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심신의 안정을 얻기 위해 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산에 가면 정말 몸과 마음이 안정될까?
산림욕이라는 말은 1982년 일본 농림수산부가 만들었으며, 그 의미는 숲, 그리고 숲을 둘러싼 대기와 접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어로는 신린요쿠(shirin-yoku), 그리고 영어로는 forest-bathing라고 한다.
산이 많은 일본은 산림욕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시행했는데, 2010년 환경 건강 예방의학 학회지에 발표된 ‘산림욕의 생리학적 효과’(The physiological effects of Shinrin-yoku (taking in the forest atmosphere or forest bathing): evidence from field experiments in 24 forests across Japan, Environ Health Prev Med. 2010 January; 15(1): 18–26)라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일본에 있는 24개 숲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되었으며, 280명의 남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12명을 한 조로 만들고, 이를 다시 둘로 나누어, 6명은 도시로, 나머지 6명은 숲으로 가게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서로 반대 지역으로 이동했다. 각각의 지역에서 의자에 앉아 15분간 경치를 보게했으며, 15분 정도 주변을 걷게 했다.
그런 다음 스트레스 호르몬과, 혈압, 심박동 변이 등을 측정했는데, 숲에 있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맥박과 혈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박동 변이 검사에서는 흥분했을 때 나오는 교감신경이 감소하고, 휴식시에 나타나는 부교감 신경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숲에서 15분 정도 걷고, 15분 정도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만 대상으로 한 이유는 여성의 경우 생리주기에 따라 호르몬이나 감정의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에 대한 연구도 많다. 2010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산림욕이 면역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 보고자 했다. 이 연구는 2박 3일간 히노키 나무 숲에서 머물면서 2.5km 정도 걷게 한 다음, 면역력과 관련된 NK 세포에 변화를 확인했다. NK 세포의 수와 활성이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이런 효과는 30일 후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에 앞서 도시 여행을 하도록 했지만, 도시 여행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슷한 연구가 많이 있었으며, 대체로 산림욕이 NK세포나 백혈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들이다.
그 이유를 피톤치드에서 찾는 경우도 많다. 사실 피톤치드는 산림욕보다 역사가 더 길다. 1928년 레닌그라드 대학의 한 생화학자가 만든 말이다. 식물이 상처를 입으면 곤충이나, 세균, 곰팡이 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휘발성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피톤치드라고 했다. 식물을 의미하는 피토(phyto)와 죽인다는 의미의 치드(cide)가 결합된 말로, 식물성 항생제 정도의 의미로 이름을 붙인 셈이다.
많은 연구들이 이런 피톤치드가 NK세포와 백혈구에 작용해 면역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런 피톤치드는 주로 오전에 많이 나오고, 아침 6시와 오전 10-12시에 가장 많다. 바람이 많이 불면 피톤치드가 날아가 버리니, 산 정상이나 산 밑보다는 산 중턱이 더 좋다. 활엽수보다는 잣나무, 소나무, 삼나무 등과 같은 침엽수에서 더 많이 나오고, 여름에 5-10배 더 많이 나온다.
정리하면,
-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산에 가도 면역력(NK세포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 꼭 정상에 가지 않고 산 중턱에서 10분 정도 앉아 산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고, 피톤치드 효과도 더 많이 볼 수 있다.
- 이른 새벽보다는 10-12시 정도가 좋겠다.
- 잣나무, 소나무, 삼나무 같은 침엽수림에서 피톤치드가 더 많이 나온다.
- 피톤치드는 여름에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