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 ‘자동 양조장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배 속에 효모가 과도하게 증식하게 되면서 다른 물질들을 술로 발효시켜 술 마신 것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내용이었죠.
자동 양조장 증후군(효모 증후군)
효모와 곰팡이는 모두 진균에 해당됩니다. 이 진균들은 지구상 어디에도 살 수 있습니다. 오래된 음식에 피는 곰팡이가 그렇고, 습하고 음침한 구석에 곰팡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몸도 예외는 아니어서 발이나 발톱 등에 무좀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뱃속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진균이 자랄 수 있습니다. 피부에 상재하는 균처럼, 대장이나 소장에 늘 살아가는 균들처럼, 진균들도 배 속에 자리를 잡고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과도하게 증식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를 간단히 줄여서 ‘효모 증후군(Yeast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진균이 만드는 독소는 79가지에 이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알데하이드인데요. 술과 비슷하다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진균이 적다면, 알데하이드도 적게 만들어지고, 적은 양의 알데하이드는 간에서 해독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진균이 많이 있다면, 알데하이드가 많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간에서 해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겠지요. 그러면 술을 많이 마신 것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균이 많을수록 더 많은 알데하이드가 만들어지고, 고통도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오래 지낼수록 다른 문제들이 동반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경우 간은 끊임없이 술을 해독해야 합니다. 우리 몸에서 간이 해야 하는 일은 해독만이 아닙니다. 적절한 시기에 당분을 만들어 내보내야 하는데, 술을 해독하느라 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꾸 혈당이 떨어지게 되고, 이것이 피로감으로 나타납니다. 자꾸 기운이 없고, 의욕도 없어지고, 배가 고프고, 커피나 주스처럼 빠르게 혈당을 높여줄 무언가를 자꾸 찾게 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때 먹은 설탕은 진균을 더욱 많아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진균들은 당분을 먹고 자라거든요. 오랜 기간 저혈당이 반복되면 몸에서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인 스트레스 호르몬이 소진되고,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집니다.
진균이 만들어내는 물질들은 소장과 대장의 점막에 손상을 입히게 되고,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는 복부의 불편감을 초래합니다. 특히 소장이 손상되면 표면에 있는 효소들이 기능을 하지 못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소화가 덜 된 음식물들은 대장으로 이동해 유해균을 증식시킵니다. 게다가 망가진 소장 표면을 통해 소화가 덜 된 입자가 큰 덩어리들이 유입되게 되고, 이것들이 알러지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알데하이드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몰리브덴이라는 물질이 필요한데, 이 몰리브덴은 아황산염을 배출할 때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아황산염을 처리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황산염에 대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런 아황산염은 대개 향수, 말린 과일, 와인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황산염이 많은 물질을 먹거나 냄새를 맡게 되면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머리가 아픈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효모 증후군의 위험요인은?
1. 과도한 항생제 사용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같이 살고 있던 세균이 죽게 되면, 빈 공간에 효모균이 증식하게 됩니다.
2. 과도한 당분 섭취
앞서 말했듯이 진균은 당분을 먹고 자랍니다. 더불어 단음식에 대한 갈망은 효모 증후군의 증상이기도 합니다. 바꿔 말하면, 당분 섭취를 줄이면 진균의 양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3. 장기간 역류성 식도염 치료나 제산제 사용
이런 약물들은 장내 환경의 pH를 높이게 되는데, 이는 진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사실 위산이 없다면, 뱃속은 세균이 자라기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넘치는 영양분과, 적당한 온도와 습도.
4. 나쁜 실내 환경
곰팡이가 자라고 있는 실내 환경에 있거나, 환기를 잘 안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날이 습하거나, 지하에 가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5. 나쁜 음식
오염된 음식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음식을 가져왔다가 실온에 오래 방치하는 경우 가급적 다시 조리하거나 가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6. 술
술은 위산을 희석해 진균의 증식을 도울 뿐 아니라, 진균이 만드는 알데하이드에 술에서 나온 알데하이드가 더해져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이 있다고 해서 모두 효모 증후군은 아닙니다. 아직 진단된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50여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저렇게 소수의 진단된 사람밖에 없는 것입니다. 만약에 위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하고, 검사를 통해 확인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