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간혹 이러한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비만형 체질이라 남들보다 쉽게 살이 찐다는 이야기를 그렇게들 많이 표현하곤 하죠. 실제로 비만이 타고난 것인가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만 유전자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말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찌게 만드는 비만 유전자가 있을까요? 그리고 비만 유전자가 있다면 살을 빼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인 운동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비만 유전자에 대해서 알아보고 운동이 그것을 극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비만 유전자란?
비만은 만성적으로 자신의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여 발생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비만을 개인의 체형으로 단순히 생각하였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비만을 여러 가지 생활 습관병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으며 또한 그 자체로도 위험한 하나의 질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비만과 유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연구는 1990년에 세계적인 학술지인 NEJM에 실린 쌍둥이 연구였습니다. 쌍둥이들의 비만 여부가 일치하는지를 보기 위한 연구에서, 어려서부터 헤어져서 살아온 쌍둥이들의 경우 다른 환경에서 자랐을지라도 성인이 되어 비만이 되는 비율이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쌍둥이 연구로 인해 의학계는 비만이 환경에 더 많이 좌우될 것이라는 이전의 가설뿐만 아니라 유전적인 원인이 비만 발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유전학의 발달로 인해 현재까지 비만과 관련된 유전자는 50여 개가 밝혀졌습니다. 대부분의 유전자 각각은 비만 발생에 미미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유전자가 있거나 큰 영향을 미치는 몇몇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비만 발생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비만은 다인자(Multifactorial)로서 발생하기 때문에 몇몇 유전자와 환경이 함께 작용하여 최종적으로 비만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비만 유전자가 비만을 유발하는 기전은?
그렇다면 어떻게 유전자가 비만을 유발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비만 관련 유전자가 어떻게 에너지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인가?라고 물어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것은 대부분 식욕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의 지방세포에서 방출하는 렙틴, 그렐린과 같은 식욕 조절 호르몬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호르몬은 혈관을 타고 뇌에 도달하여 식욕을 조절합니다.
비만 치료제 중에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있다는 것으로 이러한 사실을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식욕 조절 호르몬은 뇌에 작용을 하게 되어 식욕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중추신경계 작용 비만 약물은 대부분 이러한 호르몬을 조절하여 식욕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물론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은 효과는 좋지만 뇌에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식욕 조절 호르몬이나 이를 생산하는 지방세포에 관련된 유전자가 바로 비만 유전자입니다. 대표적 비만 유전자 중 하나인 FTO(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gene)는 식욕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LEPR(Leptin receptor)이라는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물질은 앞서 소개해 드린 식욕 조절 호르몬인 렙틴과 결합하여 식욕을 억제시킵니다.
이러한 유전자들이 과다 발현되거나 변이가 일어나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식욕이 증가하게 되어 비만으로 진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운동으로 비만 유전자를 극복할 수 있을까?
비만이 어느 정도 유전자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이라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그것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요?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가 온라인 학술지인 PLOS One에 게재되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20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체중과 운동 습관, 유전자에 대해 조사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유전자 중 비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FTO 유전자였습니다. FTO 유전자의 변이가 2개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체중이 3Kg 더 높았습니다. 유전자 변이가 2개 있다는 것은 양쪽 부모로부터 비만이 유전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비만 관련 FTO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사람들 중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FTO 유전자의 영향이 더 작았습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운동은 평균적으로 유전자의 영향력을 30%가량 감소시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FTO 유전자의 변이와 같은 비만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경우 운동으로 비만 유전자의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은 바로 비만 유전자를 가지고 있거나 비만 유전자의 변의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비만 유전자의 영향력을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운동은 체중 조절에 있어서 그다지 강력한 수단이 아닙니다. 식습관 조절이 비만을 극복하는데 있어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체중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 연구결과와 같이 비만 유전자의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체념할 것이 아니고 운동을 통해 체질을 개선(유전자의 영향력 감소)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