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염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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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관절염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서 확실한 예방법도 없으며, 치료도 쉽지 않은 고통스러운 질환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세포들이 도리어 우리 몸을 공격하여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특히 손가락 관절을 포함한 여러 관절을 공격하여 만성적인 통증과 불편함이 유발되는 것이 류마티스 관절염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손 (출처 : 위키피디아)

그런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중 치주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관절염과 치주염은 서로 전혀 관련이 없는 질환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두 질병을 연관 짓지 않고 따로 치료하거나 아니면 치주염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치주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RA)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는 치주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이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두 질병 사이의 관계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치주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공통 원인균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인 아그레가티벡터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출처 : Wellcome Images)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류마티스 내과학 교실 Konig교수와 Andrade 교수의 연구팀은 과학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학회지에 다음과 같은 연구를 발표습니다. “치주 질환을 일으키는 아그레가티벡터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Aggregatibacter actinomycetemcomitans, Aa)(그람 음성균(Gram-negative))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이 연구팀이 조사한 연구결과입니다. 이 균이 과도한 시트룰린화 과정(Hypercitrullination)을 유도하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시트룰린화 과정(Hypercitrullination)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원인

시트룰린화 과정은 아미노산 아르기닌(Amino acid arginine)이 아미노산 시트룰린(amino acid citrulline)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우리 몸의 단백질이 조절되는 정상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PAD 효소와 칼슘에 의해 아르기닌이 시트룰린으로 전환 (출처 : 위키미디어)

그런데 어떤 원인에서 과도한 시트룰린화 과정(Hypercitrullination)이 일어나게 되면 시트룰린화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우리 몸은 이 단백질에 대한 자가항체(Autoantibody, 자신의 신체 성분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를 만들어 비정상적으로 증가된 단백질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단백질만 공격하게 만들어진 자가항체가 경우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조직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조직이 파괴되면서 염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에서 정상적인 조직이 공격받아 염증이 발생한 질환입니다.

즉 과시트룰린화 과정(Hypercitrullination)은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A.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가 과시트룰린화 과정을 유도

오래전부터 의학 연구자들은 치주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해왔습니다. 임상적으로 두 질환이 어느 정도 연관되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2013년 류마티스내과학의 최신 지견(Current Opinion Rheumatology)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도 이러한 치주염과 류마티스 관절염과의 관련성에 대한 분석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과시트룰린화 과정에 대한 분석보다는 아래에서 말씀드릴 HLA-DR 유전자와 면역세포와의 상관성에 대한 분석만이 있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더불어 다른 과정이 개입하고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우선 연구팀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과시트룰린화 과정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병원균 세포막에 구멍을 만들어 세포를 죽이는 기공 단백질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관절에서 과시트룰린화 과정을 일으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구팀은 또한 치주염을 앓고 있는 사람의 치아에서 나오는 열구전색액(Crevicular fluid, 자연치아에서 나온 물로 자정작용과 항균작용을 함)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관절액에서와 같은 과시트룰린화 과정을 통해 발생한 항체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치주염과 관련된 균 중에서 오로지 A.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만이 호중구(Neutrophil, 급성 염증에 반응하는 백혈구)의 과시트룰린화 과정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균은 우리 몸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류코톡신 A(Leukotoxin A, LtxA)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호중구 표면에 구멍을 내서 세포 안으로 칼슘이 유입되도록 합니다. 유입된 칼슘으로 인해 시트룰린화에 필요한 효소인 펩티딜아르기닌 데이미나제(Peptidylarginine deiminase, PAD)가 활성화 되어 과시트룰린화 과정이 쉽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즉 치주염을 일으키는 A.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가 과시트룰린화 과정을 유도하여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추가 연구 내용, 앞으로의 면역치료 및 예방법 발견을 기대

연구팀은 196명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47%인 92명이 A.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에 감염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치주염 환자에서는 약 62% 정도가 이 균에 감염되어 나타난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두 수치는 이 균이 치주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어느 정도 유사하고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ndrade 교수는 “유전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에 잘 걸릴 수 있는 유전적 조건을 가진 환자(HLA-DRB1)에서 A.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에 의한 감염이 발생하면, 시트룰린화 단백질에 대한 항체 생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므로 류마티스 관절염이 더욱 잘 걸릴 수 있다.”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치주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공통 원인균과 병발 기전의 인과관계를 밝혀냈다는 사실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생기기 시작하는 타이밍과 진행과정에서 균의 역할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알면 자가면역질환의 면역억제 치료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고 예방적 치료까지도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세균과 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단백질이 자가항체를 유발하게 되고 이로 인해 류마티스 관절염이 일어나게 된다는 어려운 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직 두 질병 사의의 연관성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연관성이 제기되어온 두 질병 사이의 메커니즘이 이 연구로 인해 어느 정도 규명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의 가족력이 있으신 분이라던지 흡연이나 비타민 D 결핍이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위험 요인을 안고 있는 분들이라면 치주염에 대한 예방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분들은 개인적인 구강 위생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통해 치주염을 예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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