의 안압과 안압에 견디는 정도를 평가하여, 시신경을 더이상 망가뜨리지 않은 정도로 안압을 낮추려고 하는데 이때 이 안압을 ‘목표안압(target IOP)’이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이 ‘목표안압’도 사람마다 다르게 정해지겠지요.
전형적으로 일차 개방각 녹내장은 질병의 초기 단계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며, 시력도 정상으로 유지 됩니다. 그러나 시신경이 점차 망가지게 되면, 우리 시야에 어둡게 보이는 부분 (암점)이 생기기 시작하게 되고, 처음에는 이 암점 조차 잘 느끼지 못하지만, 시신경이 더 많이 손상되게 되면, 시야가 협착되고 결국에는 실명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런 증상의 변화를 플래시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 웹사이트가 있는데 http://www.geteyesmart.org/eyesmart/diseases/glaucoma/vision-simulator.cfm 를 클릭하시면, 증상의 정도에 따라 녹내장에서 나타나는 암점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체험해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클릭이 귀찮으신 분을 위해 캡쳐 해서 그림으로 보여 드리면,
아래의 스크롤 바가 Healthy (건강한 상태)에서 Advanced (악화) 로 갈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마침내 스크롤 바가 오른쪽 끝으로 가버리면 아무 것도 안보이는 상태(실명)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의 녹내장의 자연 경과입니다.
일차 개방각 녹내장 환자들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21mmHg 이상의 높은 안압을 갖게 되지만, 이러한 안압이 항상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안압은 ‘일중변동’이라고 해서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화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차 개방각 녹내장 환자의 절반 정도는 안과에서 검사할 당시에 안압이 정상으로 오인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안압이 올라갔는데 꼭 병원에 올 때면 안압이 정상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번의 안압 측정으로는 일차 개방각 녹내장을 진단하기가 어려우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입원을 하고 병원에서 밤새 안압을 측정해서 확진을 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지만 있습니다. (제가 밤새 안압을 측정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안압을 한번 측정해 보는 것으로는 녹내장을 놓칠 수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안압 측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신경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과의사의 역할이기도 하겠습니다.
2. 정상안압녹내장 (normal tension glaucoma )
안압이 21mmHg 이상으로 올라가서 시신경이 망가지는 상태를 일차 개방각녹내장이라고 한다면,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이 계속 21mmHg 아래로 유지 됨에도 불구하고 시신경 손상과 시야 손상이 진행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말그대로, ‘안압이 정상인데 녹내장이 생긴 것’ 을 의미합니다. 아마, 녹내장은 안압이 올라가는 병이다 라고 알고 계셨던 분들에게는 혼란이 올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본과 우리나라에는 이 정상안압녹내장이 굉장히 높은 비율로 나타나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녹내장 유병률 조사에서 일차 개방각 녹내장 보다 정상안압녹내장의 유병률이 높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중요한 녹내장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상안압녹내장 역시 (정상범위의 안압이기는 하지만) 안압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 역시 일차개방각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안압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정상안압녹내장과는 반대로, 고안압증 (Ocular hypertension)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참고로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고안압증이란, 안압이 정상보다 높지만 (21mmHg 이상), 시신경 손상이나, 시야 손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안압만 비정상이고 나머지는 정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혼란스러우시지요? 하지만, 역시 중요한 개념입니다. 고안압증이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고안압증이 나중에 녹내장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녹내장 환자와 마찬가지로 고안압증 환자 역시 정기적으로 안과에 내원해서 녹내장 검사를 받아야만 합니다. 참고로, 고안압증 환자가 5년 내에 녹내장으로 진행할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해주는 웹사이트도 있습니다. 물론, 입력해야 하는 자료가 안과의사의 도움을 얻어야만 입력할수 있지만, 링크를 걸어드릴테니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http://www.deverseye.org/grc_web)
3. 폐쇄각녹내장 (angle closure glaucoma or closed angle glaucoma )
녹내장의 종류 중 조금은 드문 형태라고 할수 있는 폐쇄각녹내장은 다른 말로는 협우각녹내장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일차개방각녹내장이나 정상안압녹내장이 육안적으로는 구조에 이상이 없어보이는 것과 달리, 폐쇄각녹내장은 안구방수가 흐르는 공간인 전방(anterior chamber)이 협소해서 방수의 흐름이 막히는 구조적인 이상 때문에 발생하게 됩니다. 일차개방각녹내장과는 달리 이렇게 방수의 흐름이 꽉 막히게 되기때문에 안압이 매우 급속하게 상승하는 것이 또 하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녹내장 발작’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원시가 있는 사람에게 좀 더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시가 있는 눈은 근시가 있는 눈에 비해 눈의 공간이 좁기 때문입니다.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의 방수 흐름의 차이를 보여 주는 그림입니다. A(개방각녹내장)에서는 눈의 모양 자체는 이상이 없는데 방수의 출구인 섬유주의 기능이상으로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반면에, B(폐쇄각녹내장)에서는 방수가 빠져나가는 경로가 홍채(iris, 그림에서 분홍색 구조)에 의해 방수 유출 경로가 막혀 버리는 차이가 있습니다.
역시 동영상으로 한번 더 보시겠습니다.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i2xp-kOLAzc]
방수가 빠져나가는 경로가 완전히 막히게 되면, 앞서 말씀드린대로 안압이 매우 급속하게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녹내장 발작이 일어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초기에 개방각 녹내장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다는 점과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심각한 눈과 눈 주위 통증
-눈의 충혈
-시력의 감소와 시야가 뿌옇게 됨
-달무리가 지어 보이거나 무지개처럼 색이 보임
-심한 두통
-구역, 구토
보통 이렇게 심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폐쇄각 녹내장 환자를 만날때 응급실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폐쇄각 녹내장 발작이 일어나면, 이는 안과적으로는 응급상태이며, 즉각적으로 안압을 떨어뜨리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안압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만큼 시신경 또한 빨리 망가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4. 선천녹내장 ( congenital glaucoma)
선천녹내장은 매우 드문 질환으로, 선천적으로 안구방수의 순환에 관계된 구조들의 이상을 갖고 태어나 태어났을 때부터 녹내장이 생기는 형태의 질환입니다. 드문 질환이고 증상을 표현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 생기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어릴때부터 실명이 생기기도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유전되는 경향을 보이므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합니다. 역시 안압이 상승하여 시신경이 망가지는 병이며, 다음과 같은 증상과 소견을 보일 수 있습니다.
-눈을 자꾸 감으려 한다.
-빛에 굉장히 예민하고 눈이 부셔하며, 고통스러워 한다.
-눈물을 흘린다.
-각막이 뿌옇게 혼탁이 생긴다.
-한쪽 또는 양쪽눈이 정상보다 커진다.
-충혈이 된다.
위의 사진이 선천 녹내장이 있는 환아의 사진입니다. 눈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수 있으실 겁니다. 물론, 눈이 크다고 다 녹내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검은 동자가 커보인다거나, 위에서 언급한 증상들이나 소견이 나타날 경우에는 반드시 안과에서 녹내장 여부를 확인 받고 치료를 받아야 실명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5. 이차녹내장 (secondary glaucoma)
2차 녹내장은 눈의 다른 질환이나 다른 이벤트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녹내장을 총칭합니다. 눈을 다쳤거나, 눈에 심각한 염증이 생겼거나, 감염이 있거나, 수술의 후유증으로 녹내장이 발생했거나, 혹은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녹내장이 생길 경우 이런 경우를 통틀어 이차 녹내장이라고 부릅니다. 역시 안압이 상승하고 시신경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녹내장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녹내장이 생기는지, 녹내장은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소 내용이 어렵고 생소할지는 모르겠지만, 녹내장에 대해 알고싶으시다면, 중요한 내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잘 읽어보시고 의문점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
녹내장 2부에서 이어 계속 설명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링크: 다음블로그 – http://blog.daum.net/jjg0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