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뽑아본 분들은 다들 발치 후 통증을 느껴 보았을 겁니다. 더욱이 턱뼈에 깊숙이 묻혀 있는 매복 사랑니의 경우에는 발치 시에 많은 골 삭제를 요구하므로, 심한 통증이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이러한 통증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줄이고 예방하려는 수술 전후 주의사항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피임약과 치조골염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그중에서 흥미롭게도 피임약이 발치 후 통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여성에서 경구 피임약 복용이 하악(아래턱) 매복 사랑니 발치 후 치조골염의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었고, 경구 피임약과 치조골염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자료들에 대해 메타 분석(기존의 여러 연구를 모아서 다시 분석하는 것)을 실시한 ‘국제 구강악안면외과 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Oral and Maxillofacial Surgery)’의 한 논문에서도 피임약과 치조골염의 관련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치조골염’이란 무엇이고, 증상은?
일단 ‘치조골염(건성 치조와, dry socket)’이란 개념부터 알고 넘어가야 하겠죠. 치조골은 턱뼈의 일부분으로 치아를 싸고 있는 부분을 말하며, 이러한 치조골에 염증이 생긴 것을 치조골염이라고 합니다. 발치 후 발생하는 잠재적인 합병증 중의 하나로, 지연성 통증(delayed pain)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발치 후 정상적 치유 과정에서 필요한 혈액 응괴(blood clot)가 발치와(extraction socket) 내에서 소실되면서 치조골이 노출되고,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발치 후 3~5일이 경과하였는데도 오히려 격렬하게 나타나 환자분들이 매우 고통스러워하게 됩니다.
전형적으로 치조골염은 발치 후 1-3일 후부터 발생하여, 5-10일 정도 지속됩니다. 증상은 발치 후 1-3일경에 심하고 격렬하게 시작하며, 심한 악취를 동반합니다. 발치와 내부의 혈병이 소실되어 치조골이 노출되며, 발치와가 음식물로 채워지게 됩니다. 주위로는 부종이 나타나며, 임파선 부종 소견도 국소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치조골염의 원인?
이러한 치조골염의 원인으로 많은 것들이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병인론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은 발치 전 기존 염증의 존재, 세균감염, 발치 도중의 외상, 발치 도중 사용하는 국소마취제와 같은 생화학 약제의 작용, 그리고 발치와 내부의 혈액 응괴의 섬유소 용해 작용으로 인한 소실 등입니다.
치조골염 발생과 관련하여 이들 중 지지되고 있는 가설 중 하나는 발치와 내부의 섬유소 용해 작용입니다. 발치시의 외상과 감염으로 발치와 내부에서 조직 활성제가 유리되어 혈병 내부의 플라스미노겐을 플라스민으로 변화시키는데, 단백질 분해 효소의 일종인 이 플라스민이 혈병을 용해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혈병이 용해되면서 혈병 내부의 키니노겐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키닌이 유리되어 심한 통증도 나타납니다. 정상적으로 발치와의 치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혈병이 소실되지 않고 발치와 내부에 존재해야 하지만, 이러한 혈병의 소실로 인해 치조골이 노출되면서 통증과 함께 치조골염이 발생하게 됩니다.
피임약의 어떤 작용으로 치조골염이 발생하나?
최근 발표된 연구들에서 이러한 섬유소 용해 과정을 촉진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경구 피임약이 지목되었습니다. 즉, 피임약에 포함된 에스트로겐 성분이 섬유소 용해 과정에서 플라스미노겐에 영향을 주어 그 작용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연구들에 따르면,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에서 섬유소용해 현상이 다른 여성이나 남성에 비해 더 크게 일어나며, 이는 피임약에 들어있는 에스트로겐 성분에 의해 섬유소 용해능이 증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매복된 하악 사랑니를 발치하는 경우 치조골염의 발생률이 약 2배 정도 증가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연구들의 의의 및 추가적인 고려 사항
물론 현재까지 경구피임약이 매복 사랑니 발치 후에 치조골염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상충되는 의견이 존재합니다만, 전반적인 결과들은 경구피임약을 사용한 그룹에서 사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치조골염의 발생률이 더 증가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 연구들은 치조골염의 유발 요소로 피임약 또한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임상적으로는 치조골염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에스트로겐 역치 값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에서 발치를 시행할 최적의 시기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피임약과 치조골염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며,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사랑니를 발치하는 경우 좀 더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