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습니다. 이제 점점 야외활동이 늘어날 것이고 좀더 따뜻해지면 많은 분들이 산으로 바다로 캠핑을 떠날 것입니다. 최근에 불어닥친 캠핑 붐으로 인해 집집마다 캠핑용품들을 구비하고 있고 다양한 캠핑용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캠핑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 버너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집에서는 할 수 없는 숯불등을 이용한 바베큐를 이용합니다. 이때 그릴등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먹는데, 이는 석쇠 아래로 지방이 빠져 담백하고 훈제의 맛까지 더해 후라이팬에 구워 먹는 것보다 더 깊은 맛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석쇠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과 관련된 손상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비인후과학 두경부수술 학회지(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에 실린 연구에서는 석쇠를 이용하여 고기를 구워먹고 난뒤 이것을 닦을 때 쓰는 쇠솔의 강모에 의한 손상을 조사하였습니다.
연구내용
미국의 소비자 제품 안전위원회(U.S. 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쇠솔의 강모로 인한 손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1700여명 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환자들은 대부분 캠핑이 많은 여름에 발생했으며 응급실 방문만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외래까지 포함된다면 더 많은 수의 환자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손상이 일어난 이유는 석쇠를 닦을 때 쇠솔의 느슨한 강모들이 떨어져 나가 석쇠에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붙어있는 쇠솔 가닥이 다음번 사용시 고기에 붙어 구강, 목구멍, 위/소장/대장에 도달하여 손상을 주었습니다. 환자중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받은 환자도 있었습니다.
캠핑시 주의할 점
저도 매년 여름이면 바닷가에 캠핑을 가서 숯불로 삼겹살을 구워 먹습니다. 이러한 손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12년간 17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놀라웠습니다.
국내에서는 쇠수세미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쇠솔보다는 아마도 덜 위험할 것입니다. 쇠수세미는 구불구불하고 좀더 유연하기 때문에 바늘처럼 일자로 되어있는 쇠솔이 몸 속에서 천공등을 일으키기가 더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쇠수세미 조각도 몸속에서는 충분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쇠솔을 사용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캠핑시마다 맛있게 숯불구이를 먹고난 후 항상 석쇠를 닦는 일은 곤욕이었습니다. 잘 닦이지도 않고 사이사이를 깨끗히 닦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닦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닦고나서 잘 살피는 것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석쇠를 닦은 후 혹시라도 쇠솔이나 쇠 수세미의 조각이 석쇠에 묻어있지 않나 잘 살펴보시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