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경이 되면, 학교 신체검사 후 받은 종이를 들고 안과를 찾아오는 학생들로 북적이게 됩니다. “시력은 0.5라는데, 근시는 뭐고, 난시는 뭔가요?” “시력이 마이너스인가요?” 흔하게 듣는 질문들입니다.
근시, 원시, 난시에 대한 정리가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먼저, 본다는 것은 빛이 눈으로 들어와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하고 망막이라는 기관에 초점이 맺히게 되면 시세포를 거쳐 뇌로 신호를 보내게 되어 인식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때 각막과 수정체가 매체가 되어 빛을 굴절 시키게 되는데, 이 굴절된 빛이 정확하게 망막에 맺히게 되는 상태를 정시, 망막보다 앞쪽에 맺히게 되는 것이 근시, 망막보다 뒤쪽으로 맺히게 되는 것이 원시입니다. 난시는 빛이 각막과 수정체에서 굴절되는 정도가 축에 따라 달라 여러 곳에 맺히게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근시인 눈은 가까운 것은 잘 보이지만, 먼 곳은 흐릿하게 보이게 되고, 원시인 눈은 가까운 것도 먼 것도 흐릿하게 보이게 되죠. 일반적으로 원시가 멀리 것이 잘 보이고 가까운 것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것은 노안의 개념과 헷갈려 만들어진 오해입니다. 난시는 앞서 말했듯이 여러 곳에 초점이 맺히게 되므로, 상 자체가 흐려져 보이게 됩니다.
이때 굴절이상의 정도를 ‘디옵터(Diopter, D)’라는 단위로 평가하게 되는데, 정시는 0D이며, 근시는 마이너스 단위를 사용하여 -1D, -2D, -3D…등으로 측정하게 되고, 원시는 플러스 단위를 사용하여 +1D, +2D, 3D.. 등으로 측정하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도수가 얼마나 되냐?”에 대한 평가입니다.
단위가 마이너스이든, 플러스이든 뒤에 숫자 단위가 커지면 그만큼 굴절이상 정도가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시력이 마이너스라는 오해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대게 초등학교에 시력 이상이 있다고 안과에 오게 되는 경우 근시인 경우가 많고, 이때 의사가 “근시가 마이너스 2만큼 있습니다” 라고 말해주면, 부모님들은 마이너스라는 단위에 깜짝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근시가 있으면 단위는 무조건 마이너스이니까, 이젠 마이너스에 놀라지 마시고, 뒤에 숫자가 얼마나 있고, 우리 아이의 근시 정도, 즉 숫자가 얼마나 변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굴절 이상이 발생했을 때, 굴절되는 정도를 바꾸어 줄 수 있도록, 근시는 오목렌즈를, 원시는 볼록렌즈를 이용하여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게 되면 굴절된 빛이 정확하게 망막에 맺히게 되어 또렷한 상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안과에서 시행하는 라식, 라섹, 스마일, 안내렌즈 삽입술 같은 굴절 교정 수술 역시, 서로 수술 방법은 다르지만 결국 굴절 정도를 변화 시켜 상이 망막 위에 정확하게 맺히도록 하는 방법들 중 하나인 것입니다.
시력은 단어 그대로 보는 능력입니다. 시력표를 읽어내는 능력을 뜻하는 것이 때문에 근시인 사람도 원시인 사람도 난시인 사람도 시력은 낮게 측정될 수 있고, 같은 시력이라고 하더라도 근시, 난시, 원시라는 굴절이상의 상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시력은 측정하는 시표에 따라 분수 시력, 소수 시력, LogMAR 시력 등으로 표현되며, 일반적인 안과 진료에서는 1.0, 0.8 등의 소수 시력으로 측정하게 됩니다. 시력은 대게 1.0을 기준으로 하며 (1.2, 1.5 등 그 이상을 측정하기도 하지만 임상적인 의미는 미미합니다.), 1.0의 시표를 읽지 못하면 0.9, 0.8, 0.63,…,0.1 순서로 점점 큰 시표를 읽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시력표에 따라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력표에서 가장 큰 숫자인 0.1에 해당하는 숫자를 읽지 못하면 시력 측정거리를 좁혀가면서 0.08, 0.06, 0.04, 0.02로 측정하게 되며, 0.02 이하의 시력은 안전 수지(Finger count, 손가락 숫자를 구분할 수 있는지 유무를 평가), 안전 수동 (Hand motion(movement), 손이 움직이는지 유무를 인지할 수 있는지 평가), 광각유/광각무 (Light perception, 빛이 느껴지는지 유무를 평가) 의 순서로 평가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마이너스 시력이라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유아기, 학동기는 시력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시력발달은 뇌에서 선명한 상은 인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굴절이상으로 인해 선명한 상을 얻지 못하게 되면 약시가 발생할 수 있고, 약시가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평생 충분한 교정시력을 얻지 못한 상태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아이들에게 안과 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며, 조절마비검사 등의 적절한 검사를 통해 굴절이상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교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마이너스 시력이라구요?” 라고 놀라지 마시고, 안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