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속 주머니 게실에 생긴 염증, 게실염의 원인과 증상, 예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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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주머니의 염증, 게실염을 아시나요?

내부 장기, 특히 대장에 생기는 주머니가 있습니다. 바로 ‘게실’이라고 하지요. 아마 게실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고, 들어보지 못한 분들도 많이 계실 것입니다.

게실(Diverticulum)은 식도, 위, 대장, 기관처럼 관통형의 장기에서 일부가 바깥쪽으로 볼록하게 튀어 나간 맹낭(막혀있는 주머니)입니다. 쉽게 말해 장벽에 생긴 구덩이이자 주머니인 셈이죠. 도로에 팬 싱크홀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게실은 정상적으로도 존재할 수 있지만, 이 주머니 때문에 고생하는 분도 있습니다. 바로 게실에 염증이 생기거나 게실이 다른 장기를 압박해서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죠.

오늘은 게실에 생길 수 있는 염증, 즉 게실염(Diverticuliti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특히 대장에서 생기는 게실염이 다수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게실염(Diverticulitis)이란?

어떤 원인으로 인해 게실(Diverticulum)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합니다. 게실이 있지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경우에는 게실증(Diverticulosi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게실증과 게실염을 통틀어 게실 질환(Diverticular disease)이라고 부릅니다.

게실염의 원인, 역학

게실이 생기는 원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게실은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고 후천적으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게실을 ‘진성게실’이라고 하는데, 형태학적으로는 대장벽의 전 층이 돌출된 주머니 형태입니다. 이는 대개 오른쪽 대장에 많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생활습관 불균형과 같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게실을 ‘가성게실’이라고 합니다. 이는 점막과 점막 하층에 한정된 게실이며 주로는 왼쪽 대장에 발생합니다.

게실증과 게실염
게실증과 게실염의 차이 (저작권 : 123RF 스톡 콘텐츠 / Roberto Biasini)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심한 변비가 상습적으로 대장의 압력을 높여 게실이 생긴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대장 근육층이 약해지고 틈이 생겨 게실이 잘 생기기도 합니다. 고지방, 고단백, 저식이섬유도 게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최신 이론에 따르면 장내세균의 변화, 장 과민반응, 장운동 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아세틸콜린, 일산화질소 등)의 변화, 지속적인 체내 염증 등의 요인이 게실 질환을 만든다고 합니다. 게실 질환의 발생은 현재로서 단일 인자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게실에는 여러 음식물이나 체액이 잘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게실 안으로 들어간 음식이나 대변 같은 내용물이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 안에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게실 안으로 균,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이 침투하는 경우에도 게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0세 미만에서는 약 5%만이 게실 질환이 있지만, 50세 이상에서는 약 30~40%가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게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령이 점차 증가할수록 게실의 개수도 증가합니다. 65세 이상에서는 약 50%에서, 85세 이상에서는 약 65%에서 게실 질환이 있습니다. 다행으로 대부분은 증상 없는 게실증 상태로 지내고, 게실 중 아주 적은 수가 게실염으로 발전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게실염 환자는 2008년 약 25,000명에서 2016년 약 49,00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최근 서양식 식생활과 고령화로 대장 게실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왼쪽 대장 게실보다 오른쪽 대장 게실이 약 6~8배 정도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서양과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왼쪽 대장 게실질환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장 게실염 증상

게실염 때문에 복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게실염 발생 위치에 따라 복통을 느끼는 부위가 달라집니다. 오른쪽 대장에 게실염이 있으면 오른쪽 배가 아프게 되고 왼쪽 대장에 게실염이 있다면 왼쪽 배가 아프게 됩니다. 설사, 구토, 배변습관의 변화, 소화불량, 가스차는 느낌,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게실염도 염증이므로 염증에 의한 전신반응인 발열, 오한 등의 증상도 나타납니다.

급성 복통
저작권 : 123RF 스톡 콘텐츠 / Andriy Popov

합병증은 대표적으로 출혈(Bleeding), 폐색(Obstruction), 고름집(Abscess), 천공(Perforation), 복막염(Peritonitis) 등이 있습니다. 게실염이 심한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혈변을 보게 됩니다. 장폐색(Bowel obstruction)은 게실염이 점차 심해지면서 염증이 퍼지며 붓고 두꺼워져 나타납니다.

또한 심한 염증 때문에 고름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고름집이 터진다면 천공이 일어나고 이는 복막염으로 번질 수 있으며 생명이 위독하게 됩니다. 이렇게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는 대장 게실염 환자 중 약 25% 정도입니다.

진단 및 검사

기본적으로 혈액검사, 복부 X선 검사를 시행합니다.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를 확인할 수 있고 복부 X선 검사로 장폐색이나 천공을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급성 대장 게실염의 진단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검사는 바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복부 CT)입니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복부 CT)으로 게실염을 확인할 수 있고 게실염 주위 합병증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처럼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복부 CT)을 시행하기 힘든 사람이라면 복부 자기공명영상(복부 MRI)을 할 수도 있습니다.

대장 게실 자체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대장 내시경입니다. 대장 내시경을 통해 실제로 게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단, 어떤 게실은 대장 내시경으로도 잘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장 게실, 내시경 소견
대장 내시경으로 본 게실(가운데 2개) (출처 : 위키피디아)

또한 게실염이 심한 경우, 대장 내시경의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는 복부 전산화단층촬영(복부 CT)을 먼저 시행하고 이후에 가능할 때 대장 내시경을 시행합니다.

대장 게실염 치료

대장 게실증(Diverticulosis)만으로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게실염 증상이 가볍고 게실염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통원치료도 가능합니다. 먹는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입원환자

통원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입원 후 수액을 맞으며 항생제를 정맥주사해야 합니다. 식단도 엄격하게 통제하거나 금식해서 음식물에 의한 염증 악화를 막고 장을 쉬게 해주어야 합니다.

드물지만 게실염의 치료로 수술(절제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항생제 정맥주사가 효과가 없는 경우, 재발하는 게실염, 심한 고름집이나 천공이 발생한 경우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방과 관리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붉은 육류 섭취량, 식이섬유 섭취, 왕성한 신체활동, 흡연, 체질량지수(비만)의 5가지 생활습관이 양호할수록 게실염 발병 위험이 낮다고 합니다.

건강한 음식들

즉 붉은 육류 섭취량이 적을수록, 식이섬유 섭취가 많을수록, 달리기 같은 격렬한 신체 활동량이 많을수록, 흡연하지 않을수록, 적정한 체중을 유지할수록 게실염의 발병 위험이 낮아지는 것이죠. 5가지 중 1가지라도 해당하면 게실염 발병 위험이 약 29% 정도 낮아졌고, 2가지에 해당하면 약 34% 정도, 3~4가지에 해당하면 약 50% 정도, 5가지 모두 해당하면 약 70% 정도 낮아졌습니다. 따라서 이런 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평소 변비가 있다면 장내 압력을 높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변비가 있는 상태에서 대변을 보려고 하면 대장 내 압력이 높아지고 장벽이 움푹 파이는 게실이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섬유질이 많은 식사는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하루 약 20~30g의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심한 변비라면 대변 완화제를 사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완치 후에도 게실염은 5년 내에 약 30%에서 재발할 수 있으며, 재발했다면 약 70%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실염이 있었던 환자라면 식이섬유가 충분한 채소를 꾸준히 섭취해야 합니다.

이상으로 대장 게실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대장 게실염은 흔히 말하는 맹장염인 급성 충수염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과 같은 병으로 쉽게 잘못 오인할 수 있는 병이기도 하고 게실염 자체는 아주 흔한 질병이 아니라서 일반인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전염성 없고 암으로도 발전하지 않지만, 합병증이 생기면 생명까지 앗아갈 수도 있는 질환입니다. 평소 생활습관을 바르게 해서 게실 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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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익
정재익
18-12-21 2:47 오후

감사 합니다 경구용 항생제는 어떤걸 처방 하시나요?

나아요
Admin
18-12-21 2:54 오후
Reply to  정재익

심하지 않은 게실염의 경우 경구용 항생제(메트로니다졸, 아목시실린, 시프로플록사신 등)을 처방할 수 있지만 치료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높지 않습니다.

정기태
21-03-13 5:30 오전

최근,게실염 발견으로 검색해본결과 많은 도움이 되였습니다..
처음접해본 병명이지만 차분한 의사지시에 따라 치료에임할 각오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