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지방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간을 꺼내서 무게를 잴 수는 없기 때문에, 대개는 초음파 검사로 진단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아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편입니다.
지방간하면, 대개 술 많이 마시는 배 나온 아저씨를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올 수 있으며, 체중이 정상이거나 날씬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지방간이 있는 여성분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겉모습만 가지고 지방간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술도 안 마시고, 날씬하신 분들에게 지방간이 있다고 하면 대부분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름진 음식은 거의 먹지도 않으며, 신선한 과일과 밥만 먹는데 지방간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마블링이 잔뜩 있는 소고기를 생각해봅시다. 소는 채식주의자거든요. 고기나 튀김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마블링은 어디서 온 걸까요?
그것은 탄수화물입니다. 풀을 먹는 소에게 풀 대신 탄수화물인 곡물을 먹이게 되면, 혈당이 오르게 되고, 잉여의 혈당이 지방으로 바뀌어서 저장되는 것입니다. 간혹 더 큰 효과를 보기 위해 맥주나 사케를 같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와규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사람으로 치면, 야채 대신 밥이나 빵, 국수를 먹고, 술을 한 잔 곁들이는 셈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밥만 먹었는데 지방간이 생겼다는 분들은 밥 때문에 지방간이 생긴 것입니다. 과일만 먹는데 지방간이 오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과일은 포도당과 과당이 섞여 있는데, 포도당은 혈당을 높인 뒤 지방으로 저장되고, 과당은 그런 과정도 거치지 않고 바로 간에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포도당은 혈당이 높아지면서 포만감이 들지만, 과당은 그런 과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일들은 포만감이 덜 하고, 계속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지방간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의 극단적인 예가 콰시오커(kwashiorkor)라는 병입니다. 이것은 가나 말로 ‘동생이 태어나면 생기는 병’ 또는 ‘자리를 뺏긴 아이들의 병’이라는 의미입니다. 단백질이 풍부한 모유를 동생에게 뺏기고, 당분이 많고 단백질이 적은 음식을 먹으면서 병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점점 지방간이 심해지면서 간경화까지 진행되고 복수가 차서 몸이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온 모양이 됩니다.
이런 지방은 일종의 저금통입니다. 우리는 남아도는 당분들을 지방에 저금했다가 당분이 모자라면 지방을 다시 꺼내서 사용합니다. 이때, 간이나 근육에 지방이 꽉 차면, 우리는 잉여의 당분을 저장할 곳이 없어 혈액 속에 당분이 넘쳐나게 되고, 이것이 당뇨병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당뇨병은 다른 2차적인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지방간을 줄이려면 당분 섭취를 줄이면 됩니다. 그러면 지방이 축적된 과정과 정반대의 과정을 통해 간에 있는 지방이 소모됩니다.
결론은, 간에 있는 지방은 우리가 먹는 지방과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설탕, 특히 음식이나 음료에 숨어 있는 설탕, 그리고 밥이나 떡, 빵과 같은 탄수화물들이 주범입니다. 지방간이 문제라면 과일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