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이 있으면 빈혈 때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주위에도 빈혈기가 있어서 자주 어지러움이 있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빈혈은 흔하고 가벼운 증상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실제 빈혈이 있어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지러움만으로 ‘빈혈이 있다, 빈혈기가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빈혈이란 무엇이며 빈혈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빈혈 중에서도 비교적 흔한 빈혈인 철결핍성 빈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빈혈이란? 철결핍성 빈혈(Iron deficiency anemia, IDA)이란?
빈혈(Anemia)이란 혈액이 신체 조직에 산소를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해서 조직의 저산소증이 발생한 상태를 말합니다. 산소가 부족한 조직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므로 증상이 발생합니다.
철결핍성 빈혈(Iron deficiency anemia, IDA)은 말 그대로 철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빈혈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질병입니다. 왜 철이 부족하면 빈혈이 발생할까요?
철(iron)은 헤모글로빈(Hemoglobin)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기 때문입니다. 체내에 철이 부족하면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지지 않고 헤모글로빈이 없으면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적혈구는 폐에서 받은 산소를 각 신체 조직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철이 부족해서 적혈구가 부족하면 당연히 빈혈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철(철분) 결핍의 원인
원인은 크게 3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1) 몸에서 철분을 필요로 하는 양이 증가하는 경우입니다.
유아(5~6개월), 사춘기(성장기), 임산부와 같은 시기는 갑자기 철분이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입니다. 갑자기 철분 요구량이 많아지면 철결핍성 빈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철분의 소실이 많아지는 경우입니다.
월경 과다, 위장관 내 출혈, 반복되는 출혈(잦은 코피), 기생충 감염과 같은 경우에 철분 결핍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철분 섭취나 흡수가 감소하는 경우입니다.
철분 음식 섭취가 부족한 경우(엄격한 채식주의자), 위절제술 후 철분 흡수가 감소하는 경우, 흡수 장애 증후군 같은 것입니다.
증상
빈혈의 증상은 다양합니다. 빈혈의 종류에 따라 특이한 증상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은 빈혈의 종류와 상관없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전반적으로 신체 내 산소가 부족한 상태라면 피로감, 무기력함이 생깁니다. 심장으로 산소가 부족한 피가 전달되면 가슴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폐로 산소가 부족한 피가 전달되면 숨이 차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뇌로 산소가 부족한 피가 전달되면 어지러움, 두통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부로 산소가 부족한 피가 전달되면 피부가 창백해집니다.
산소가 부족한 각 장기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며, 일반적으로는 피로감, 호흡곤란(특히 운동시 쉽게 숨이 참)이 주된 증상입니다. 물론 어지러움도 발생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어지러운 증상만 있다고 해서 빈혈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어지러움 자체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은 이비인후과적 질환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빈혈 증상은 빈혈의 발생 속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즉 빈혈이 급격하게 발생한다면 증상은 다양하고 심하게 나타납니다. 빈혈이 아주 느린 속도로 생긴다면 특별한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진단
철결핍성 빈혈의 진단은 혈액검사로 합니다. 혈액검사 중 해당 검사 항목은 헤모글로빈, 말초혈액도말검사, 혈청 철, 페리틴, 총 철 결합능 등입니다. 빈혈이 있다고 할 수 있는 헤모글로빈 수치는 ‘성인 남자 13g/dL 미만, 성인 여자는 12g/dL 미만’입니다. 헤모글로빈 이외의 검사 항목에 대한 이상 수치가 철결핍성 빈혈에 합당한 패턴이라면 철결핍성 빈혈이라고 진단합니다.
철결핍성 빈혈로 진단했다면 원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 검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위장관 출혈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을 할 수 있고, 월경과다라면 자궁초음파 등의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치료
치료는 철결핍성 빈혈 자체에 대한 치료와 원인 치료로 크게 나뉩니다.
1) 철결핍성 빈혈 치료
(1) 철분제 복용
대부분 먹는 철분제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원소철(Elemental iron) 200~300mg 정도가 필요합니다. 철분제 복용 후 2~3일이면 피로감 등의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고 약 1주 후 적혈구 생성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약 2주 후 헤모글로빈이 상승하기 시작하고 약 2개월 정도면 헤모글로빈 수치는 정상화됩니다. 헤모글로빈이 정상화되고 난 후에도 6~12개월 정도는 꾸준히 철분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체내에 저장철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철분제는 공복(식전)에 복용해야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비타민C는 철분 흡수를 증가시키며, 제산제, 커피, 녹차, 홍차는 철분 흡수를 감소시킵니다.
철분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있습니다. 보통 가장 흔한 것이 복부 불편감이며 구역감, 구토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철분제 복용법을 바꿔 볼 수 있습니다. 식사 직후 복용하거나 용량을 줄여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보조 약제와 함께 복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흑색변(Melena)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흑색변 자체가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위장관 출혈 때문에 발생하는 흑색변과 헷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철분제를 복용하면서 흑색변이 발생했는데 흑색변의 원인이 실제로는 위장관 출혈 때문이었다면, 위장관 출혈의 진단이 늦어져 치료시기를 놓쳐버릴 수 있습니다.
(2) 철분제 정맥주사
철분제를 먹지 못하는 경우, 위장관 흡수 장애가 있는 사람 등에서 주사 요법으로 철분제를 보충할 수도 있습니다.
(3) 수혈
빈혈로 인해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우, 혈액 손실이 지속적이고 과다하게 일어나고 있는 경우 등에서 의사의 판단하에 수혈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2) 원인 치료
철결핍성 빈혈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위궤양에 의한 위장관 출혈로 철결핍성 빈혈이 발생했다면 위궤양을 치료해야 합니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과 같이 월경과다를 유발하는 질환이 있다면 이를 치료해야 합니다.
예방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평소에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쇠고기, 닭고기, 생선, 굴, 김, 미역 다시마, 버섯 등의 음식에 많습니다. 철결핍이 예상되는 경우(저체중 유아, 임신 5개월 이하 임산부, 잦은 헌혈자, 엄격한 채식주의자)에는 선제적으로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철결핍성 빈혈은 여성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앞서 말한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방문하여 빈혈이 있는지, 철결핍성 빈혈인지를 확인해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철결핍성 빈혈은 대부분 먹는 철분제로 해결할 수 있고 치료가 어렵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치료가 잘 되는 질환이지만 평소 철분이 부족하지 않은 식단으로, 철결핍성 빈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