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고 나면 어딘가 모르게 찌뿌둥했던 몸도 개운해지는 것 같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운동을 하는 것은 신체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건강 전문가들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운동에서 한 단계 나아가, 창조적인 움직임을 가미한 ‘춤’을 추는 것은 어떠한 건강증진 효과가 있을까요? 최근에 춤을 추는 것이 우리의 뇌를 젊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댄스 요법은 정신의학에서 대체 치료의 한 부분으로 20세기 중반부터 행해져 왔습니다. 춤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지각을 향상시킬 수 있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고, 신체적, 감정적, 그리고 사회적 경험을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감과 자기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신 치료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는, 2017년 6월에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지에 실린 것으로, 춤이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의 하락을 어느 정도 막아 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우리 뇌 구조는 퇴행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것이 균형 감각과 인지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게 됩니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면 뇌에서 기억력과 학습 및 공간 운용을 담당하는 부분인 해마의 용적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에 착안한 독일 연구진은, 그러면 춤은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 연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연구진은 연구 대상을 댄스 그룹과 운동 그룹으로 나눴고, 두 그룹 모두 한 번에 90분씩의 춤과 운동을 초반 6개월간은 주 2회, 후반 12개월간은 주 1회로 총 18개월간 지속하게 하였습니다. 댄스 교실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동작의 안무를 정확하게 암기해서 추도록 하는 내용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턴하기, 머리 돌리기, 무게 중심 이동하기, 한 다리로 서있기, 뜀뛰기, 그리고 맘보나 차차 같은 서로 다른 스텝 동작들을 사용해서 균형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동작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운동 그룹은 보건 운동 가이드라인을 따라 지구력 훈련, 근력 운동 훈련, 유연성 훈련 (스트레칭 및 운동성)을 받았습니다.
총 18개월간의 댄스 수업과 운동을 진행한 뒤 연구 대상자들의 뇌 영상을 촬영하였고 균형 감각을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에서 해마의 용적이 증가하였는데, 댄스 그룹만이 그 외에도 해마 주변 구조인 치아 이랑과 해마이행부의 용적 또한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댄스 그룹은 균형감각 종합점수에서도 댄스 수업을 받기 전과 비교하여 상당한 수준의 발전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운동도 도움이 됐지만, 댄스 수업을 지속적으로 받은 군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노화 억제 효과가 더 큰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신체, 정신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춤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예로부터 춤을 추는 것이 크게 호응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한 비보이 팀이나 댄스 크루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도 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딴따라’, ‘춤바람’과 같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춤을 추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봐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춤이 가지는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제외하더라도 노년기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이 그 어느 때보다 각광받고 있는 요즈음, 춤을 추는 것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남사스럽다’, ‘고상하지 못하다’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 노년기 건강을 위해서라도 의식의 전환을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