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고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철에는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쉽게 수축하므로 좁아진 혈관을 통과하는 혈류는 혈압을 높아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추위에 혈액 응집력이 증가해서 혈전 형성이 보다 잘 이루어지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보통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수축기 혈압은 1.3mmHg, 이완기 혈압은 0.6mmHg 증가하며 10도 떨어지면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은 20%씩 증가합니다.
보통 심혈관계 질환이라 하면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마비, 뇌졸중 등을 많이 떠올립니다. 특히 흉통이 발생하는 경우 심근경색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심근경색만큼 위험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또 다른 질환이 있습니다. 이번에 말씀드릴 대동맥박리도 심혈관계 질환의 일종으로 이 역시 겨울철에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대동맥박리(Aortic dissection)란?
대동맥 혈관 내부가 파열되어 혈관벽 안쪽이 찢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대동맥을 구성하는 세 층은 내막, 중막, 외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막(intima)에 파열이 발생하고 중막(media)이 찢어져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마치 벽에 붙어 있던 벽지 일부가 찢어져 덜렁거리며 남아 있는 상태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벽지와 다르게 대동맥은 피가 흐르는 혈관이므로 찢어져 덜렁거리는 중막은 혈류의 자극을 받아 점차 더 찢어지게 됩니다. 또한 박리로 인해 원래 피가 흐르던 공간이 아니라 혈관 벽 내부에 새로운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이를 가성 내강(False lumen)이라고 하고 이것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대동맥 박리의 원인, 역학, 분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혈압(Hypertension)입니다. 대동맥박리의 약 80% 정도에서 고혈압이 있습니다. 고혈압 외에 다른 원인으로는 노화, 동맥경화가 있습니다. 노화나 동맥경화는 대동맥 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선천적인 원인도 있습니다. 이첨판 대동맥 판막, 마르판증후군, 터너증후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선천적으로 유전적 결함 때문에 중막에 변화가 발생해서 찢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외의 드문 원인으로는 직접적으로 가슴 부위에 발생한 외부 충격, 심장 시술이나 수술의 합병증이 있습니다..
대동맥박리는 일반적으로 40~70대에 흔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2016년 7,191명이 대동맥 박리로 진료를 받았습니다. 연령별로는 70대가 1,921명(25.5%), 60대가 1,848명(24.5%), 50대가 1,555명(20.6%)입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약 2배 정도 많이 발생합니다.
보통 2주 이내 발생했으면 ‘급성 대동맥박리’라고 하며 2주 이상 지난 상태를 ‘만성 대동맥박리’라고 합니다.
위치에 따른 대동맥 박리 분류법도 있습니다. 이는 찢어진 위치가 어디쯤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분류를 하는 이유는 이에 따라 치료 접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드베키(DeBakey) 분류법과 스탠포드(Stanford) 분류법이 있습니다.
증상
전형적이고 대단히 중요한 증상은 가슴 안쪽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갑자기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벽지가 갑자기 “쫙” 소리를 내면서 떨어져 나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대동맥 혈관 내벽이 찢어지는 시점이 있고 환자는 그때부터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는 가슴 통증이 몇 시부터 확실하게 있었는지 알 정도입니다.
찢어진다고 직접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망치로 맞은 것 같다’, ‘칼로 도려내는 통증이다’, ‘가슴 안쪽이 빠개진다’ 식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한 번 통증이 발생하면 수시간 이상 지속됩니다. 또한 가슴 안쪽, 앞가슴, 등 쪽 상부에서도 이런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외에 의식 장애, 실신, 뇌졸중, 심한 복통, 하반신 마비, 소변량 감소, 저혈압, 호흡곤란 등의 증상과 징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혈관 내벽이 찢어지면서 혈액 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해당 장기가 충분한 혈류 공급을 받지 못해 나타나는 것입니다.
진단
환자가 말하는 증상의 양상을 면밀히 들어야 하고 선천적인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가슴 부위 통증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처럼 심장 자체에서 기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동맥박리 때문인지 추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혈액검사, 가슴 X-ray, 심전도 검사는 기본검사입니다.
특히 대동맥박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면 가슴 X-ray에서 대동맥이 넓어져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우선 전산화 단층촬영(CT)을 실시합니다. 찢어져 있는 대동맥 내벽과 가성 내강을 확인하면 확진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심장 초음파, 전산화 단층촬영(CT), 자기공명 영상(MRI), 혈관 조영술(Angiography) 등의 검사로도 확진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
치료는 크게 내과적 치료(비수술적 치료)와 외과적 치료(수술적 치료)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분류법에 따라 발생 위치를 보고 치료를 결정하며 이외에 다른 요인도 고려합니다. 최근에는 중재적 시술로 치료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대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협업을 통해 시행하기도 합니다.
1) 내과적 치료
내과적 치료는 중요합니다. 우선 빠르게 약을 써서 혈압을 조절하고 통증을 조절해서 대동맥박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중환자실에서 모니터를 꼼꼼하게 실시하며 치료합니다. 수축기 혈압은 100~120mmHg, 맥박수는 1분에 60회 정도가 되게 끔 주사제와 수액을 사용합니다. 통증의 조절도 환자를 안정시키고 병의 경과를 늦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통증을 조절하지 않으면 급성 합병증이 조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술 전까지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 급성 하행 대동맥박리, 만성 대동맥 박리 등의 경우에 내과적 치료를 실시합니다.
2) 외과적 치료
대동맥박리의 수술적 치료는 대동맥 파열 부위를 절제하고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급성 상행 대동맥박리, 만성 상행 대동맥박리 합병증이 동반된 급성 하행 대동맥박리 등의 경우에는 수술 치료가 원칙입니다.
그러나 수술로 인한 위험이 너무 심각한 경우라면 내과적 치료만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고령, 기저 내과 질환이 동반된 경우(고혈압, 당뇨병, 만성 신부전 등), 쇼크 상태, 뇌혈관 질환, 급성 신부전 등의 경우에는 수술에 따른 사망률이 최대 20%까지 보고되고 있어 수술 시행 여부는 의사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3) 중재적 시술(Intervention)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대동맥 내강으로 위치시켜 기구를 삽입하는 방법입니다. 내과적 치료만으로 완전히 회복하기 힘들거나 수술의 위험성이 큰 경우 시도해 볼 수 있고 합병증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스텐트를 삽입하기도 하고, 스텐트-그래프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경과 및 합병증
급성 대동맥박리는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매우 높아지는 질병입니다. 24시간 이내 사망률은 약 25%나 되고 1주 이내는 약 50%, 1달 이내 약 75%, 1년 이내 약 90%입니다. 매우 응급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빠른 시간 내 성공적으로 치료를 잘 받았다면 대동맥박리가 없었던 사람과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고 5년 생존율은 75~80% 정도입니다.
합병증은 찢어진 대동맥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완전 파열은 사망으로 이어집니다. 심근 경색, 뇌졸중, 하지 마비, 장 허혈과 괴사, 급성 신부전, 쇼크, 심낭 압전, 급성 심부전, 폐부종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방과 생활
고혈압, 동맥경화가 생기지 않게 적당한 운동을 하고 적절한 식단 조절(짜게 먹지 않기)로 건강하게 먹으며 규칙적인 생활도 필요합니다.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만약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병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혈압을 급격히 올릴 만한 격렬한 활동이나 심한 운동은 하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빠르게 해소해야 합니다.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선천적 질환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진료를 보고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동맥박리로 치료를 받았었다면 혈압조절을 엄격하게 해야 하고 이후 꾸준히 진료를 보고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생각보다 대동맥박리로 진단받는 분이 꽤 많습니다. 대동맥박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이지만 조기에 적절히 치료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병입니다. 따라서 가슴 통증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하다면 심근경색 말고도 대동맥박리라는 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